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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외전 [세 원수와 아기바구니] (1)

작성자카페 바텐더|작성시간03.04.27|조회수657 목록 댓글 0
은하영웅전설 외전 [세 원수와 아기바구니]



그날 아침도, 은하제국군 내에서 질풍 볼프-저 볼프강 미터마이어와
더불어 쌍벽의 한명으로 칭송받고 있는 오스카 폰 로이엔탈 원수는, 그
의 요리사가 졸린 눈을 비비며 만든 식사를 여명의 해조차 뜨지 않아
불을 훤히 밝힌 식당에서 우아하게 입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의 아침 식사는 언제나 한가지 메뉴로 정해져 있었는데, 그것은 인
삼과 찹쌀을 살이 통통찐 어린 암탉의 뱃속에 집어넣고, 국물만을 우려
내어 그 진득한 수프를 마신 후, 진국은 다 빠져버린 건더기는 인심쓰
는척 그의 당번병에게 나누어준다고 하는 속칭 '국민연금 영계탕'이라는
전통요리였다.

그 국민연금 영계탕을 내숭떠는 귀족적인 포즈로, 소리조차 내지 않
으면서 은스푼으로 떠서 입가에 가져가며, 매일 아침 스포츠 신문에 실
리는 자극적인 베드씬의 연재만화를 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로이엔탈의 취미였다. 게다가 그가 즐기는 그 요리는 이른 새벽에 먹
어야 가장 약발이 잘 받는다는 민간속설이 있었기에, 그는 전 은하제국
군 안에서도 가장 일찍 일어나 상쾌한 하루를 준비하는 인물이기도 했
다.

그러나, 오늘 새벽은 조금 특별했다. 그의 취미를 겁대가리 없이 방
해하는 인물이 갑작스레 끼어들어온 것이다.


[ 저... 원수 각하. ]

[ 뭔가. ]



당번병은 무척이나 곤란한 포즈로 그에게 바구니하나를 들어보였다.


[ 저택 입구에... 누군가 아기를 버리고 갔습니다. ]


푸우우우욱-----------

로이엔탈의 입에서 인삼 향기 감도는 닭국물이 삼미터를 뿜어나와 대
지를 적셨다.

오른눈과 왼눈의 색이 틀린, 속칭 금은요동(金銀妖瞳)의 양눈에 장절
한 빛을 띄우면서도, 그는 침착한 포즈로 일어나 바구니 속을 들여다보
았다. 오늘 아침의 영계탕에 들어간 닭보다는 조금 큰, 푸른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금발을 지닌 갓난아기가 배시시 웃으면서 그의 얼굴을 보고
꺄르륵대고 있었다.

내용물의 정체가 과연 틀림없는 갓난아기임을 확인하고서, 그는 혹시
나 아기가 들어있던 바구니 안에 무언가 어머니되는 사람의 흔적이 남
아있는지 뒤져보았지만, 멧돼지 비텐펠트가 쓸고간 전장처럼 바구니 속
에는 아기와 그 아기를 덮고 있는 작은 시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그는 전략적으로는 몰라도, 전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이루말할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가지 정보를 손에 넣는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 여자아이군. ]


쭈뼛쭈뼛 당번병이옆에서 차렷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기
바구니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로이엔탈은 팔짱을 낀채로 의자에 앉아 숙
고에 잠겼다.

이런 일이 일어날만한 짓을 저지른 기억이 없다-라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된다.

그의 주군인 황금의 사자인지 백금의 애송인지 하는 라인하르트가 성
적인 면에서 결벽한 생활을 하는 것에 비해, 절친한 친구인 미터마이어
가 아내 에반젤린만을 지극히 사랑하는데 비해, 그는 제국군의 말많은
자들의 입에서 '스캔들에 다리가 달려 움직인다고 하면, 그건 로이엔탈
의 얼굴을 하고 있다'라는 매우 근거 있는 비방(사실 근거가 있으면 비
방은 아니다)을 받고 있는 처지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은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내 머리카락은 검은색이다. 내가 금발의 여자를 사귄 것은 2년 전
의... 아, 누구였지? 여하튼 이름도 잊어먹어버린 옛 여자다.


그렇다고 하면 이 아이는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소지가 높은
것이다. 아마도 지금은 이미 영락해버린 귀족이 어쩔수 없어 아무 저
택의 앞에나 놓고 갔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은하제국군의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육아를 즐겁게 행할 리가 없다.
반드시 자기집 앞에 버려졌던 불쌍하기 짝이 없는 어린 여자아기를 매
정하게 보육시설에 보내버리고 자신은 닭국물과 인삼의 향기를 풍기며
아침 출근을 해버렸다...... 이와 같은 악의에 찬 소문(그러나 진실)을 퍼
뜨리기 위한, 어떤 자의 음모의 소산이라는 것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만일, 라인하르트의 비서역을 맡고 있는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양이
그의 머리속을 들여다보았다면 냉정한 평가를 내려주었으리라.


[ 피해망상이군요. ]


하지만 이미 음모설에 한표를 던져버린 로이엔탈은 망설일 틈이 없었
다.

이제 조금 후면 해가 밝아온다. 그러기 전에 자신을 용의주도하게,
아울러 비열하게 궁지로 몰고자 하는 상대의 음모를 분쇄함과 아울러,
자신의 적극적인 반전의 공세를 펼치기에는 대국적인 면에서 시간이라
는 족쇄가 물려져 있는 것이다.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서 그는 당번병에게 조용히 물었다.


[ ......오벨슈타인 국방장관의 집은 어디였지?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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