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천도 이승엽도 임창용도 이루지 못했던 대업.
올 시즌 프로야구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삼성 라이언스의우승 여부이다. 물론 그 기대와 우려 뒤에는 김응룡이라는 거물이 존재한다.
그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축구, 농구, 배구, 그리고 박세리, 이봉주, 이형택까지. 국내 제일의 스포츠 제국, 삼성에게도 아직 풀지 못한 한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챔피언 트로피. 1984년, 전후기 통합 챔피언이 된 이후 장장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이 우승을 위해 실로 눈물겨운 노력을 해 왔다는 점. 수시로 감독도 바꿔보고 김기태건 마해영이건 야구 좀 한다는 선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데려왔다. 갖은 구설수에도 아랑곳없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약이 오를대로 오른 삼성 수뇌부는 급기야 영원한 라이벌 팀의 적장을 영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5년간 연봉 최소 15억원(계약금 5억원 포함). ‘18년간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이라는 높은 확률도 그렇거니와 김응룡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대대적인 팀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었다. 과연 그들의 판단은 맞아떨어질 것인가?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결코 터무니없는 가정은 아니다. 시즌 중반까지 큰 흐트러짐 없이 안정된 전력을 선보이며 1, 2위를 오가고 있다. 이제 김응룡이 지휘하는 삼성을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는 데 딴지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실제로 삼성 내 김응룡 감독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180도 달라진 삼성 야구단이 그것을 입증한다. 감독이 구단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어두운 과거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삼성의 체질을 바꾸려는 김응룡 자신의 의도적인 행동이어서 구단에서도 감독의 통솔 방침에 관한 한 별 간섭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이렇게 달라졌다. 대표적인 ‘김응룡 효과’ 중 하나.
그러니 코칭 스태프나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거칠 게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곧 김응룡 감독의 스타일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흔히 그를 ‘호랑이 감독’이라고 해서 대단히 엄격하고 혹독하게 선수들을 다룰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훈련이든 경기든 그는 일단 선수나 코치들에게 일임해 두는 스타일이다. 그냥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그것이야말로 ‘김응룡 효과’의 진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야 땅볼을 친 선수가 베이스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지 않았다든지 훈련 시간에 지각을 했다든지 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직접 나서서 호통을 치고 2군으로 쫓아내거나 격리시켜 훈련하도록 명령을 내려 기강을 잡는다.
지난 4월, 삼성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하던 노장진이 계속 부진하자 김응룡은 곧바로 2군행을 지시했다. 그러자 그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하고는 잠적해 버렸다. 노장진은 한화 시절부터 몇 차례 팀을 무단 이탈한 경력을 갖고 있는데, 이선희 코치가 예민한 과거지사를 들먹거려 이에 노장진이 발끈한 것. 구단장까지 직접 나서 그를 달래보았지만 허사였다.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김응룡 감독은 며칠 내로 복귀하지 않으면 구단에서 쫓아내라고 지시했다. 어느 모로 보나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노장진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 팀에 복귀해 지금까지 2군에서 훈련하고 있다. 최고참 김기태건 국민타자 이승엽이건 1·2군을 오가는 벤치워머건 간에 그가 선수를 다루는 방식은 늘 일관돼 있다. 김응룡이 삼성에 부임할 당시,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도 한 가지였다. 어떤 선수든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을 가진 선수는 퇴출시키겠다는 것.
이런 김응룡의 방식이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삼성의 스타일과 얼마나 잘 어울릴지, 또 그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미지수. 환갑이 된 김응룡 감독도 예전에 비해 많이 유순해진 데다 5년 장기계약을 맺은 만큼 삼성의 스타일을 고분고분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삼성이 예전의 다른 감독을 대하듯 그를 대한다면 그는 스스로 구단을 떠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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