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을 보는 일
황주현
반쪽을 보는 일은 너무 밝지 않아서 좋다 오히려 겉은 흐릿하고 안쪽들이 더듬더듬 불들을 켜고 밝아지려는 그것이 좋다 반쪽을 남겨 두는 일은 나를 숨겨두는 일 같아서 좋다
눈을 지그시 반 틈만 열고 반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절반도 모르는데 마치 다 아는 것처럼 말하던 사람들은
끝까지 반을 열지 않는다
궁금해도 닫아 놓고 있다
당신을 반쯤 열린 나의 출구이거나 입구라고 여기던 날들이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당신을 통과해 여기까지 왔다 이만큼 왔으니 또 그만큼은 가야 한다고 말해서 또 좋다
반쪽을 생각하면
꼭 적도의 날씨를 떠올리는 일 같아서
그곳의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 같아서
가보지 않은 반쪽은 사실 그 어디에도 없다고 당신이 내게 말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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