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마음
한 달 전, 제 아버지 문인수 시인을 칠성꽃시장 한가운데에 자리한 천유원실버타운에 보내면서
그곳이 또 다른 "배꼽"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보름 전, 엄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 면회를 했습니다.
그 어느 날보다도 또렷한 표정과 눈으로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책임을 다하듯"
안부와 당부를 이어가는 아버지를 보면서 저는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면회가 끝나고 돌아서는 엄마와 저를 돌려세우며 사진 한 장 찍자고 하셨고,
그 사진은 또렷한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사진이 되었습니다.
열흘 전, 가벼운 폐렴으로 천유원 맞은편 한성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는 거불거불한 눈꺼풀을 애써 부여잡으며 명멸하는 숨소리를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식당의자"처럼 또렷한 아버지의 팔다리를 어루만지며
'젖어도 젖을 일 없는 전문가'가 되어 가는 아버지의 쉼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일주일 전, 아버지의 숨소리는 더 이상 명멸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년간 파킨슨으로 스러지지 않기 위해 용을 쓰던 아버지의 몸은 부드러웠고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돌이켜 생각해 보니 면회하는 날
아들의 "이제 됐다"와 아버지의 "이제 됐다"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지 이제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무엇으로도 덮어버릴 수 없는 "공백이 뚜렷"해졌습니다.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 후회, 슬픔,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럼에도 장례 기간 내내 아버지의 글벗 선생님들께서 조문해 주시고, 위로해 주신 덕분에
남겨진 저와 가족들은 잘 견디고 있습니다. 상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온-오프를 넘나드는 조문과 애도를 보면서
‘아버지’ 문인수는 잘 알고 있었는데,
‘시인’ 문인수는 잘 몰랐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아버지의 유산인 “시”의 행간을 톺아보려 합니다.
아들인 제가 과문한 탓에
때때로 생뚱맞게 귀찮게 글벗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미리 부탁드립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얻고, 잃는 마음을 잘 알기에
그 마음으로 아버지를 추억해 주시는 분들의 기쁜 일, 슬픈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아버지 문인수 시인의 장례를 대구시인협회장으로 치러주시고,
위로와 도움을 주신 모든 문인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아들 동섭 드림
* 아버지 휴대폰 전화번호는 그대로 놔두려고 합니다.
대구시인협회 회원 분들의 소식 전하실 일이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박상봉 작성시간 21.06.15 수고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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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언숙(사무국장) 작성시간 21.06.16 장례기간 시인의 빈소를 지키고 배웅해던 우리들에게도
그 빈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더 또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아침 얼마나 반가운지...'달북' 그리운 닉네임!
이렇게 고인의 빈자리를 채워 놓으신 아드님의 절절한 심경에 또 눈시울 적십니다.
늘 문인수 선생님의 등 뒤에서 든든한 버팀으로 함께 용쓴 아드님 수고했고 고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배웅해야 했던 우리들의 방식을 이해해 주십시오.
앞으로도 협회의 소식과 문단의 소식 제 소임껏 보내드릴게요.
사모님 건강과 가족분들의 건안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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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美林/신윤자 작성시간 21.06.19 지금, 무엇인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멀리 있어서 문상도 드이지 못한 마음이 무겁습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심상시인회"에서 "그대라면 난 괜찮아요"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신윤자입니다
문인수 시인께서 작년 봄, 제게 격려의 전화를 하셨을 때 저는 무릎 부상으로 깁스를하고 있었습니다
~깁스를 풀며~라는 시를 써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무늬만 시인인 제 자신을 추스려봅니다
시를 써야 하는 용기나 의욕이 생긴다면,... 잊지 않고 있겠습니다!!
"쥬니어 달북"으로 활동하시길 기대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