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들의 귀환 강태근 중편 소설집
이 소설은 강태근 소설가가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다섯 편의 중편을 묶은 중편 소설집이다. 70년대와 80년대를 비롯해 2020년 현재, 시한폭탄 같은 시대의 고민을 온몸으로 감당해온 작가의 시간을 치열하게 그리고 있다.
「목신의 오후」는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감원한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한 아버지의 딸이 정신과 의사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서글프게 그리면서, 병원 개업의인 형준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김처선전」은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로 네 임금을 모신 환관 김처선과 그의 아들을 통해 ‘충절’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 여자의 겨울」은 시도 때도 없이 불장난을 하는 딸을 가진 여자와 그를 상담하는 의사, 또한 그의 주변인들의 모습과 생활을 촘촘하게 엮어 만화경 같은 우리 사회의 진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 곁에 살다 간 나옹 선사」는 실명 소설로 경희대 문예장학생 동기들 가운데 시부문 문예장학생 조영호와, 한수산 작가의 필화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박정만 시인의 이야기를 리얼하게 들려주어서 한국 문단의 이면사로도 충분히 읽힌다. 「출구 없는 비상구」는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대안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장춘일 선생의 형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출구 없는 비상구’ 교육의 현주소를 충격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태근 작가의 중편 소설집 『숨은 꽃들의 귀환』은 해직 교수 출신인 저자의 체험과 현실적인 삶의 총체성이 느껴지는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을 바탕으로, 인간과 우리 사회의 아픔을 예민하게 진단하고 어루만져주는 감동의 귀환이다.
작가의 말
<목신의 오후>, <김처선전>, <그 여자의 겨울>은 어두운 70년대와 80년대에 햇볕과 자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숨죽이며 숨어있던 꽃들이다. <우리 곁에 살다 간 나옹 선사>, <출구 없는 비상구>는 최근에 <<한국 문학인>>과 <<한국 소설>>의 청탁을 받고 발표한 작품인데, <출구 없는 비상구>는 중편 분량의 이 작품이 원본이다.
시간의 저 편에 숨어 있다가 귀환한 꽃들아! 지하에 누워 있는 김관식 시인이 벌떡 일어나 “왜 이따위 이월상품을 명품이라고 백화점에 들고 나와서 볼썽사납게 설쳐대는 거야!”라는 치도곤이나 맞지 말거라! 제발! -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작가의 말
목신의 오후 · 15
김처선전 · 127
그 여자의 겨울 · 239
우리 곁에 살다 간 나옹 선사 · 307
출구 없는 비상구 · 407
소설가 강태근 소개
1948년 충청남도 논산시에서 태어났다.
고교 재학 시 제1회 대한민국 학생예술문화상을 수상하고 경희대학교 국문과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하여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2학년 때 황순원 선생님의 추천제의를 사양하고 추천제도의 관행에 식상한 문우들과 무크지 활동을 하다가 후에 계간문예지 『문학마당』을 창간하였다. 군 복무 시 국방부주최 광복30주년기념 현상소설모집에서 김동리 선생님의 선으로 작품 「고향」이 당선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대전시립문학관장을 역임했다. 작품집으로 중단편집 『신을 기르는 도시』, 장편소설 『잃은 사람들의 만찬』, 『이제 일어나서 가자(1, 2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