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이불 속에 앉아서도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용산 철거민 뉴스만 보면
눈꼽사이로 눈물이 바로 삐져나옵니다.
낮에는, 점심밥을 먹다가도
텔레비전에서 용산철거민 뉴스만 나오면
밥알을 씹는 중에도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흐릅니다.
그런데도
20일,,,,돌에 맞아서 여러 사람들이 다쳤다는 뉴스를 보곤...
더구나 진보신당 당원들도 두 명이나 얼굴을 꼬맬만큼 크게 다쳤다는 소식까지 만나곤
무서워서 촛불 시위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눈물 흘리고 아파하다가 어제는 결국!
서울역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에 갔다왔습니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서....옷을 어찌나 많이 입었는지..
(런닝구, 내의, 티 하나, 목티 하나, 추리닝 윗옷, 두꺼운 잠바...위쪽 옷
거들, 내의, 바지, 등산양말 두개, 등산화...아래쪽 옷)
절보고 사람들이 막 웃었죠...굴리면 그냥 구르겠다고...ㅋㅋ
추모대회 치르고, 급기야 거리행진이 이어졌고...
도로를 점거한 우리들은 여기저기 치닫는 중...
저녁도 안먹고 추운데 있어서 그런지,,,
나이 한 살 더먹어 그런지...
갑자기 밀어닥친 전경에 또 겁이 질린건지..
중간에 포기하고 인도로 나와버렸습니다...
저와 같이 갔던 사람들은,,,서울역에서...신촌을 거쳐 홍대 근처까지 거리행진을
열한시 너머까지 했답니다..차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저는..
사람들이 다리로 걸어간 그 길을 지하철로 따라가서...홍대 근처에서 다시 그들을 만났죠...
거리 시위가 끝난 즈음에....
아무도 잡혀간 사람도 없고 위험한 일도 없었다는데...중간에 도망친 내가...
억울하기도 하고,,,,집회장애증 있는 내가 서럽기도 하고...
그 신나는 거리행진을 마저 하지 못한 게 속상했지만..
저 대신, 그 멋진 행진을 치러낸, 나보다 나이들도 훨 많으신
동네 당원 언니오빠들이랑...소주를 마셨네요...
그래도 단단히 입었던 덕에...죽을만큼 춥지는 않았지만
서울역에서 집회를 하며....바닥에 앉아 잠시 쉬는데..
괜히 서글프더라구요...이렇게 추운 날....꼭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이...
추울 때 집회하면,,,안추울 때보다 왠지 더 서러운 마음이 들어요....
그래도....그렇게 집에서 눈물만 흘릴 때보다
비록 중간에 도망쳤을지라도,,,거리에 나가 돌아가신 분들 넋을 기리는
작은 촛불이 된 시간이....훨씬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어제는 좋은 소식도 하나 있었어요...
저 멀리 울산에서는 현대미포조선 노동자 두분이
백미터도 넘는 굴뚝 위에 올라가 30일 동안 농성을 하셨는데요...
그들이 올라간 이유야 뭐...너무 허탈한 거죠..일자리 돌려달라는....
현대공화국은 그들한테 '음식 보내는' 일조차 못하도록 방해를 했죠...
물이랑 초콜릿만으로 버텼던 그분들을 며칠전,,,의사 한분이 어렵게 올라가 진찰을 했는데
28일동안 대변을 한번도 못보았다고 하네요..그분들...동상도 위험하고...혈압도 엄청 낮고...
진보신당 대표님들이 릴레이단식을 하고....진보신당 울산 여러 당원분들이
아래서 긴시간 단식농성을 하고...그런 모습 보며...또 혼자 마음으로 많이 울었는데...
드디어!!! 회사가 노동자들한테 백기를 들었다네요..
노동자들 전원 복직 시키고....농성한 노동자도 해고하지 않고,,,받아들이겠노라고..
그게 어제 벌어진 소식입니다...
그 소식 듣고는,,,이번엔 기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얼마나 다행스럽고 얼마나 기뻤는지.......
그래서 서울역으로 더 용기있게 갈 수 있었죠..
명절 앞두고, 그 추운 날 거리에 나온 수천명 시민들과 함께 한 시간은...
참 행복하기도 했고요..
어제 하도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아직도 몸이 회복이 안되긴 하지만..
오늘 하루 잘 쉬면 괜찮을 겁니다...잘 쉬고.....낼부턴...명절모드로 들어가야 겠죠..
세상이 제아무리 미쳐돌아가도....언젠가는....제자리 찾을 날이 올겁니다...
제가 죽기 전에든, 죽은 뒤에든, 죽고도 한참 뒤에든......
그저 그 '언젠가'가 꼭 올거라는 믿음으로... 다음주 토요일에 있을
용산참사를 규탄하는 2차 촛불시위에 또 나가볼겁니다..
그 땐...어제처럼 도망안가고....제대로 거리를 뛰어볼 생각입니다..
그러자면...담배부터 끊어야 할 것도 같고...그거 조금 뛰었는데도...어찌나 숨이 차던지..
혹 경찰이 잡을라고 달려오면...달리기라도 잘해야 도망갈 수 있을 텐데 말예요...
숨이 차서 도망 못가서 잡히면 넘 억울하잖아요.... ^^
그럼....모두들 설 명절 잘 쇠시구요...
전 명절 앞두면....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몸살만 안났으면 좋겠다...'
하루종일 친정용 시댁용 명절음식 만들고...
친정시댁...이리저리 두탕 뛰고 나면....늘 몸살 바로직전까지 가는지라....
전 그래서..명절이 별로 안좋지만 다른 분들이라도 즐거운 명절 되셨음 합니다..
조상님들과 더불어, 이번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도 함께 추모하는..그런 명절도 됐음 좋겠고요.
아래 장면들.....미친 이 정부를...가감없이 보여줄 가슴아픈 저 기록을...
모두 함께 기억하는 그런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