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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가 여는 아침窓] 통합과 상존(相存)이 구현되는 세상(금강일보 2021.01.15일자)

작성자청송|작성시간21.01.16|조회수59 목록 댓글 2

[솔뫼가 여는 아침窓] 통합과 상존(相存)이 구현되는 세상

  • 기자명 금강일보
  • 입력 2021.01.14 15:05
  • 수정 2021.01.14 15:17

김영훈 대전문인총연합회 명예회장

[금강일보]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을 향해 늘 정의롭게 살라고 일러왔다. 불의에 굴복하지 말고, 강자에게 아부하지도 말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라고 가르쳐왔다. 또 이웃과 사랑하고, 아껴주며 편을 가르지 말고 사이좋게 살라고 알려줬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세상을 다스리며 살 수 있었던 건 인(仁)의 사상으로 자비를 베푸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사랑’이라는 덕목을 삶의 으뜸으로 삼으며 살아왔기에 인류는 상존(相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어른들은 젊은이들 바라보기가 민망하다. “꿈과 희망을 가꾸며 바른 마음으로 근면 성실하게 살아라”, “올곧은 마음으로 정직하게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고,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은 그동안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향해 누누이 강조해 온 말들인데, 요즘에는 할 말이 없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론 본을 보여주지 못하고, 사표(師表)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정의는 없고 그저 ‘내 편’만이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유교사회가 만들어준 인륜도, 전통적인 가치관도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가 우리의 삶을 컨트롤해주지도 못한다. 종교지도자들도 편 가르기에 앞장서고 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표를 단 이들의 정쟁만 있을 뿐이다. 젊은이들의 삶에 희망을 주기는커녕 천정부지로 오르는 고가의 아파트만을 바라보며 상실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쪼개지고 갈라지고 낭떠러지로 추락하는지 모르겠다. 정의로움으로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을 화합시키기는커녕 삶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기주장만을 펴는 유튜브 방송도 만연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고 있노라면 세상이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만 같아 가슴이 철렁해진다.

 

인간은 누구나 어린 시절 부모에게 가정교육을 받으며,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지식을 체계화하고 교양을 쌓으며 인격을 다듬어 나간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상대를 배려해주며 따뜻한 인성으로 보듬어주는 방법을 배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그런 역할을 해줄 어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모도 자신의 피붙이를 위해선 공정성을 잃을 만큼 집착하지만 사회정의엔 무관심이다. 이런 현실 속에 국민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분명 이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가면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을 텐데 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입을 다문 그들의 침묵 또한 걱정스럽다.

 

화합하고 어울리면서 정의롭게 살아가는 게 인간의 삶인데 자기편만이 옳다고 하니 그게 걱정이다. 빈부 간, 지역 간, 이념 간 갈등만 있다. 철학이 있는 정치,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 채 상대를 끌어내리는 적폐청산만 있다. 힘을 내세우며 자기들만 당당하다. 한 번도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단칼에 고치고, 자신은 공직에서 나오자마자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는데도 상대를 겨냥해선 퇴직해 1년쯤은 지나야 정치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위안부할머니를 내세워 이 코로나 정국에 자신의 생일파티를 하는 파렴치한 이도 있다. 그것도 재판 중에 자숙해야 할 국회의원이 그러고 있다.

5000년을 사는 동안 분열하면서 통합하는 역사를 만들어내지 못해 광활한 땅을 잃고 한반도로 쫓겨난 우리다. 분열로 인해 고구려가 망했다, 충신을 멀리하고 간신들 틈에 흔들린 지도자로 인해 백제는 망했고, 왕을 비롯해 수천 명이 포로로 붙잡혀 불귀의 객이 됐다. 임진왜란의 치욕도 모자라 남한산성 굴욕 이후 청에 끌려가 고달픈 삶을 살다 돌아온 환향녀들의 피가 지금도 우리 몸속에 흥건히 고여 있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이고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다. 일제에게 온갖 수난을 겪었던 아픈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그 몹쓸 역사의 전철을 밟고 있다. 정의는 없고 힘의 논리 속에 상대를 깔아뭉개려는 투쟁만 있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청·일에 의해 두만강 건너 간도 땅을 내줬고, 북한은 중국에게 백두산을 반쯤 떼어줬다. 이러다 언젠가는 한반도에서도 못 살고, 저 남쪽 작은 섬으로 쫓겨 갈지도 모른다. 통합과 상존이 구현되는 세상을 보고 싶은데, 더 강해져야 하는데, 서로가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면서 융성해지는 나라가 되어야 할 텐데…, 신축년 새해를 맞고도 조상들이 밟아온 분열의 역사를 되풀이할 게 뻔하니 그게 걱정이고,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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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영훈 | 작성시간 21.01.17 청송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에 유의하셔요.
  • 작성자우리집마님 | 작성시간 21.01.19 올려주신 글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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