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잠만자고출근
“저기 봐. 리베로가의 미친년이다.”
길을 걷는데 사람들이 나를 보고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지 뭐야.
소리가 들린 쪽을 노려봐 주자 날 욕한 사람은 찍소리도 못 하고 도망갔어.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란 놈!
나는 나보다 약한 사람의 욕은 듣지 않아!
나보다 모자란 사람의 욕도 듣지 않아!
나는 리베로가의 장녀 티테 리베로!
성도 제일의 미녀이고 재녀라고!
내가 사랑하는 분은 말이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귀한 분이셔.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건 남들 눈에도 좋아 보인다더니 어쩜 그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아.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분을 탐했거든.
그를 보호해 주던 성신의 배려는 나를 만나면서 쓸모없어졌어.
그의 운명의 상대가 등장했으니까!
더는 순수를 간직할 필요가 없었던 거야!
그가 순수를 바칠 상대, 운명의 이끌림이 작용하는 단 한 사람!
바로 나 티테 리베로가 그의 인생에 등장했으니까!
“영애, 신전은 출입 금지입니다.”
“신의 집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에요. 신의 검을 자처하면서 그것도 몰라요?”
“영애의 말씀대로 신전은 성신의 가호 아래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입니다. 하지만 리베로 영애에겐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 교황 성하께서 특별히 하명하셨습니다.”
“전 교황 성하를 뵙지 않아요. 요한을 만나러 왔습니다.”
“추기경 예하는 뵐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어머? 요한은 제가 보고 싶을 거예요.”
“그러실 리 없습니다.”
“과연 리베로 가문의 미친년이야. 수치도 모르나 봐.”
“미친년인데 수치가 뭔지는 알겠어?”
“그 얘기 못 들었나? 추기경 예하께서 리베로 영애 얘기라면 치를 떠셔서 요즘은 그분 귀에 리베로의 ‘리’ 자도 들어가지 않도록 다들 조심한다네.”
“가엾은 분. 그 성스러운 분께 어쩌다 저런 미친년이 들러붙었을까.”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어디 넘볼 사람이 없어서 추기경 예하를 넘봐.”
성기사들이 나를 구석진 곳으로 옮기고 내 앞을 가로막았어.
신전 앞이 시끄러워지더니 말을 탄 사람 몇이 신전 밖으로 나왔어.
그리고 나는 봤어.
내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 운명의 반려 요한을!
“요한! 나예요! 내가 보고 싶었죠? 나도 보고 싶어서 보러 왔어요! 저녁 식사 하셨어요? 전 아직인데 같이 하실래요?”
“밤이 늦었습니다. 신전 주변이라도 위험하니 속히 가문으로 돌아가십시오. 그럼 이만.”
요한은 황급히 성호를 긋더니 말 위로 올라타려고 했어.
나는 그를 붙들었어.
주위에 보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부끄럼을 타더라고.
하여간 내 사랑은 부끄럼이 많아서 탈이었어.
“떨어지십시오!”
성기사들이 거칠게 날 그와 떼 놓으려 했어.
난 안간힘을 썼지.
“요한! 이 무례한 자들을 벌하세요!”
“너무 험히 다루지는 마십시오.”
“예하, 아예 인정을 두지 마셔야 합니다. 리베로 영애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런 자를 상대할 때엔….”
“요한! 사랑해요! 당신도 날 사랑하죠? 난 다 알아요! 나한테 첫눈에 반했잖아요!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당신이 환속해서 알거지가 되어도 내가 먹여 살릴 테니까!”
쥰 추기경이 나를 노려봤어.
뭐, 쥰 추기경이 날 싫어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지.
나는 모두가 사랑하는 성직자 요한을 환속시킬 여자니까.
추기경 동료인 그의 눈엔 내가 요한에게 주어진 신성과 사명을 타락시키는 요녀로 보이지 않았을까?
난 성기사를 뿌리치고 요한에게 달려갔어.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꽈당 넘어졌지.
“진짜 다치셨습니까?”
“리베로 영애를 치료해 주고 신전에서 하룻밤 머물게 해 주십시오.”
“요한 추기경!”
“정신이 성치 않은 자입니다. 발목까지 다쳤으니 신의 종 된 자로 무시할 수 없죠.”
나는 아차 했어.
내가 넘어진 게 얼마나 꼴사나웠으면 요한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물론 그런 말 따위로 요한의 마음을 의심한 건 아니었어.
요한이 나를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을 주지(周知)의 사실이니까.
사랑하지 않으면 내 상처를 봐 주라고 할 리 없고 사랑하지 않으면 신전에서 하루 묵으라고 말해 줄 리 없잖아?
여신관들이 와서 나를 부축했어.
요한은 쥰 추기경과 함께 신전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렸어.
여신관들은 내 발목을 치료해 주지 않았어.
하룻밤 몸 누일 공간만 빌려주고 날 방치했어.
아, 방치는 아니야.
성기사들이 내가 있는 방의 문과 창문 등등, 곳곳을 경비했거든.
내 안전을 걱정한 요한의 조치가 아니었을까?
나와 그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 알아?
그날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어.
지금 쉬지 않고 내리치는 벼락만큼의 폭죽과 불꽃이 나를 위해 준비됐어.
나, 티테 리베로.
나와 그의 만남을 위해 준비되었던 거야.
<책소개>
티테는 요한을 사랑한다. 요한은 티테를 사랑할까?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 안경원숭이
(갸는.. 리디북스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했슈..)
종종 트위터 실트에 오르길래 궁금해서 읽었다가 충격받았던 소설이야 ㅠㅠ
올해 안에 웹툰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니까 궁금한 여시들 웹툰 나오기 전에 한번 읽어보는거 추천할게!
근데 절대로 스포보면 안돼!!! 제발!!!!
희란국 연가
잠자는 바다
페르세포네를 위하여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누가 도로시를 죽였을까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절벽에 뜬 달
사마귀가 친구에게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메리 사이코
문제 시, 울면서 수정할까.. 삭제할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겁대가리없어 작성시간 21.06.23 요한은 티테를 사랑해.......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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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낮새 작성시간 21.12.11 재밌단 얘기만 듣고 소장해놨는데 읽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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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어둠간호사 작성시간 22.09.10 나 방금 보고 울고오는 중ㅜㅜ 맘이 너무 아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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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철의 삶 작성시간 22.10.27 나 이거 제목을 진짜 잘 지었다고 생각해 ㅋㅋㅋ 이 얘기에 관해서 말하려면 꼭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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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건빨래해야됨 작성시간 23.03.04 요한이기적인색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