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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폐하는 죽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시나요?

작성자잠만자고출근|작성시간22.02.14|조회수10,319 목록 댓글 16

출처 : 여성시대 잠만자고출근











햇볕 강한 여름날의 죽음이었다.





라리에트 이사벨 드 벨루아,

벨루아 백작가의 장녀는 귀족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사치한 죄,
벨루아 백작령을 성심성의껏 돌보지 않은 죄,
감히 세금을 횡령한 죄,
아버지인 벨루아 백작의 역모를 알았음에도 이를 숨기며 심지어는 함께 도모한 죄,
이하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부끄러운 죄목이 무수하므로 사형을 선고한다.”



나는 넋을 잃었다.

빌어먹을 판관의 입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죄목 중 억울하지 않은 게 없지만, 가장 억울한 것은 제일 먼저 언급된 사치죄였다.



「절약, 절약, 절약! 벨루아의 백성이 피땀 흘려 바친 세금을 허투루 쓰지 말거라!」

 




아직도 귓가에 웅웅거릴 정도로 아버지의 매서운 호통을 매일 듣고 자란 나는 보석이 수놓인 드레스나 동방에서 들어온다는 비단 장식에는 관심도 줘본 적이 없다.
무도회에 참석할 때면, 저 영애는 멋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수군대는 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치욕적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영지의 백성을 우선으로 했다.



“라리에트 이사벨 드 벨루아, 마지막 변론을 할 기회를 주겠다.”



“……변론?”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변론은 무슨 놈의 변론? 저 수많은 죄목 중 정말로 내가 저지른 것이 있어야 변론을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변론 대신 법정의 저 끝에서 무감동한 얼굴로 나에 대한 사형선고를 지켜보고 있는 황제를 향해 돌아섰다.





내 죽음이 마치 당연한 일상이라는 양 차분한 그의 얼굴에 기막혔다.

나와 마주한 그의 입가가 조금 일그러진다.
나는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고 활짝 웃어주었다.
그의 잔인한 성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색감의 초록 눈을 노려보면서,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악을 꾹꾹 눌러 씹어뱉었다.



“망, 할, 새, 끼.”



물론 내가 그를 다시 만날 일이 있을 줄은 모르고 말이다.

 

 

 

 

 

 

 

 

 

 

 

 

 

 

 

 

 




 

 

 

눈을 떴다.




나는 내가 ‘눈을 떴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전제부터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었으니까.



뭐지?

그럼 여기는 천국인가?

나는 사형을 당할 만큼 죄를 짓지는 않았으나, 착하게 살지도 않았는데.



나는 쿵쿵 뛰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방을 훑어보았다.





그래.

나는 이 방을 안다.

아버지가 어렸던 나와 르한에게 벌주실 때에 종종 쓰던 ‘참회의 방’으로 백작저의 별채에 딸린 낡은 다락방이다.
혼자 있는 것과 어둠을 질색하던 내가 무척 싫어했던, 열두 살 이후로는 들어와본 적이 없는 곳이다.

 

 

 

 

 

 

 

 

 

 

 

 

 

 

 

 

 

 

 

 




나는 분명 열여덟의 여름날, 단두대 위에서 절명했다.

가축을 도륙하듯 저급한 방식이었다.
그 피의 고귀함과는 상관없이 벨네르니의 대역죄인들은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상상하던 것처럼 거대한 고통도 내 핏기 가신 얼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일도 없이, 나의 죽음은 고요했다.

 




그래.

나는 그렇게 죽었다.



지금부터 내 인생의 초점은 ‘생존’이다.



나는 정치에 관심을 둔 적이 없어 아버지가 귀족 사이에서 어떤 위치인지,
지금은 황태자일 우리 가문을 몰살시킨 황제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조금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알아야 했다.
황궁 무도회에서 스치듯 본 것이 다인 그 미친 황제에게 어떻게든 잘 보여야 했으니까.

망할 새끼.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사셨는데 반역 같은 치욕스러운 죄를 뒤집어씌워?





루페르트 황자,
후에 라스페리히 1세가 될 남자는 황태자로 책봉되기 전에는 황녀로 살았다.
외척이 전무하다시피 한 아르델 황후가 지지기반이 약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낸 꾀였다.



너무너무 밉고 싫지만, 나는 그가 아버지에게서 그렇게나 듣고 싶어 했을 사탕발림을 계획했다.





꿀과 설탕을 듬뿍 바른 아첨으로 청렴결백한 아버지를 대신해 벨루아를 지킬 것이다.

 

 

 

 

 

 

 

 

 

 

 

 

 

 

 

 

 

 

 

 

“전하, 모네입니다. 새로 들어온 시녀가 있어 소개드리려고 왔습니다.”





“벨루아라고.”



“예, 전하.”



“남부의 벨루아, 귀족원의 명예의장인 벨루아 백작의 딸인가?”



“예, 전하.”



나는 공손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최대한 순종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이 방에 들어온 후 제대로 허리를 펴지도 못했다.





그러나 루페르트는 나를 보지 않는 것으로 간단하게 내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네가 황궁에 들어온 건 벨루아 백작의 뜻인가?”



“아니요, 제 의지로 온 것입니다.”



“네 의지로 황궁에, 그것도 나한테 왔다?”





루페르트는 가해자인 동시에 벨루아의 몰락을 막아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전하의 것은 아끼신다 하셨죠?”



“그래.”



“그럼 제 모든 것을 가져주세요, 전하. 그래서 아껴주세요.”





자신이 가진 모든 것. 벨루아, 아버지, 어머니, 르한, 그녀가 사소히 예뻐하는 들꽃마저도.

 

 

 

 

 

 

 

 

 

 

 

 

 

 

 

 

 

 

 

“알았나?”



“무얼요?”



“내가 남자라는 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장총을 쥐고 나를 조준했다.



“역시…….”





“죽이는 게 간단할 것 같다.”

 

 

 

 

 

 

 

 

 

 

 

 

 

 

 

 

 

 

 

 

 

 

 




 

 

“부디 저를 사랑하지 마세요.”



네가 싫다면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살겠다.



“꿈에도 나오지 마세요.”



칼날처럼 잔인한 말.

귓가를 타고 들어와 한 줌 남김없이 찢어발겼다.

 

 

 

 

 

 

 

 

 

 

<책소개>
열여덟.
폭군을 향한 아버지의 간언 때문에 내 목은 가문과 함께 단두대 위에서 잘려나갔다.
그리고 다시 눈뜬 열두 살의 생일.
가문을 살리기 위해 나는 폭군의 간신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니 폐하, 우리 좀 친해져봐요.
성심성의껏 잘해드릴 테니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저는 진짜 전하 편이라니까요? 완전 맹세!”
“입 닥쳐.”

그런데 인간불신에 빠진 이 폭군 유망주, 점점 만만치가 않아진다.

“전하, 제가 당신을 기만하게 하지 마세요.”
“네가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이 기만뿐이라면 그리해.”
“네?”
“다시 말하지만, 난 내 건 아껴. 내 허락 없이 네 몸에 상처 내지 마.”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 - 에클레어

(전 플랫폼 구입 가능)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웹툰) - 하연, 혜용

(갸는.. 카카오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슈..)

 

 

정식사이트에서 봅시당



#서양물 #회귀물 #여장남자 #관계역전 #까칠/오만남 #상처남 #상처녀
(본문의 내용은 작품에서 발췌했습니다. 문제 시 알려주세요.)






 

혹시 자신을 죽인 남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어?

난 절대 불가능인데, 이 작품은 보다보면 납득하게 되더라고..
그만큼 느리지만 감정선 빌드업이 탄탄한 작품을 좋아하는 여시들에게 추천할게!

 

 

 

 

 

 

 

 

희란국 연가

요한은 티테를 사랑한다

잠자는 바다

페르세포네를 위하여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누가 도로시를 죽였을까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절벽에 뜬 달

사마귀가 친구에게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메리 사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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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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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심바냐 | 작성시간 22.02.17 제목이 장벽이네. 가벼운건 줄알았는데 각잡고 진지한게 존나 내취향이야. 추천 고마워~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예의없다.. | 작성시간 22.05.01 ㅇㅈ...
  • 작성자예의없다.. | 작성시간 22.05.01 재 밋 다...
  • 작성자우린봄이오기전에 | 작성시간 22.06.18 재밌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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