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자를 사랑한 남장여자가 남자가 되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파이스토스라는 섬에
텔레투사라는 여인이 살았다.
텔레투사는 뱃속에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바로 남편이 그녀에게 한 말 때문이었다.
여보, 나라고 이런 말을 하고픈 건 아니나,
우리 집은 살림이 넉넉하지 않소.
아들이 아닌 딸을 낳는 것은 우리에게 짐이 될 뿐이오.
딸을 낳는다면 나는 그 아이를 죽일 테니 그리 아시오.
텔레투사는 마음이 너무나 답답하고 슬퍼
울며 신들에게 기도할 뿐이었다.
그녀가 만삭이 될 즈음. 꿈에 여신 이오가 나와 말한다.
사랑하는 텔레투사! 너의 그 끝없는 염려가
마치 헤라의 계속되는 괴롭힘을 받던 날 보는 듯하구나.
내가 너와 네 아이를 보호해 줄 테니 걱정마렴.
(*이오는 암소로 변해
헤라에게 뒤지게 갈굼받던 적이 있다)
일단 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딸이거든?
근데 괜찮아 걍 구라치고 남자처럼 키워ㅇㅇ
과연 텔레투사는 딸을 낳고,
이오의 말대로 딸을 아들이라고 속이고
남편에게 아이를 길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낸다.
남편은 아기에게 이피스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데,
텔레투사는 그 이름이 남녀 모두에게 어울려서 기뻐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진'이란 이름 정도가 되겠다.
그렇게 이피스는 남장한 채로 자라나
여성으로도 어여쁘고, 남성으로도 잘생긴 외모가 되었다.
어떻게 안 들켰는지는 글쓴이도 모른다.
뭐 애아빠가 육아에 무관심했나 보지
이피스의 혼기가 다가오자 그녀의 아버지는
이안테라는, 크레타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발 여성과
이피스를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
이피스는 이안테와 어릴 적부터 함께 놀고 공부하며
이미 마음 속 깊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이안테도 이피스와 결혼할 날만을 꿈꾸고 있었지만,
이피스는 여성이 여성과 결혼할 수는 없고
자신이 여자인 걸 알면 이안테가 경멸할 것이라며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시름시름 앓으며 괴로워한다.
텔레투사는 텔레투사대로, 이피스가 결혼했다간
그 순간 바로 남장이 들킬 위기니 다급하다.
결혼을 미루고 미뤘지만, 이제 핑계도 다 떨어지고...
결국 이피스는 결혼식 전날, 어머니와 함께 신전으로 가
간절히 빌기 시작한다.
여신이시여! 일찍이 모든 동물이,
암컷을 욕정하게 하는 것은 수컷임을 저는 압니다.
그러나 저는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일찍이 파시피에가 인간의 몸으로 소를 사랑하긴 했지만,
적어도 그 소는 수컷이 아니었습니까?
저는 그 파시피에보다도 비참한 사람입니다.
다이달로스가 아무리 손재주가 좋다고 한들
저를 어찌 남자로 바꿀 수 있겠습니까?
제가 제물을 약속드릴 테니 도와주소서!
아무리 그래도 수간충보단
이피스가 백 배 낫지 않은가 싶은데 뭐 넘어가자.
텔레투사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가 들키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여신님의 보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가즈아!!!!
알겠다
모녀가 기도를 마치자, 마치 이오가 알겠다고 대답하는 듯
신전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모녀는 깜짝 놀라 신전을 나서기 시작하는데...
오... 아래에 뭔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 들...
?! 진짜네?
이피스는 신전을 나서자마자 목소리가 굵어지고,
힘줄이 튀어나오고, 목젖이 생기는 등
한순간에 남자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렇게 남자가 된 이피스는 기뻐하며
사랑하는 이안테와 즐거운 첫날밤을 보내고...
동시에 여신께 제물을 드리며
'처녀 이피스가 약속한 제물을 청년 이피스가 바칩니다'
라고 감사드렸으니, 뒷마무리까지 꼼꼼하다.
뭇 성격파탄 신들과는 달리 친절하게 제물만 받고
해 달라는 거 다 해 주는 착한 이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엑스트라인 줄 알았던 이오가 중요하게 나오는 것은
이집트에서 '이시스' 여신과 동일시되어 숭배되었기 때문이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