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가고 8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어섰다. 중순을 넘어서자 숨이 멎을 듯 내리쬐던 한여름의 태양도 어느 정도 수그러든 모양새다.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가 간간히 내리던 19일 영암읍 망호리 망호정 마을을 찾았다. 망호정마을은 영암 기찬랜드에서 영암군수도사업소 방면으로 약 1㎞정도를 가다보면 우측에 자리하고 있다.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회관에서 약 100m정도 떨어진 팔각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각정에는 주민들이 모여 간단한 탁주와 삶은 오징어를 나누고 있었다. 갑작스런 낯선 사람의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반갑게 맞으며 마을에 대한 소개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마을주민 이상욱씨는 "예전에 망호정 마을의 출신들이 경찰서를 제외한 공공기관에서 활동할 정도로 대단했다"며 "이는 망호정 마을이 배산임수형 배 형국을 띄고 있는데다 교육열이 높아 인재가 많이 배출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약 500년 전 경주이씨 익제공이 마을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의 풍광에 매료돼 터를 잡아 지금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특히 배산임수가 좋은 지형 탓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일제시대에는 마을에 2곳의 서당이 운영되면서 인근지역의 주민들까지 망호정마을을 찾아올 정도로 영암의 또 다른 교육 중심지였다.
 
하지만 망호정마을이 자랑했던 드넓던 바다는 1985년 경지정리가 되면서 없어졌고 7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배가 드나들었던 배나태(湖陰亭;배마태)는 80년대 초반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영산강하구에 4.3km의 둑을 쌓으면서 뱃길이 끊겼다.
 
이에 망호정 주민들의 산업은 자연스럽게 벼농사로 이어졌다. 특히 망호정의 벼농사는 미생물과 우렁이를 이용해 100%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이같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쌀은 대부분 영암농협을 통해 자매결연지인 현대증권과 지역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된다. 그 면적만 약 100㏊가 넘을 정도로 대단하다.
 
망호정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참빗이다. 논 농사 외에는 마땅한 경제활동거리가 없었던 망호정마을에서 참빗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려진 영암 대표 특산품이었고 1930~40년대에는 일본, 만주 등지까지 수출이 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근래에 이르러 참빗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 명성도 크게 줄어든 상태이다.
 
참빗이 사양길로 접어들 무렵 망호정마을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바로 연꽃이다. 망호정마을의 연꽃은 마을 회관을 중심으로 팔각정에 이르기까지 연꽃 재배단지가 펼쳐져 있다.

이는 이경호(62) 현 이장이 마을에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2006년부터 연꽃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을의 주요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내년에는 연을 이용한 가공산업도 시작될 계획이어서 전국적인 우수농촌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수년사이 게이트볼장, 팔각정, 솔밭 쉼터, 연방죽, 꽃길, 한옥개량사업 등이 영암군과 영암농협의 지원에 힘입어 활발히 전개되어 더욱 아름다운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유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00여년동안 영암에서 자리를 지켜온 자연부락인 망호정 마을은 오랜 역사와 더불어 마을주민들의 자조적인 노력이 더해지면서 수많은 인재도 배출해냈다.

출신 인물로는 검찰청에서 재직 중인 이기선씨와 전 광주대 총장을 역임한 이재원씨, 4선 영암농협 조합장을 지낸 이상욱씨 등을 비롯해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중인 이성우씨, 이금희씨, 이봉식씨 등이 있다.
 
이경호 이장은 "망호정마을은 경주 이씨 익제공파 집성촌으로 어느 마을보다 주민들끼리 유대감이 좋고 단합심도 좋다"며 "예전에 비해 마을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다시금 망호정마을이 큰 마을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만난사람 - 이상채 씨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

팔각정에서 마을주민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던 이상채(81)씨를 만났다. 이 씨는 망호정에서 태어나 80여년이 넘게 망호정을 지켜온 토박이로 마을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 씨는 "망호정 마을은 예부터 경주이씨 집성촌이다보니 항상 가족같은 분위기가 자랑이었다"며 "지금도 음력 9월 중정 때마다 유림제를 갖고 매년 대동계, 문계, 종계를 통해 마을주민들과의 유대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씨는 "다른 농촌마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산업화로 170여호에 이르던 마을규모가 60호로 줄어들어버렸다"며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70~80대 노인으로 농사를 짓는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 씨는 "마을이 노령화되고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마을의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민공동 소득을 위해 관광객이 쉬어갈 수 있도록 연꽃방죽, 물레방아, 구름다리등 쉼터 설치와 연 관련 상품개발과 전통의 특산품 참빗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망호정 마을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