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난 이래로 자신을 대하는 세상의 적대적인 태도를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비관적인 기분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한 평생 괴롭힌다.
태어나자마자 이 작은 인간에게는 크나큰 힘의 공격적 기운이 덮쳐온다. 그는 자궁 속에 홀로 누워 있다. 그곳은 아늑하고 따듯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갑자기 무언가가 이 작은 인간을 안락한 곳으로부터 붙잡아 끌어낸다. 그는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아마도 이 작은 인간은 그녀에게 고통을 준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그리하여 죄책감의 기초가 깔린다.
눈부신 빛이 그의 눈에 부딪혀온다. 그는 눈을 꽉 감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고 한다. 촉촉하고 따듯하던 느낌은 가혹하게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으로 바뀐다. 그는 몸을 웅크려 이 모든 끔찍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차단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다짜고짜 덤벼들어 탯줄을 끊고 생명의 근원과 이어진 유일한 연결선을 무례히 파괴한다. 작은 인간은 이미 죽음의 충격속에 놓인다. 그는 숨이 막힌다. 그는 아직 숨을 쉬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그들은 그의 엉덩이에 평생의 상처가 될 일격을 가한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공기가 그의 폐를 뚫고 들어온다. 숨 쉬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주어진 조건은 가혹하다. 생명을 위해 몸부림치든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 순지무구하고 순수한 마음은 최초의 교훈을 얻는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야 말로 이 세상의 필수불가결한 일부라는 것 말이다. 작은 인간은 상처입고 겁에 질려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 모든 만행조차 모자란다는 듯, 그를 어머니로부터 떼어내서 단단한 상자속에 넣어버린다. 기진한 그는 이 세상을 피하여 꿈속으로 자신을 숨기려고 애쓴다.
이것이 인간이 세상에 처음으로 대면할 때 일어나는 일이다. 두려움, 외로움, 절망, 분노, 흥분, 그리고 지독한 무력감. 이것이 마음의 백지 위에 가차없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최초의 교훈이다. 펜듈럼의 바라는 일이 그대로 개시되었다. 바로 오늘날까지도 이토록 어처구니 없는 출산법이 문명화된 방식인 양 널리 선전되고 시행되는 데에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출산이 인간의 잠재의식 속에 일생의 깊은 상처를 남겨 놓는 끔찍하기 그지 없는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거의 없다. 동물 세계의 그 어떤 생물도 세상에 나올 때 이 같은 일을 겪지는 않는다. 오직 지극히 소수의 비싼 병원에서만 '인간적으로' 태어날 수 있다.
펜듈럼 세계의 최초의 가혹한 교훈은 단단히 학습되고, 그것은 이어지는 삶을 거치는 동안 더욱 더 공고히 다져진다. 어느 날, 작은 인간은 어머니의 품 안을 나와서 순진한 용기로 가득 찬 채 즐겁게 삶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펜듈럼의 세계는 삶이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본때를 보기 좋게 보여주고, 작은 인간은 쓰러진다. 그의 어머니는 아이가 차에 치일까봐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나는 인간의 내면에 이런 '비관적 성향'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낙관주의의 선한 의도는 종종 구름 위를 날면서 하늘에 성을 쌓는 사람이나 땅위의 모든 요새를 날려버릴 힘을 모으는 (실없는) 사람으로 귀결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