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창으로 모두가 通(통)하다!
혹시 ‘굿닥터’라는 연극을 아시나요?
지난 5월 서울소년원(고봉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유인촌 전 장관과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연습해 발표한 작품인데요.
(궁금하시면, 클릭 ! -> 유인촌 전 장관님, 잔소리 좀 그만해주세요!)
http://blog.daum.net/mojjustice/8704963)
당시 아주 멋진 연기를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던 서울소년원 학생들이 이번에는 TV에 나왔습니다.
바로, 요즘 청춘 합창단을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였죠.
▲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서울 소년원 공연
방송이 나가자마자 ‘진한 감동을 받았다’, ‘여운이 남는다’, ‘공연을 보다 울컥했다’는
시청소감이 줄줄이 이어지며, 많은 이슈를 모으기에 충분했는데요.
역시 음악은 사람들을 通(통)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여기 노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분들이 또 계시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분들일까요?
■ 그들의 노랫소리, 담장을 넘어 세상 밖으로 나오다
▲ MBC 라디오 '시선집중'의 진행자 손석희 씨
지난 13일,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동요가 하나 흘러나왔습니다.
‘반가워’라는 곡이었는데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의정부 교도소의 아카펠라 합창단이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아카펠라 환타지아’라는 수형자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카펠라를 배워 온 15명의 아카펠라 합창단원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 아카펠라를 연습중인 의정부 교도소 ‘아카펠라 합창단’
■ “나에게는 단순한 아카펠라가 아닙니다”
사실 이들 중 대부분은 아카펠라를 처음 접해봤다고 합니다.
사회에서 합창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배운 끝에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인데요.
열정과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아카펠라 합창단의 단원 분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아카펠라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예전에 제가 좋아하는 팝송을 아이들이 연주해주고는 했습니다. 이 곳에 와서 그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카펠라를 시작한다고 해서 이렇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출소를 하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작은 음악회를 해보고 싶습니다.
Q. 아카펠라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이 있으세요? A. 이 곳에 처음 왔을 때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카펠라를 시작한 후 아이들이 음악을 연주해주었던 생각도 나고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밖에서는 모르겠지만 수형자 입장에서는 아카펠라가 단순히 아카펠라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소통도 하고 나도 행복하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일입니다.
Q. 아카펠라 뿐 아니라 노래를 처음 배우시는 건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선생님께서 쉽게 가르쳐 주시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음악에 단순하게 접근하고 악보를 볼 필요도 없어 따라가기도 편하고 옆에서 보조하시는 분들도 잘 가르쳐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단원들간 팀워크도 잘 맞고 배우려는 열정도 있어 어렵지는 않습니다.
Q.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셨는데 기분이 어떠셨어요? A. 사실 제가 손석희씨 팬입니다. 손석희씨를 직접 만나고 싸인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요. 사실 그대로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말씀하셔서 더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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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펠라 환타지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합창단을 만드신 분은 바로 의정부 교도소의 김영찬 교위님이십니다.
교위님과도 간단하게 인터뷰를 해 보았는데요.
Q. 아카펠라 합창단을 만드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이 곳에서 문화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국악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가야금 연주와 같은 악기 연주는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교도소와는 잘 안 맞는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교정기관 문화프로그램 담당자 워크샵에서 아카펠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직접 공연을 하는 것을 보았고 체험도 해 보았는데 저희 교도소에 도입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올해 이 프로그램이 신설되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Q. 아카펠라 합창단이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보시던데 어떤 생각이 드세요? A. 교도소 내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주입식 교육도 많습니다. 주입식 교육은 처음에는 잘 진행되지만 결과 면에서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합니다. 교육의 의미도 퇴색이 되고요. 반면 음악프로그램은 직접 참여하니 호응도와 열의도 높고 교육을 통해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옆에서 보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보람 있는 일입니다.
Q. 앞으로 아카펠라 합창단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으세요? A. 작년에 교정의 날 행사에서 청주여자교도소 ‘하모니 합창단’의 공연을 직접 보았습니다. 이왕이면 저희도 잘 되어 교정의 날 행사에 출연해 보고 싶습니다. 수형자 분들께 미리 의사를 물어보았는데 어떤 분들은 가고 싶다고 하고 또 어떤 분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셔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활성화되면 의정부 교도소의 대표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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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 더 멋진 합창단이 되기를……
합창 중에서도 아카펠라는 어려운 음악이라고 합니다.
서로의 목소리만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또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멋진 음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인데요.
아마 의정부 교도소 아카펠라 합창단도 처음 시작은 매우 어려웠을 듯 합니다.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이 이 곳에서 만나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아카펠라 환타지아 연습곡 中>
아카펠라를 시작한지 겨우 3개월, 하지만 이들의 실력은 일취월장입니다.
과연 몇 달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지 정말 궁금한데요.
앞으로 아름다운 이들의 목소리가 더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며...
더불어 의정부 교도소의 아카펠라 합창단이 더욱 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함께 기대해 봅니다. ^^
글/사진 = 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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