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백석과 하얀 차와 한계령
김왕노
가난한 내가
나타샤를 사랑하는 백석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면
오늘 밤 푹푹 눈은 내려라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여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앉아 적설의 량만큼 그리움을 푹푹 쌓는다
그리움을 쌓으면서 생각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눈이 푹푹 쌓이는 밤에는
차를 타고 한계령을 넘어가 한 살림 차려 살자
눈은 푹푹 내리고
나는 그 누군가를 생각하고
그 누군가는 이 쌓이는 적설의 그리움이라면
아니 올 리가 없다
한계령을 넘어간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이름을 버리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의 한계를 넘어가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그 누군가는 나를 사랑하고
주차장에서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차는 오늘 밤이 좋아
부릉 부릉 혼자서 시동을 걸어 볼 것이다
*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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