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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와 만나다.

Ball Nogues (볼 노게스 스튜디오-벤자민 볼, 가스통 노게스)

작성자sweety young|작성시간10.11.01|조회수275 목록 댓글 0

 

Ball Nogues
벤자민 볼(Benjamin Ball)은 1968년 미국 워털루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와 아이오와에서 자랐으며, 가스통 노게스(Gaston Nogues)는 1968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으로 12살 때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하였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 남가주건축학교(SCI Arc)에서 만났고,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게리 파트너스(Gehry Partners)에서 근무하기도 하였다. 게리 파트너스 근무와 학업을 병행한 벤자민 볼은 1994년 건축학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졸업 후에는 영화와 뮤직 비디오, 광고의 세트 및 프로덕션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였다. 가스통 노게스는 1993년 건축학사 취득 후 곧바로 게리 파트너스의 제품 디자인 및 제작 부문에서 근무하였다. 2005년 의기투합한 이래 공동작업을 펼쳐가고 있는 두 사람은 디지털 및 전통적 제작형식의 활용과 물리적 모델링(physical modeling)을 통해, 건축과 예술과 제품디자인의 접목을 모색하고 있다.


볼 노게스 스튜디오는 미국건축가협회(AIA) 로스앤젤레스 지부가 수여하는 디자인 상을 2회 수상하였다. 또한 2007년 ‘투명한 하늘(Liquid Sky)’이란 작품으로 MoMA와 P.S.1 현대미술센터가 공동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에 참여한 바 있다. 이듬 해인 2008년에는 인스톨레이션인 ‘메아리의 수렴(Echoes Converge)’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은 제11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를 비롯, 베이징 비엔날레, 보르도의 CAPC 현대미술관과 아르캉레브 건축센터, 홍콩 & 선전 도시건축 비엔날레에서 전시되었다. 두 사람 모두 SCI Arc, UCLA, USC의 건축 석사과정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G: 가스통 노게스 / B: 벤자민 볼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입니까?
G: (웃음) 저희끼리 하는 농담이 있어요. 벤이라는 동료가 있는데, 그 친구는 저희를 ‘오전반’, ‘오후반’이라고 부른답니다. (벤자민을 가리키며) 이 친구는 밤 늦은 시간에 일하는 걸 좋아하고, 저는 아침형 인간이거든요. 집에 애가 있다 보니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편이죠. 저희 둘은 그렇게 하루를 따로따로 지내는 셈이에요.
B: 전 밤에 더 일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실제 제작하는 일은 낮 시간에 해야 하지만, 기획안 작성 같은 건 주변에 아무도 없는 밤에 하는 게 좋더라고요.

 

요즘은 주로 어떤 음악을 즐겨 들으시나요?
G: 전 주변 사람들이 진절머리를 낼 정도로 한 가지만 계속 듣는 타입이에요. 요즘은 마이클 용커스(Michael Yonkers)를 많이 듣고 있죠. 60년대 후반의 뮤지션인데, 사운드가 뭐랄까, 성난 느낌? 아니, 딱히 그 느낌도 아니고, 정확히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미니멀한 펑크 블루스의 전신 같은 음악이죠.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뮤직의 선구자라고 할까요. 다양한 전자음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뮤지션이에요. 사람들이 실험적인 음악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던 시기에, 음향 장비를 주무르며 희한한 작업을 많이 선보였죠.
B: 저도 마이클 용커스를 아주 좋아해요. 저희 둘은 음악 취향도 많이 비슷gody. 저희의 작품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G: 캔(Can)이나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 같은 밴드도 즐겨 들어요.
b: 그건 좀 아닌데.
g: 아니긴, 넌 레이디 가가도 좋아하잖아.
b: (웃음) 아니야, 레이디 가가의 음악이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좋아하는 거라고.
g: 알았어, 뮤직 비디오가 좋다 이거지? 어련하시겠어. 난 레이디 가가 노래가 좋은지 정말 모르겠던데.

 

라디오도 들으십니까? 사무실에선 어떤가요?
G: 가끔 NPR(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을 듣죠. 요즘은 사무실에서 음악을 틀지 않아요. 사람이 많다 보니 만장일치의 음악을 찾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다들 난색을 표하는 댄스 테크노를 즐겨 듣는 친구도 있을 정도죠. 음악은 사고 방식에 정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요즘엔 기계의 노이즈 자체가 멋진 음악이 되기도 하잖아요.
B: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그런 공간에서는 음악을 듣기가 참 어려워요. 문서를 작성 중인 사람도 있고, 모델링 작업 중인 경우도 있고,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침대맡에 두고 보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B: 지금은 이라크 바트당 치하의 기념물들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저희가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그런 기념물에 대한 것이라, 이 주제에 대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죠. 그 책의 저자는 사담 후세인이 만들어낸 그토록 끔직한 기념물들이 이제 일종의 키치가 되어버렸다고 보고 있어요. 사담 후세인을 이른바 ‘아티스트’로 얘기하면서 앤디 워홀과 비교하고 있죠 (웃음). 내용이 꽤 복잡해요. <제도적 비판 Institutional Critique>이란 책도 읽고 있는 중인데, (미술관이나 갤러리, 학계 같은) 예술기관들을 대상으로 삼아 비판하고 있는 책이죠.

 

TV는 보시나요?
G: 그럼요, 사실 전 책보다는 TV를 더 많이 봐왔어요. 저희 애가 9살인데, 걔한테는 과학 채널 같은 것만 보게 하고 있죠. ‘이것의 원리는 뭘까’하는 식의 프로그램이 아주 많아요. 제조 공정이나 공장 같은 것을 보여주는 거죠. 그런 프로그램이 늘 방송되는데, 신기하게도 마침 저희가 진행 중인 작업에 관련된 경우가 많아요. 이를 테면, 풍선을 이용한 작업을 많이 했었는데, 풍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TV에서 하더라고요.
B: 맞아요, 그런 프로그램은 참 좋더라고요. 우리가 어렸을 땐 그런 게 없었는데.
G: 그래, 맞아.
B: 예전엔 도서관에나 가야 풍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안방에서 TV로 볼 수 있잖아요.
G: 그런 걸 전부 TV 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석고보드 제조 공정 같은 데에 사람들이 관심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좀 희한해요. 그렇지만 좋은 거 같아요. 엄청난 규모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흥미롭죠.
B: (가스통에게) 스프레이 제지 공정 보여주는 거 봤어?
G: 봤지.
B: 펄프 제지 공정도 그 프로그램에서 나왔을 거야.
G: 그런 프로그램들이 기본적으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줘요. 가장 기본적인 단계들을 보여줌으로써, 전체 공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죠. 그런 게 바로 실험적인 작업의 출발점 아니겠어요.

 

디자인이나 건축, 패션 관련 잡지를 보시나요?
G: 저희 스튜디오에 보내오는 것들은 보죠.
B: 일부러 사서 보진 않아요. 정기구독도 안 하고요. 그렇다고 안 본다는 건 아닙니다.
G: 꼭 챙겨서 보고 싶진 않아요.
B: 맞아.
G: 으레 꼭 보는 건 아니란 거죠.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고 신경쓰긴 하지만, 영향은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B: 맞아요.
G: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생각 같은 건 피하려고 해요.

새로운 뉴스 같은 것은 어디서 들으십니까?
G: NPR 방송을 듣죠. 커피숍 같은 데 있을 때는 신문을 보고요. 
B : <뉴욕 타임즈>를 봐요. 몇몇 블로그나 BBC를 통해서도 듣고요.

 

여성들의 패션에 관심이 있으실 것 같은데, 특별히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다면요?
G: 아내의 옷차림이 좋아요 (웃음).
B: 직접 한번 보셔야 할 텐데.
G: 아내는 상당히 과감한 의상을 좋아해요. 상황에 맞게 아주 멋진 차림을 하죠. 뉴욕에 갔을 때는 그물로 된 바지를 입었답니다.
B: 진짜 그물이요. 망사 스타킹 같은 게 아니라, 고기 잡을 때 쓰는 커다란 그물이었다니까요.
G: 저희가 P.S.1 현대미술센터 인스톨레이션 작업 때 썼던 바로 그 그물이었죠.
B: 옷을 개조하는 데 관심이 아주 많더라고요. 헌 옷을 잘라서 새롭게 만들어내죠. 전 유명 브랜드의 고급의상에는 그다지 관심이 전혀 없어요. 사람들이 직접 만든 옷이 늘 훨씬 흥미롭죠.

 

UCLA 쇤베르크 홀의 중정에서 선보인 인스톨레이션 ‘식탁보(Tablecloth)’의 경우, 파코 라반의 의상이 엿보인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는데요.
B: 멋진 드레스죠. 당시 저희의 인스톨레이션을 본 사람은 누구나 그 드레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젝트는 아니었구요.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야, 꽤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죠.

 

어릴 적부터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나요?
B: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어요. 엔지니어셨는데 일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았죠. 일터에 절 데려가시곤 했었거든요. 비행기 같은 데서 아버지가 동료들과 함께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어요. 그렇게 되고 싶었는데, 제가 수학을 워낙 못했어요. 하지만 결국 제가 어린 시절 바랐던 그런 환경에서 지금 생활하고 있는 거 같아요. 지금 저희 작업실이 어릴 때 아버지가 데려가곤 하셨던 일터와 아주 비슷하거든요.
B: 전 아주 어렸을 땐 건축가가 되고 싶었고, 그 후에는 무대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뭔가 예술적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죠. 엄마가 극장엘 자주 데리고 다시셨거든요. 뮤지션이 되어서 기타도 연주하고 싶었고, 정치학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었죠. 정말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어요. 수의사를 꿈꾸기도 했으니까요.
G: 소방관이 되고 싶기도 했는데, 엄마 손 잡고 소방서에 갔다가 그 꿈을 접었어요. 한 소방관 아저씨가 절 들어올린 순간, 소방관과는 인연을 끊었죠.
B: 수의사가 되고 싶은 마음에 제 방에 직접 동물병원을 꾸미기도 했었어요. 엄마가 봉제인형을 사다 주시면, 제가 만든 수술기구로 배를 갈라보곤 했었죠. 수의사 겸 건축가였던 셈이죠.

 

두 분의 스타일을 어떤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요? 친한 친구가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할지요.
G: 솜씨가 기발하다고 하겠죠. 그치만 가급적 친구들에게는 저희 작업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려 해요. 친구들이 워낙 제 각각이거든요.
B: 새로운 작업을 위해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낸다고 하겠죠. 저희 작업은 발명과 같다고 하지 않을까요. 늘 새로운 기술을 고안하고, 사물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을 발명해낸다고요. 저희는 대상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서 갖고 놀듯이 해요. 떼었다가 도로 붙였다가 하는 식이죠. 일단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결정한 다음, 방향을 정해요. 그런 다음엔 집중력을 발휘하면서도, 목적에 맞게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죠.
G: 맞아요, 그 모든 게 무언가 만들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런 견지에서 모든 부분을 컨트롤하고자 해요 그렇게 하다 보면 멋진 결과가 나오던데요 (웃음). 저희가 바라던 대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볼 노게스 스튜디오의

가스통 노게스(Gaston Nogues)와 벤자민 볼(Benjamin Ball)

 ‘요람(Cradle)’, 산타모니카, 캘리포니아, 2010
- 산타모니카 시의 의뢰로 제작된 이 조형물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주차건물의 외벽에 자리하고 있다.

 

 ‘페더드 에지: 볼 노게스 스튜디오 신작전’, MOCA 퍼시픽 디자인 센터, 2009
photo by brian forrest

 

 ‘페더드 에지: 볼 노게스 스튜디오 신작전’,

 MOCA 퍼시픽 디자인 센터, 2009
 photo by brian forrest

 

 ‘중력의 직기(Gravity's Loom)’, 2010
-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의 의뢰로 제작한 작품이다.

 

 ‘식탁보(Tablecloth)’, UCLA 쇤베르크 홀 중정,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0
image courtesy ball-nogues studio

 

 ‘메아리의 수렴(Echoes Converge)’,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 이탈리아, 2008

 

 ‘투명한 하늘(Liquid Sky)’, P.S.1 현대미술센터,

  퀸즈, 뉴욕, 2007
제8회 MoMA/PS1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수상작

 

 ‘빌트 투 웨어(Built to Wear)’,

 홍콩 & 선전 도시건축 비엔날레, 2009
- 미국산 의류 1만 점으로 만든 구조물이다.

 

 ‘굽이치는 협곡(Rip Curl Canyon)’,

 라이스 대학 미술관, 휴스턴, 텍사스, 2006
image courtesy ball-nogues studio

 

‘굽이치는 협곡’, 라이스 대학 미술관, 휴스턴, 텍사스, 2006

첫 프로젝트부터 최근의 작품까지 두 분의 작업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다 할 수 있을까요?
G: 저희는 늘 출발점을 잊지 않고 있어요.
B: 규모가 더 커지고 더 복잡해진 거 같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저희 작업을 영구적인 성격의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예전에는 전혀 그런 작업이 아니었어요. 순전히 주어진 기회와 예산에 따라 저희 프로젝트의 수명이 달려 있었죠. 그렇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작업이 영구적인 성격의 프로젝트예요. 규모가 커지고 더 복잡해지면서 도움을 청할 컨설턴트들도 더 많이 필요해졌죠…


테크놀로지가 새로운 한계이자 기회가 되고 있나요?
G: 그저 테크놀로지에 매몰된 담론은 멀리하고자 해요. 그런 건 매우 시대착오적인 작업 방식이죠.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새로운 공정을 논하는 것 이상의 작업이어야 하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는 작품의 사회적 차원이나 라이프사이클,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창출하고 싶으니까요.

이제까지의 작업 중 특히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는 무엇입니까?
B: MOCA의
인스톨레이션이죠. 이게 제대로 될지 확신이 없던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희는 늘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해요. 설사 실패하더라도 계속 밀고 나가려고 노력하죠.
G: MOCA 프로젝트 때, 갑자기 기계에 오류가 발생했었어요. 고칠 수가 없어서, 손으로 일일이 작업을 하는 식으로 대처했죠. 시간이 없어서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결국엔 문제를 해결했죠… 당시에
기계로 한 일이라곤 작품에 쓸 끈을 뽑아낸 것밖에 없어요. 그걸 한 개, 두 개, 세 개, 수천 개를 함께 매달아서 마침내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한 거죠. 다 해놓고 보니 결과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제대로였죠.

 

누군가를 위해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신가요?
G: 지금까지 해온 작업들만으로도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받았던 작품 의뢰가 모두 만족스러웠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상적인 클라이언트를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 뭐냐고 아무리 캐물으셔도, 그런 의미에서의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B: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의 유형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문제죠.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서 작업을 한다 해도, 그곳의 큐레이터와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면 훌륭한 프로젝트가 나올 수 없어요.

두 분이 바라는 이상적인 관객이란?
B: 저희가 바라는 건 대중적인 일반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에요. 어린아이도 감응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이요. 그치만 물론 학구적인 관객들과도 소통하고 인정받고 싶어요.
G: 그밖에 모든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만약에 경제적 여건이 안 따라줘도, 저흰 이 일을 계속 할 겁니다 (웃음). 저희에겐 저희 자신이 최고의 클라이언트이니까, 예산 같은 데 얽매이지 않으려 해요.

 

특별히 높이 평가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있다면요?
G: 프랭크 게리를 들 수 있겠죠. 자신의 스튜디오를 꾸려서 작업해 나가는 방식 면에서요. 저 역시 거기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매사에 다층적인 접근방식을 발휘하는 곳이에요.
B: 오토 프라이(Otto Frei)요. 그의 작품과 작업 방식은 늘 흥미로워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도 그렇고 세부적인 부분도 그렇죠. 특정 재료를 연구해서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게 뛰어나요. 디자이너의 작업에 따르는 변수와 한계를 면밀히 파악하는 거죠.

그렇다면 좀 더 젊은 세대의 인물 중에는요?
B :
더 베리 매니(Theverymany)의 마크 폰즈(Mark Fornes)가 맘에 들어요. 사실 저희는 특정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의 스타일에는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아요. 그보다는 접근법이나 스튜디오 운영방식에 더 관심이 있죠.
G: 작업을 어떻게 여기느냐 하는 부분도요.
B :
마크 앨런(Mark Allen)도 있네요. LA에서 일종의 갤러리이자 창작 집단인 ‘머신 프로젝트(Machine Project)’를 꾸려가고 있는 인물이죠. 플럭서스(Fluxus)처럼 상호이익에 따른 커뮤니티를 결성해 활동하는 거예요. (예술 뿐 아니라) 요리, 원예, 수학 등등 관심 분야도 아주 다양해서, 컴퓨터를 이용한 뜨개질부터 전구를 이용한 제빵까지 온갖 워크숍을 열죠.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단 한 개의 전구를 이용한 오븐을 개발 공모전을 주최한 적도 있어요. 디자인과 효율성, 미학적인 부분을 두루 평가하고, 음식 비평가가 맛에 대한 평가도 내렸죠. 이런 것이야말로 예술과 삶에 대한 접근법 아니겠어요.
G: 얼굴도 맘에 들어.
B: 맞아, 재밌게 생겼지 (웃음).

 

젊은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B: 열심히 하게, 친구들.
B: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 뭐라고 하는 게 좋을지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G: 저희 직원 둘한테도 이런 조언을 하는데, 한 명은 전혀 반응이 없고, 다른 한 명도 더 열심히 할 필요가 있어요. 아무튼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이에요.
B: 범주화에 얽매이지 않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범주는 특정한 방식으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끼워 맞추려다 보면, 창의적인 발상을 말살시킬 수 있거든요. “이건 건축가가 하는 일이니까 난 이렇게 하지 않겠어.” 라거나 “산업 디자이너란 이런 거야.”, “아티스트는 이래야 돼.” 라는 식의 사고 방식은 사람들에게 매우 한계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항상 모든 이들에게 범주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가지라고 강조하죠.
G: 요즘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들이 손과 머리를 분리시켜 생각한다는 거예요.
B: 맞아! 정말 심각한 문제예요.
G: 버튼만 누를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의 의미나 물질성, 그 무게에 대해 전혀 알지를 못하죠. 그런 것들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한 법인데, 전혀 그렇지가 못해요. 물론 꿈을 꿀 줄 아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 말씀은 현대 건축을 예로 들자면, 손으로 만들어본 경험 없이 결코 머리만 써서 나올 수 없는 형태들이 있다는 건데요. 만약 대신 사고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게 없다면, 작업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얘기인가요?
G: 그래요.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사고와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척 힘들었죠. 이런 일들을 손으로 직접 하며 알게 된 건, 그 접근법이 디지털 방식에 있어서도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었어요. 양자는 서로 통하는 것이지, 동떨어진 게 아니에요.
B: 저희가 반디지털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단지, 작업을 하려면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거죠. 때로는 실제 재료로 직접 만들어보면서 더 많은 걸 배울 수가 있어요. 그런 능력을 결합해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상상력을 확장하는 게 중요한 거죠. 컴퓨터 없이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것을 구현할 수 있게끔 자신의 역량을 넓혀가는 것인데, 잘못하면 너무 지나칠 수도 있어요. 그랬다간 순전히 자기 머릿속 생각에만 갇혀버릴 수 있는데, 저희도 그런 작업에는 흥미가 없어요.

미래에 관해 근심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G: 많은 것들이 걱정이죠. (벤자민을 가리키며) 너 먼저 얘기할래? 난 좀 더 생각해볼게.
B: 너 그 편집증이 또 발동되는구나.
G: 맞아.
B: 저는 완전히 고립돼서 외톨이가 될까 봐 걱정이에요 (웃음). 더 이상 인간이란 종이 생존하지 못할 정도로 환경이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B: 생각해 보면 정말 그래. 특히 자식이 있으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할 거야. 그게 늘 걱정이지. 내 생각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나이 여든 살이 됐을 때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일 거 같아.
G: 이런, 세상에.
B: 정말 끔찍한 기분이겠지.
G: 알츠하이머까지 걸릴 수도 있고.
B: 맞아.
G: 끔찍해. 누구나 마찬가지일 거야.
B: 늙어서 외로이 혼자되는 것, 그거야말로 정당한 두려움이 아닐까.
G: (웃음) 난 매일 자전거를 탈 때마다 사고 날까봐 겁나. 다들 운전을 너무 고약하게 해서 늘 너무 무섭더라고. 그치만 너도 알다시피… 늘 용케 무사히 넘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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