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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보고] 일본철도를 기록하는 여행 - 나타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

작성자201系|작성시간15.03.18|조회수638 목록 댓글 6

안녕하세요, 201系입니다.


최근 3.14 시각표 개정을 전후로 하여 호쿠리쿠 신칸센과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등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으레 늘 그럿듯(?) 이번 3월 초순에도 '없어지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기간은 8박 9일, 큐슈에서 홋카이도에 이르는 장대한 일정이었는데,

본래 출발하려던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뒤늦게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는

마치 '번개불에 콩 볶아먹듯' 다녀온 여행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엄청 고민했던 것이,

시각표 개정을 걸쳐서 다녀올지, 혹은 그 이전에 일정을 마칠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두고 엄청나게 고민했는데, 예전에 300계 라스트런 때에 겪어본 엄청난 "혼잡과 혼란"을 기억하기에,

그리고 여행의 목적이 아무래도 "없어지는 것들의 기록"이었기에 개정 이전에 다녀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랬기에 여행이 상당히 하드코어해져서 조금 힘들긴 했었습니다.


여행은 도쿄 in / 오사카 out으로 진행되었기에,

초반에는 도쿄 및 간토권을 시작으로 하여 홋카이도로 올라갔다가

이후 호쿠리쿠를 경유, 오사카를 거쳐 후쿠오카까지 갔다가, 다시 오사카로 되돌아오는 정신없는 여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중간에 한 번은 '넉다운'이 되어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일정이 조금 망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여행 순서에 관계없이,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나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여행은 대중의 주목을 받고있는 호쿠리쿠 지역의 열차들이나 트와일라이트 Exp. 보다는,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없어지는 열차들을 촬영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진은 아이즈와카마츠역에 정차해있는 쾌속 '아이즈라이너'(あいづライナー, 사진 오른쪽)입니다.

코오리야마역에서 아이즈와카마츠역까지 반에츠사이선을 달리는 열차인데,

이번에 차량 노후화 등의 문제로 인해 차량이 폐차됨은 물론, 열차도 폐지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벽촌을 달리는 열차라서 그런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양이더군요.



도카이도선의 E217계 역시 이번 시각표 개정과 함께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는데요,

예전에 우연히 마주쳤을 때에는 그저 특이하게 운용되는 차량이라는 점 정도로만 기억했는데, 어느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런식으로 '알게 모르게' 사라지는 것들을 최대한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습니다.



아울러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2016년이면 자취를 감출 예정인

도쿄메트로 긴자선의 01계도 짬을 내어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을 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타보는 긴자선이자, 01계인데,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간토에 이어서는 홋카이도로 올라가 711계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두었습니다.


CASSIOPEIA님께서 티스토리에 711계의 마지막 날을 '조용하고 차분했다'고 적으셨는데,

확실히 만인의 눈이 호쿠리쿠 지역에 쏠려있어서 그런지 제가 방문했던 날이

711계의 퇴역을 불과 닷새 앞둔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조용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은 각각 삿포로역과 아사히카와역에서 촬영한 것으로,

삿포로역에서 촬영한 사진의 경우와 같은 '신구(新舊)의 조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이 날은 홋카이도색의 711계와 국철색(아카덴)의 711계가 중련으로 운행하였는데,

이러한 조합은 홋카이도에서 오래 거주한 철도팬조차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드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그런 711계의 '최후'도 함께 목격하였는데,

촬영하던 도중 우연히 DD51형 기관차에 연결되어 어디론가 끌려가는 711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후에 알아보니 이것이 711계 S105편성의 폐차회송이었다고 하더군요.

말 그대로 무덤으로 향하는 마지막 모습을 본 셈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오사카로 와서 예전에 탑승해보았던 특급 '쿠로시오'(くろしお) 용 381계의 모습도 사진에 담아두었습니다.

쿠로시오 용 381계의 경우 이번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에 따른 특급 '하쿠타카'의 폐지로 인해 남게 된

681계들이 옮겨오면 그 자리를 물려주고 퇴역, 폐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과연 쿠로시오에 투입될 681계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지만,

한편으로는 283계 '오션 애로우'를 제외하면 쿠로시오에 더 이상 파노라마형 차량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아쉽습니다.



381계 쿠로시오는 예전에 '슈퍼 쿠로시오'로 운행되던 시절에 탑승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린샤, 그것도 맨 앞자리 선점에 성공하여 신오사카~쿠시모토를 왕복하며 영상과 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다시 후쿠오카로 이동, 이번에는 103계의 마지막 모습을 촬영하였습니다.


치쿠히선의 103계는 JR큐슈 관내에서는 유일무이한 103계였는데,

차량이 노후함에 따라 최근 305계를 도입, 103계를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치쿠히선 내에서만 운용되는 3량 편성은 '당분간은' 계속 사용한다고 합니다만,

지하철과 직통운행하는 103계는 모두 사라졌고, 또 이젠 103계가 복선구간인 치쿠젠마에바루 이서(以西)로 올 일도 없기에,

사진과 같이 103계와 305계가 나란히 같은 노선을 달리는 모습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도착했을 시점인 3월 9일에는 이미 305계 6개 편성(36량)의 도입이 완료되어,

103계 중 지하철 직통용 편성인 6개 편성은 모두 퇴역하여 폐차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305계 일부 편성에 초기불량이 잦아 정비에 들어감에 따라

3월 9일 하룻동안은 103계가 임시로 지하철 직통에 투입, 305계를 대체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였고,

마침 후쿠오카에 도착하였던 저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JR큐슈 입장에서는 불행이지만, 저 모습을 노렸던 저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한 그런 날이었습니다.



이쪽은 타케시타역에서 촬영한 것으로, 사진의 103계는 하카타 운전구로 폐차회송된 103계의 모습입니다.


여담이지만 103계는 직류용 차량이고, 사진의 811계나 813계는 교류용 차량이고, 주변 선로도 교류 구간이기에

사진과 같은 풍경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오는 4월 1일부터 사명(社名)이 바뀌는 키타킨키탄고철도(KTR)의 모습을 촬영하러 갔습니다.


헌데 이날 갑작스런 폭설로 열차들의 지연이 엄청나게 발생하는 바람에 역에서 표를 끊기는 커녕

열차를 갈아타기에도 바빴던 나머지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왕복을 차내권으로 끊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역명판 정도를 제외하면 KTR 오리지널 로고를 찾아보기도 어렵더군요.



이외에도 오미 철도 200형 전동차, JR동일본의 특급 '아야메'(あやめ) 등 사정 상 촬영하지 못한 열차들도 많은데,

이러한 부분은 지금도 여러모로 아쉬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다 돌아보자니 한계가 있더군요.




물론, 제가 '없어지는 것' 중에서도 마이너한 요소들만을 찾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침대특급도 촬영을 하였는데, 사진은 홋카이도 촬영한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와 '호쿠토세이'입니다.


두 열차 모두 이전에 직접 탑승해 보고, 감동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이 열차들이 사라진다는 것이 저 자신에게는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이렇게라도 마지막 사진을 남겨놓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홋카이도에서의 일정을 마친 다음에는 곧바로 '장안의 화제'였던 호쿠리쿠 지역으로 이동,

JR이 운영하던 시절의 신에츠선과 호쿠리쿠선의 열차들을 촬영해두었습니다.


다만 '역시나'랄까, 앞서서 언급했던 지역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혼잡'으로 인해 여러모로 촬영에 애를 먹었습니다.


사진은 지금은 죠에츠묘코역으로 이름이 바뀐 와키노다역과

거기에 정차한 임시쾌속 '신에츠선 스위치백호'(信越線スイッチバック号)의 모습입니다.

요코스카색 115계가 저 역에 서있는 모습은 앞으로는 다시는 보기 힘들겁니다.



한편 이날은 제3섹터 전환을 앞두고 온갖 특이한 열차들이 많이 나타났었는데,

사진의 임시특급 '미노리'(みのり)도 그 중 하나로, 모처럼 임시운행인 만큼 타봤으면 좋을텐데

여행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면서 운행 계획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게 실수였습니다.


이외에도 쇼난색 115계, 국철색 189계 등이 운행을 한 덕분에 마치 국철 시대로 회귀한 듯한 인상을 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구도색의 열차가 보존되어 있지 않거나, 혹은 있더라도 달릴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참고로 '미노리'는 쾌속 '쿠비키노'의 전신이 되는 열차로, 쾌속 '쿠비키노'도 이번에 함께 폐지되었습니다.





이후에는 토야마역과 카나자와역으로 이동, 특급 '하쿠타카'를 비롯한 호쿠리쿠선 열차들의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토야마역에서 시종착하는 특급 '선더버드'도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으니 함께 촬영해두었습니다.

카나자와역의 열차 승차위치 안내의 '특급 하쿠타카'에 이미 X표시를 해둔걸 보니 왠지 씁쓸하더군요.


여담이지만 하쿠타카에도 의외로 시라사기나 선더버드용 차량들이 하쿠타카로 운행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행운이랄까요?

에치고 토키메키 철도에서 도입한 신형 디젤동차 ET122형의 사진들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차량들은 모두 한데 연결되어 서있지만, 지금쯤은 아마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손님들을 싣고 달리고 있겠지요.




아울러 항상 묘하게 인연이 없어 탑승해보지 못했던

특급 '호쿠에츠'(北越)와 쾌속 '쿠비키노'(くびき野)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탑승해 보았습니다.

예전에 여행하면서 탈 일이 있었다가, 신칸센 200계 촬영을 위해 계획을 바꾸면서 못 타봤는데, 결국 이렇게 타보게 되네요.


이 두 열차도 이번 시각표 개정과 함께 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여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사진들은 시간의 흐름이 아닌 이야기 흐름에 따라 배치했기에 사진 순서대로 여행을 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한다면 키타킨키탄고철도의 사진이 가장 마지막에 가깝습니다.



아무튼간에 8박 9일간 여행을 하면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도합하면 약 1만장, 용량으로 치면 230GB쯤 되는데,

이걸 일일히 선별하고 정리하는 것도 상당히 큰 일인지라 아직도 중요한 사진들만 추려서 정리한 정도의 상태입니다.


항상 이맘때에 일본에 다녀오곤 하는데, 이번에는 급히 준비한 것에 비하면 의외의 수익도 있었고,

반대로 급하게 준비했기에 정보부족으로 인해 촬영을 망쳐 아쉬움이 다소 남는 여행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제 체력의 한계를 맛 본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여행의 절반 정도는 몬스터, 레드불 등의 에너지드링크를 끼고 다녔습니다.)


어쨌든 소정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03계와 305계가 함께 있는 사진은, 일본인 철도팬들도 놀랄 정도로 귀중한 장면이기에 더욱 그러한데요,

다음 시각표 개정 때에도 일본에 갈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때에도 좋은 여행이 되길 기원하며

이상 일본여행 귀국보고를 마칩니다!


마지막 사진은 호쿠리쿠 신칸센 개업 광고와 보통열차 '묘코'의 모습입니다.

'묘코' 역시 이번 시각표 개정과 함께 폐지되어 사라졌습니다.



P.S -


이번 여행 중 일본 입국은 바닐라 항공을 이용했는데,

바닐라 항공의 인천~나리타 노선 역시 3월 28일부로 운항이 중지됩니다.


철도는 아니지만 항공 분야에서도 '없어지는 것'을 타보게 되었던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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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201系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3.18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호쿠리쿠신칸센의 개통과 일대의 제3섹터화, 그리고 트와일라이트 Exp.의 종운이라는 굵직한 이슈가 한꺼번에 일어났다보니,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사소한' 변화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버리는 분위기가 있었던 듯 합니다 ㅠ_ㅠ
  • 작성자One-Two GO | 작성시간 15.03.18 사라지는 열차들이 꽤 많군요. 더 이상 현역차량을 볼 수 없는게 아쉬움도 남지만 사진이라도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였겠네요. 고생 많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201系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3.18 감사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일본여행 대부분을 이렇게 '없어지는 것'을 쫓아다니며 했던 듯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 번 가게되면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을 돌아다니게 되더군요 ^^;
  • 작성자겨자씨믿음 | 작성시간 15.03.18 201계 열정과 열심에 감동입니다. 덕분에 귀한 사진 눈이 호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201系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3.18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한 사진들인데 좋게 평가해주시니 과찬이십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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