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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서울시청 광장에 깔린 미스터리(?)한 나무 바닥의 정체

작성자흥미돋는글|작성시간26.08.14|조회수21,362 목록 댓글 19

출처: https://www.fmkorea.com/10204866762

 

 

 

 

 

 

 

작년 4월, 서울시가 21년 만에 서울시청 광장을 새로 단장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수상한 나무 바닥이 깔렸는데요...

 



이렇게 'ㄱ' 자 또는 'ㄴ' 자 모양으로 나무가 깔린 것이 보입니다.

 

사실 이 나무는 그냥 디자인이나, 조경이 아닙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나무 바닥의 정체는,

 



사실 '옛 덕수궁 담장'의 흔적을 표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덕수궁은 현재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시청 근처에도 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서울시청 광장에 덕수궁 담장 표시가 있을까요?

 

그건, 덕수궁이 아직 '경운궁'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거리 중 하나인 광화 문광장과 세종대로.

 

지금은 광화문에서 출발해서 서울시청을 지나 남대문까지 바로 갈 수 있죠.

 


(광화문 위에서 육조거리를 찍은 시점)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 맨 끝에 언덕이 보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아직 세종대로가 육조거리이던 시절,

 

지금 태평로가 뚫려있어야 하는 자리는 '황토현'이라는 언덕이었습니다.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선전도(서울전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죠.

 

숭례문부터 남대문로를 타고 종로로 가서, 지금의 세종대로인 육조거리에는 닿을 수 있으나,

 

현재 태평로가 있는 자리엔 도로가 없습니다.

 



현재 지도를 대입해 보면, 과거와는 딴판이죠.

 

숭례문에서 뻗어나가는 길이 남대문로 1개가 아닌, 태평로까지 2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태평로는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요?


어 형이야

그렇습니다.

 

태평로는 구한말 최고의 슈퍼스타 고종에서 시작됩니다.

 

1897년, 아관파천 후 환궁하게 된 고종은 경복궁이 가기 싫었는지,

(하긴 아내도 죽고 쿠데타도 당한 곳은 가기 싫었을지도? 그냥 궁궐 좋음 중년이었을수도 있고)

 

선조가 임진왜란 후 임시로 사용했고 광해군이 개축했던 명례궁으로 환궁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외국 공사관이 밀집된 장소(현재도 마찬가지)이기도 한 이곳을

 

경운궁으로 개칭하고, 본격적으로 건설해 나갑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덕수궁 모형)

그렇게 완성된 경운궁은 대한제국의 황궁이 되었고,

 

당시 한성판윤(서울시장) 이채연 등이 추진한

 

'한성 개조사업'의 일환으로 이 일대를 통으로 갈아엎습니다.

 

 

그렇게 육조거리 앞을 가로막던 황토현은 헐리게 되고,

 

1902년 <한양도>를 보면 이전의 <수선전도>와 달리

 

육조거리 앞에서 덕수궁에 이르는 길이 뚫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907년에 발행된 <실측상밀 최신경성전도>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지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만든 지도임)

 

경운궁(덕수궁)과 환구단 사이의 파란 중심점을 기준에 두고,

 

숭례문, 종로, 육조거리로 뻗어나가는 도로체계가 돤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성판윤 이채연)

 

이를 두고 한성판윤 이채연이 워싱턴 D.C 방문 이후,

 

그곳의 방사형 도로체계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는 학설이 그동안 우세하였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운궁 앞 도로를 보았을 때 모방까진 아니고,

 

참고 정도만 했을 것이라는 학설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덕수궁의 배치는 대략 이러했습니다.

 

배치가 상당히 중구난방인데,

 

경복궁이나 창덕궁처럼 궁역을 확정하고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조금씩 확장하면서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궁궐계의 수인분당선이라고 생각하면 됨.)

 



여기서 오른쪽 아래 중심 영역만 따로 뗴어놓고 보면 요런 모습입니다.

 

건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죠.

 

하얀색은 당시 덕수궁 담장,

 

빨간색은 이중 '현재 남아있는 건물'입니다.

 

건물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보면 되죠.

 



특히 여기, 아래쪽 대한문 권역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서울시청 나무바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분인데요,

 

여기를 실제 사진으로 보면...

 



구한말 사진에서 항상 보이는,

 

대한문 옆 '요상한 서양식 건물'.

 

바로 여기가 위 지도 속 원수부입니다.

 

그리고 원수부를 기준점 삼아 오른쪽을 보면,

 


빨간색 선의 지붕이 원수부,

 

주황색 선의 지붕이 평장문,

 

하얀색 선의 지붕이 덕수궁 담장,

 

초록색 선의 지붕이 궁내부입니다.

 



그러나 다들 알다시피,

 

지금 저 빽뺵한 덕수궁은 전부 사라졌습니다.

 

원수부도, 궁내부도, 평장문도 없죠.

 

 

여기서 서울시청 광장의 비밀이 나옵니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일제강점기와 산업화에 있습니다.

 



광화문과 흥례문을 헐고 조선총독부를 짓기 전,

 

일본은 세종대로와 태평로를 더욱 확장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렇기에 1912년, 덕수궁의 동쪽 영역을 헐어 태평로를 확장시킵니다.

 

위 사진은 1910년대 후반(1918~1919 즈음) 찍힌 사진으로,

 

주황색 선이 헐리기 전 담장 위치,

 

하얀색 선이 헐린 후 담장 위치입니다.

 

 

대한문의 위치는 그대로였지만,

 

원수부와 궁내부는 헐리게 된 것입니다.

 



1920년대 중후반에 찍힌 이 사진을 보면 더욱 자세히 보입니다.

 

하얀색이 잔존 및 바뀐 담장,

 

주황색이 헐린 담장을 표시한 것입니다.

 

 

특히 덕수궁 수인당 쪽을 잘 봐 주시고,

 

이 사진을 위쪽의 덕수궁 도면과 조합하면...

 



이렇게 됩니다.

 

대충 저기 주황색 영역만큼 헐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곳, 헐린 구역의 ㄱ자 또는 ㄴ자 구간이,

 

서울시청 광장 ㄴ자 나무바닥 구간의 정체입니다.

 



정체는 밝혔지만, 이야기는 아직 남았습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에도 담장이 더 헐리게 되었거든요.

 



<새 공화국 (국회)의사당은 종묘에>

 

 

<종묘 건물을 약간 북쪽으로>

<종묘 정문을 이백미터 넓이의 국회의사당 광장으로 확장>

 

뭐.... 종묘 좀 뒤로 밀고 국회의사당 짓자는 얘기가 나오던 시절이고...

 

지금과 다른 문화유산 보존 의식을 가졌던 1960년대니까요..

 



하여간, 1961년 12월 24일,

대한민국은 "태평로 확장 및 덕수궁 철제 투시형 담장 준공식"을 개최합니다.

 

지금이었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죠.

 



하여간, 빨간색 담장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

 

일제강점기 시기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 있으며,

 

또한 담장 자체도 철책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까진 그래도 대한문만큼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968년, 또 한 번의 태평로 확장 공사 끝에,

 

대한문을 제외한 나머지 담장 전체를 뒤로 16m 밀게 됩니다.

 

대한문만 섬처럼 남게 되었죠.

 



이어서 1970년, 남아있던 대한문도 33m 뒤로 이전시키면서...

 



현재, 우리가 아는 그 위치의 대한문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서울시청 광장의 나뭇바닥과

 

원래 덕수궁의 배치를 조합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대략 이런 모습이 됩니다.

 

약간의 오차가 있지만, 이정도는 용인할 수 있을 만한 오차인 것 같습니다.

 

보시면, 앞서 계속 언급한 ㄱ자 또는 ㄴ자 담장 구간이

 

서울시청의 그 나무바닥 구간을 정확히 뚫고 지나가게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1968~1970년의 덕수궁 담장 이전 공사 흔적도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문이 도면 상의 위치에서 뒤로 밀려 있는 모습이 보이시죠?

 



우리가 큰 생각 없이 걷는 이곳에,

 

긴 세월의 역사와 흔적이 깃들어 있습니다.

 

다음에 서울시청을 가시게 되면 꼭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펌)


밀어서 깔끔해지긴했다 ㅋㅋㅋ

 

솔직히 대한제국이 유지되었어도 저긴 언젠가 밀었을 것 같긴 해요
얼리어답터 고종 성격상 석조전 돈덕전 정관헌만 있어도 좋아했을듯


덕수궁 돌담길 ㅋㅋ 그럼 커플이 저기 걸어도 곧 헤어진다는 건가요?

 

쪽은 엄밀히 말해 본래의 돌담이 아니므로 괜찮습니다.
하지만 반대쪽은 매우 위험.


대한문도 동십자각처럼 떨어져있다밀린거구나... 그나저나 대안문은 언제 왜 대한문으로 바꼈나요?

 

원래 처음 경운궁을 만들 땐 지금의 중화문 앞에 '인화문'이라고 정문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절의 대'안'문은 동문이었고요.

그런데 정동 쪽 가보시면 알겠지만, 덕수궁 남쪽은 큰 언덕입니다. 그래서 정문을 내기에 부적합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와서, 인화문을 헐어서 담장으로 메꾼 뒤, 대안문을 정문으로 사용했습니다. 이후에 1906년에 수리를 진행하면서 '크게 편안해진다'라는 뜻보다 더욱 울림이 있는(?) '한양이 창대해진다'라는 뜻인 대'한'문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상량문에는 “황하가 맑아지는 천재일우의 시운을 맞았으므로 국운이 길이 창대할 것이고, 한양이 억만 년 이어갈 터전에 자리하였으니 문 이름으로 특별히 건다” 라고 나와있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위 원수부와 함께 찍힌 사진은 그럼 1906년 수리 이전인가 보네요!

 

넵 안쪽 건물들이 멀쩡한 것을 보면 적어도 1904년 경운궁 대화재 이전인 듯 합니다!


아빠가 궁궐 짓다 나라 흔들렸는데 아무리 트라우마라지만 아들도 똑같은 짓을...

 

반대로 아빠는 오히려 궁궐 별로 안 지었는데 아들은 엄청나게 지은 광해군이란 사례가 있습니다
암군들이 다 비슷하죠

루트비히 2세도 그렇고 참 당대와 후세가 별개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덕수궁 전면 복원이 불가능한 이유기도 하고, 솔직히 일제 아니였어도 밀었을 듯함

 

사실 전면복원이 가능한 궁궐은 아예 없어서...

경복궁 : 청와대 이전한 다음 서쪽으로는 효자로를 밀고, 동쪽으로는 삼청로를 밀어서 동십자각을 이어야 하는데.. 도로교통은 차치하고 청와대부터 불가...

창덕궁 : 그나마 제일 가능한데, 일제강점기에 변형된 전각들을 싹 뜯어내고 복원한다? 유네스코에서 칼을 갈 듯한...

창경궁 : 율곡로를 덮지 않는 이상 남쪽 복원 불가능..

경희궁 : 그냥 불가능. 어떻게 해도 불가능.

덕수궁 : 본문의 이유대로 불가능...


보충설명을 하자면 경운궁 배치가 저렇게 중구난방으로 된 이유는 중간중간에 영국, 미국대사관이 궁궐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서 그렇게 된 이유도 있음.


근대 왜 서울만 궁궐있나
지방에도 지어줘라

 

수원화성에 화성행궁이 하나 있고요, 성남에 남한산성 행궁이 남아있고, 아산에 온양행궁을 '재현'해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금천구에 있던 시흥행궁은 사라졌고...이천에 있던 이천행궁은 애련정만 남아있고, 양주에 북한산성 행궁 터가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지방에 있던 행궁들은 다 사라지거나 일부만 남아있어요ㅠㅠ


지금 덕수궁 너무 썰렁함 중화전앞에 행각이라도 세워줘라

 

석조전 마당하고 중첩되서 복원 못하는 중임.

다행히도 중화문 가기 직전 조원문은 2029년까지 복원한다고는 하네요


솔직히 밀만하긴 했다 저대로 있었을거라 생각하면 와우

그래서 국가유산청에도 언급도 안 합니다ㅋㅋㅋㅋ


이거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구나. 그런데 일부러 남대문→광화문 경로를 ㄱ자로 꺾이게 설계한 거라고 들었는데. 변란ㆍ외침때 도성 정문에서 궁궐까지 길이 직선으로 뚫려있으면 수비가 힘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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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나는꼭해냄 | 작성시간 26.08.14 재밌다 고마워!
  • 작성자Chionanthus | 작성시간 26.08.14 우와
  • 작성자햇빛뜨거워 | 작성시간 26.08.14 재밌다
  • 작성자요키는사랑 | 작성시간 26.08.14
  • 작성자FREE HONG KONG | 작성시간 26.08.14 와 전혀 몰랐는데 덕분에 알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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