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도, 잡히지도 아니하고 무게도, 형체도, 이름도 없으니
그 위력은 바람처럼 지나간 뒤에 나타나니라...'
할아버지께서 구수하게 풀어놓던 옛날 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통무예인은 바람같은 고수이다
깊은 산속에서 심신수양에 전력하는 신선같은 모습이었다.
TV나 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들은 그러나 황당하다고만 생각될 뿐
진짜 실존하는 무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설같은 이 산중무술이 하산, 묵정밭에 한줌 흙을 뿌리듯
조용한 몸짓으로 속세에 뿌리 내려 가고 있다.
이름하여 기천(記天). 강한 파괴력과 실전응용력이 높아
전통무예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기천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합일을 이루는 민족 고유의 선도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술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이 무예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예로부터
깊은 산속의 지킴이(백두산과 태백산맥등 산의 정기를 지켜나가는 사람)에게만
비전되어 온 탓에 최고의 무예로 여겨지면서도 진수와 유래는 가려져 왔었다.
다만 [70년대 부산에서...10대 소년이 출몰, 골절된 팔뼈를 통증 하나 없이 접골시키는등
불치병 환자를 어루만지는 것만으로 고치다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75년께 관악산의 작은 암자에 기천을 수행하는 몇몇 젊은이가 있다]는 소식이
등산객을 통해 이야기로 전해졌을 뿐이다.
이들 젊은이에게 기천을 전수하던 사람은 현재의 문주인 박대양씨.
그는 젖먹이때 산속에 버려졌다가 어느 스님의 손에 목숨을 건진 뒤
선대문주인 원혜상인이라는 도인에게 맡겨져 기천을 닦기 시작했다.
그가 하산했을 때의 모습은 [늑대소년 같았다]는것이
그로부터 배운 제자(5명)들의 증언이다.
그의 제자는 현재 기천보급에 전념하고 있는 박성대씨를 비롯,
수벽치기를 보급중인 육태안씨,
미국에서 태권도사범으로 진가를 떨치고 있는 전진효씨등 5명에다
뒤늦게 입문한 탤런트 나한일씨등이 있다.
박대양 문주로부터 기천을 배운 제자들은
이 무예를 일반에 보급, 민족정기를 심어나가기 위해 89년 서울연수원을 설립했다.
이후 단학을 기본으로 하는 이 무예의 특성이 알려지면서
학습능률을 향상시키려는 수험생이나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5개 도장에서 2만여명의 수련생을 배출하고
서울대, 연세대에 동아리가 생긴 것을 비롯, 전국 20여개 대학에서 동아리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박성대 씨는 '장길산'등 영화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무용계에서도 기천을 응용한 전통무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무.단학 함께 연마 - 기천수련 어떤과정 거치나]
기천은 무와 단학을 함께 연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련과정은 크게 정공과 동공의 과정을 거쳐 심법으로 나아가며
심법에 이르면 수행과정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초월적인 요소가 많아
도장에선 정공과 동공을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공에선 단배공(단에 기를 모은뒤 하는 큰절),
"내가신장"등을 통해 기를 모으게 된다.
정공을 거쳐 동공과정에 입문하게 된다.
동공은 태극의 흐름을 닮은 반장흐름을 중심으로 권, 검법을 연마한 뒤
여기에 익숙해 지면 춤사위를 공부하게 된다. 춤사위는 기천무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을 탄 밀물현대무용단의 [신용비어천가]도 기천을 응용한 것이었다.
내가신장의 경우
단전호흡을 통해 축적된 기가 신체의 각 부위에 자연스럽게 공급되도록 하는
일종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운동선수도 내가신장만큼은 3분을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로 힘들지만,
일단 끝내면 온몸이 개운해지는 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모으는 초보단계를 지나 중급단계에 들어서면
용틀임, 등천, 복호법, 범도, 대도, 소도, 월광여수등을 배우게 되고
상급수에서는 금계독립수, 수락어각, 골개바람, 대풍력수, 음파내공법등을 익힌다.
수행정도에 따라 행인, 공인, 법인, 정인, 도인, 진인, 상인등 7개 품계로 나뉘어 있다.
품계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몇년간의 수련이 필요하다.
문주 박대양씨는 동공과정을 거친뒤 심법에 상당히 접근, 진인(眞人)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