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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 네 번째

작성자창강|작성시간10.01.24|조회수91 목록 댓글 0

힘든 여행 9/10/01(월)

차표를 한 장 사들었다.

딱히 갈 곳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어린시절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 과수원 길을 바라다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심을 꿈꾸어 왔던 내가 이제야 그곳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막연하지만 이 여행이 끝나면 면천(?) 할 거라는 유혹에 빠져 조금의

희생은 각오하고 그렇게 무작정 길을 떠났다.

 

하지만 그 여행은 나에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했다.

분에 넘치는 기차표를 샀다는 걸 며칠 되지 않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힘든 고갯길에서 주저앉고 싶어 핑계거리를 찾기에 바빴다.

장난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그 여행은 장난이 아니었고 쇠붙이가 달린 채찍으로

살을 후벼 파듯 뼈마디와 합일하는 고통을 주었다.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낯모르는 젊은이들 틈에 끼어 뒤늦게 시작한 공부가 벌써 6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少不勤學 老後悔(젊어서 배후지 못하면 늙어서 후회한다)!

주자 십회훈의 한 구절이 아버님의 회초리와 함께 뇌리에서 뱅뱅 돌았다.

 

이세상의 모든 것과 연을 끊고 오로지 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그동안 나를 마치 성군 모시듯 숨죽이며 참고 도와주었던 아내에게 무엇으로 보답할까?

여행이 끝난 날 승자의 선물을 쥐어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글렀다.

 

知天命!

그래 지천명을 하는 나이에 감히 하늘의 명을 어기고 젊은이들 틈에서

젊은이인 체 위장한다는 것은 가소로운 위선이다!

선의의 경쟁자들인 멤버들에게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오기로 버텼을 뿐

최선을 다한 건 아니다.

그 여행 내내 어서 되돌아갈 궁리만 하고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던져놓은 윷짝이 모두 엎어지기를 기다리듯 기다릴 수밖에 없다.

 

‘창공은 말없이 살라하고 청산은 티 없이 살라한다.’

무슨 욕심이 그리 많은가?

초심으로 돌아가 욕심을 버리고 빈손으로 돌아가면 될 것을......

 

내가 시험이라는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결코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고 이 짓은 딱 한번으로 족하다.

하지만 시험결과에 대한 미련이 남아 또다시 오기가 발동한다.

이번에 떨어지면 다시 한번 도전 해보겠다는 내가 정말 욕심이 과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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