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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왕조시대

작성자짜르르|작성시간16.01.08|조회수47 목록 댓글 0

 

 

왕조시대

 

 

요즈음 북한의 얘기를 듣다보면 섬뜻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1세기에까지 존재하는 3대 세습권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채 해소되기도 전에, 비록 정치적으로는 토사구팽의 의미를 갖는다 하더라도 대규모 잔인한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전근대 군주도 갖지 못한, 혹여 폭군으로 지칭될 황제에게나 있을 법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현실에 경악을 금치 못 할 뿐이니, 아마도 왕권신수설을 실현코자 하는 절대왕권의 군주를 자처하는 모양이다.

 

근대 전제 왕조의 기본 모토는 민생을 근본으로 하는 민본(民本)정치였는데, 그 내면은 왕조와 지배계층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민본에 있었다고 해도 크게 어긋날 것은 없다. 조선전기 200년의 시간에도 훈구와 사림이라는 지배층 내부의 주도권 변화만 있었을 뿐 민생과 큰 연관을 갖지 못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민생은 그저 양민이라는 굴레 속에서 권리에 대한 주장보다는 의무를 먼저 강요당하고 있었고, 신분제를 전제로 했던 유교교육은 고대 성현들의 말씀을 앞세워 정적인 농경사회를 더욱 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조선후기에 이르러 왕조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인들이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화의 단초는 민초들의 농업생산력 증대에 있었는데, 그에 따른 부의 증식이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게 되면서 상공업이 발전하는 토양이 되었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의 싹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수의 양반들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던 붕당정치가 1당 독재체제로 변질됨에 따라 정치권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몰락양반들이 발생하면서 신분제가 동요되었다.

 

그 와중에 사회변혁의 움직임을 전혀 수용하지 않던 세도정치의 중심세력들은 비변사 등 국가 정치권력을 장악해 권력의 남용과 부정부패, 관직의 매매를 공공연히 했다.

 

거기에 더해 조선시대 재정의 주류를 이루던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세가지 수취체제가 변질되어 사회적 모순이 심화되고 계층 간 갈등과 경제적 착취 및 신분적 억압이 고조되자 이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셌고 각 지역에서 봉건에 반대하는 농민항쟁이 발생했다.

 

부유한 평민이 가난하거나 몰락한 양반보다 현실생활에서 더 우월한 시대를 맞이했다. 철옹성 같았던 신분제가 동요되고 양반 위주의 성리학에서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이론이 가미된 실용적 학문이 대두하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여기에 정약용의 탕론(蕩論)이 등장했다. 탕론은 엄격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사회에서 역성혁명(易姓革命)을 긍정한 것으로, 권력자가 인민을 억압하고 학대하며, 순종하지 않는다 해 반역으로 몰아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본 것이다.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치자(治者)의 천직이고 이를 다하지 못할 때에는 백성이 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대담하게 제시한 것이다. 200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결과이기는 하지만 세습 권력의 기반이 공고한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전근대와는 달리 민주화를 표방한 개방의 물결이 세계 도처로 확대되고 있고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제 세상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각기 저마다의 입장에서 파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남과 북의 문제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올려져 있고 북은 북대로 체제를 공고히 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듯하다.

 

과도기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에 대해 뭐라 확정짓기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단지 최근 일련의 사태가 마치 몰락해가는 왕조의 말기적 증후처럼 보이는 것은 북한사회의 모순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두만강을 건너는 탈북자의 심정이, 독립운동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만주로 월경을 하던 그때 그 선조들의 고통으로 환치되는 느낌이 든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덕목 중에 역사적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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