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끝나는 곳으로
권영옥
배구공이 캠퍼스 담장을 넘어와 어깨를 툭 치고
도로로 데구루루
지구의 혈맥을 따라 끝없이 가보고 싶은가보다
한 시절 새벽 물줄기가 굽이쳐 흘러와
강에서 노를 젓기 시작하던 때가 있었지
떠 있는 나무잎엔 이슬이 앉아있고
하루살이도 비상을 준비했지
그 무렵 세상 삶은 수수께끼라고 믿었지
전 생애가 방향타없이 앞으로 나아가다니,
과속 끝에는 해안 절벽이 버티고 있어 돌아와야 하는데
한번 떠나면 뒤돌아보는 법이 없었지
깨지고 떨어져도 꼭대기에 깃발을 꽂는
직성
끝 간 데 없이 달려가는 잡풀 속에 누운
둥근 배를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지
길은 사라지고
물 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는 투옌퉁*
피의 내림이 간지러운 새벽은 무감각한 정지에
참을 수 없나 봐
다섯시에 불을 쥐고 하구역을 통과하지
네 마음에 담겨 있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다
초록 섬 하나를 발견하면 넌 햇불을 들고 소리치며
돌아오리라
*베트남의 둥근 바구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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