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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詩]상처 지우기 / 김왕노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5.04.05|조회수25 목록 댓글 0

 

상처 지우기

 

                                                                                                   김왕노 

몸에 난 어떤 상처가 아문 자리는 새다. 어떤 것은 꽃이다.

누가 상처를 주고 상처가 아문 세월이 길었든지 짧았든지

슬픔의 딱지가 져 떨어졌는지 너무 깊어 잘 아물지 않았는지

그것을 전혀 알 바가 아니라는 듯이

누운 누군가의 몸을 하늘로 천천히 날고 있는 상처란 새

누군가의 몸을 들판으로 사시사철 피어있는 상처란 꽃으로

잠결에 듣는 상처란 새의 노래, 잠결에 맡는 상처의 꽃향기

상처에 대한 지나친 미화라지만 그들이 우리 몸에 깃들어

우리와 살아가고 있음을, 오늘도 우리와 꿈틀거리며 살고 있음을

오늘도 우리를 떠나지 않는 우리의 살붙이인 상처인 새와 꽃으로

우리는 꽃 피는 사람이고 새가 노래하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마음의 상처는 새와 꽃이라기보다 너무 커서 상처 안에 들어가 산다.

눈물을 꽃잎의 이슬처럼 방울방울 머금고 산다.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도 마음에 와서 살면서 상처를 잊을 때쯤

또 상처를 준다.

마음의 상처 속에 사는 사람은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 노래한다.

왔던 봄도 너무 쉽게 가므로 봄날은 간다. 라고 노래한다.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다지만

사과와 용서 화해의 끝이 닿는다면 감쪽같이 지워지는 마음의 상처다.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도 마음의 상처를 입으므로 서로 지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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