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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자취에 불순한 어떤 것을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작성자난칼|작성시간09.05.25|조회수79 목록 댓글 3

 

내 일생이 아무리 실패작이더라도,
내가 아무리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너희들이 발견할 만한 짓은 하지 않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너희들은 내가 죽어 넘어진 곳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를
너희들은 나의 발자취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루쉰,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평소에 참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가끔은 신조처럼 여기기도 하는.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그 누구도 발견할 만한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
꼭 그렇게 살고야 말겠노라고...다짐도 해가면서..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는...
어제 하루는 완전히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생각'이라는 게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 글귀가 떠오릅니다. 아주 자주.
그런데 오늘만큼은 저 글귀를 앞두고 자신이 없어지네요.
내가 정말, 정말 평생 동안,
어떤 유혹 앞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조금이라도 불순한 발자취를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의 '정'자도 몰랐던 철없던 시절...
민주노동당 이런 것도 잘 몰랐던 그 때 그 시절
생각 없이,,,라기보다는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아서
노무현을 찍고, 노무현이 당선되자
회사 식구들이랑 축배를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조금 철들고 나서야, 그 때 내 선택이 조금은 철없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한 때 어설프게나마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한 때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마음 아프게 했던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어제부터 난 정말 마음이 힘들고 아픕니다.

이럴 땐 감정이입 안됐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그이가 남긴 유서 한 줄 한 줄이 심하게 마음을 때립니다.

깨끗하게 살고 싶은데,
하늘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은데,
정치라는 바닥이 원래 그런 건가요,
세상이란 놈이 원래 그런 건가요.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노무현, 바보 노무현.
그이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하늘나라는 정치같은 거 없어도 되는 세상일까요.
안타깝고 서러운 마음을 담아,
고인 앞에 시 하나 바쳐봅니다....

권정생 선생님 어머니도, 권정생 선생님도 머물러 계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물게 될, 머물 수 있는 그 곳이기를 바라면서...

어제도, 오늘도 당신 때문에 눈물이 나는,,,
내일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한 때 당신을 좋아도 미워도 했던, 
바보 난칼이 바보 노무현에게 바침...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도, 노찾사 노래>





그래도 죽지는 말지...
그래도 죽지는 말지..
그래도 죽지는 말지.

...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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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강속구 | 작성시간 09.05.26 정말 상식이통하고 인간적으로 너무 존경하던 분이셨는데.......ㅠ.ㅠ
  • 작성자네오 | 작성시간 09.05.31 난칼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 작성자오르미 | 작성시간 09.06.20 난칼님. 죄송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노대통령님을 제대로 보좌 못한 죄가 크답니다. 난칼님 건강 챙기세요.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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