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생이 아무리 실패작이더라도, 내가 아무리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너희들이 발견할 만한 짓은 하지 않겠다. 꼭 그렇게 하겠다.
너희들은 내가 죽어 넘어진 곳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가를 너희들은 나의 발자취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루쉰,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평소에 참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가끔은 신조처럼 여기기도 하는. 나의 발자취에서 불순한 어떤 것을 그 누구도 발견할 만한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 꼭 그렇게 살고야 말겠노라고...다짐도 해가면서..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는... 어제 하루는 완전히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생각'이라는 게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저 글귀가 떠오릅니다. 아주 자주. 그런데 오늘만큼은 저 글귀를 앞두고 자신이 없어지네요. 내가 정말, 정말 평생 동안, 어떤 유혹 앞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고, 조금이라도 불순한 발자취를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의 '정'자도 몰랐던 철없던 시절... 민주노동당 이런 것도 잘 몰랐던 그 때 그 시절 생각 없이,,,라기보다는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아서 노무현을 찍고, 노무현이 당선되자 회사 식구들이랑 축배를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조금 철들고 나서야, 그 때 내 선택이 조금은 철없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한 때 어설프게나마 마음을 주었던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한 때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마음 아프게 했던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어제부터 난 정말 마음이 힘들고 아픕니다.
이럴 땐 감정이입 안됐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이 그이가 남긴 유서 한 줄 한 줄이 심하게 마음을 때립니다.
깨끗하게 살고 싶은데, 하늘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은데, 정치라는 바닥이 원래 그런 건가요, 세상이란 놈이 원래 그런 건가요.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노무현, 바보 노무현. 그이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하늘나라는 정치같은 거 없어도 되는 세상일까요. 안타깝고 서러운 마음을 담아, 고인 앞에 시 하나 바쳐봅니다....
권정생 선생님 어머니도, 권정생 선생님도 머물러 계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물게 될, 머물 수 있는 그 곳이기를 바라면서...
어제도, 오늘도 당신 때문에 눈물이 나는,,, 내일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한 때 당신을 좋아도 미워도 했던, 바보 난칼이 바보 노무현에게 바침...
기도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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