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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감상실

막 떨어지는 빗방울 / 하두자

작성자박오은(소교)|작성시간25.03.24|조회수30 목록 댓글 0

 

막 떨어지는 빗방울

 

                                                                                      하두자 

 

공원까진 걸을 만했고

생각보다 멀지 않아 나와 헤어지기도 좋았다

 

네가 오지 않아도 나는 네게 말을 걸을 수 있다

우리에겐 꼭 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공원의 화단을 지날 땐

믿을 수 있거나 믿어야 할 소식들이 여기저기 깔려있다

아주 멀거나 어쩌면 아주 가까운

 

떠나보낼 것들을 다 떠나보내고 난 후처럼

꽃들은 고갤 숙였고 나는 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나무와 햇살이 먼저 오후로 가고 있었다

날아가는 새들이 보이지 않으면 비가 올 징후라서

서둘러 나를

저 잔디밭의 셔틀콕처럼 날려 보냈으면 했다

 

떨어진 자리에서

지나간 개와 지나간 고양이를 더듬으며 조금 더 있다 갈 수 있게

 

그때까지도 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쩌다 우리의 계절이 겹치길 바라며 되돌아 갈것이다

 

발이 아프지 않을 만큼 걷자 했는데

괜찮다 괜찮다 다짐했는데

 

막 떨어지는 빗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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