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평 281
□ 서 평
權重達 著,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 ‘자치통감’에 있다
(푸른역사, 2002, 198쪽)
25)尹 貞 粉*
Ⅰ.
중국 근세 사상사방면의 국내 연구자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저자는 많은
연구업적과 폭넓은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이 분야연구에서 독자적 위치를 차
지하고 있는 중견 학자로서,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中國近世思想史硏究(중
앙대 출판사, 1998, 618쪽)에서 30여 년간에 걸쳐 저자가 정진한 학문의 깊이
와 폭을 잘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중국 근세사상사 중에서 특별히 사학사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資治通鑑과 관련된 1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
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에 대한 국역을 추진하였다. 사실 자치통감 은 누구
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명저이지만 이를 실제로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고 하겠다. 더구나 274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책을 국역한다는 것은 누구
도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무모한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를
추진하여 그 성과로서 자치통감 1~3권(푸른역사, 2002)을 발간한 바 있다.
*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282 韓國史學史學報 7 (2003. 3)
이는 자치통감 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를 잘 엿볼 수
있는 산 증거라 하겠다. 더구나 중국사학사 관련 저서와 연구서가 미비한 국
내의 상황에서 말로만 듣던 사학사 관련 명저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한 것과 함께,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 ‘자치통감’에 있다 를 출간하
여 일반 독자들에게 자치통감 을 종합적이고도 전문적인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지침을 제공한 것은 매우 의의가 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Ⅱ.
이 책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내용상의 특징으로 대별해
보면, 1) 우리나라의 자치통감 중시, 2) 司馬光(1019∼1067)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시대적 배경으로서 왕안석 변법을 둘러싼 신․구법당, 특히 王安
石과 司馬光간의 대립 양상과 그 노선의 차이점, 3) 사마광과 왕안석에 대한
神宗의 태도, 4) 자치통감 의 史學史的 의의, 5) 주자학의 영향과 자치통
감 , 6) 자치통감 의 의의와 평가 등이다.
먼저, 저자는 이 책 1∼3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치통감 을 중시했던 시
대상을 조선왕조실록 , 고려사 등 한국사 관련 자료에 입각하여 구체적으
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책 1장에서는 조선의 世宗이 자치통감 의 출간을
위해 필요한 30만 권 분의 종이를 준비하도록 명한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2
장에서는 고려 인종 23년(1145) 전후로 자치통감 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
래 자치통감 은 제왕과 신하들에게 많이 읽혔을 뿐 아니라, 특히 조선조에
와서는 문무과는 물론이고 譯科와 史官들의 시험과목으로 자리하게 됨으로
써 사대부들의 필독서가 되는 등 매우 중시된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 3장에서는 자치통감 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제왕학으로서 특별
히 주목받고 중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치통감 은 정치적 효용성에
서 평 283
주목하여 “역사학 서적의 용마루”, “해와 별과 같은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
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로 자치통감 의 저술배경과 관련한 내용은 이 책 4∼9장에 담고 있는
데, 먼저 4장에서는 사마광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과정과 저자의 이력을 상
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자치통감 324권(본문 274권과 자치통감考異 30권
포함)은 北宋 英宗 治平 4년(1067)부터 시작하여 神宗 元豊 7년(1084)까지 17
년간에 걸쳐 완성된 대작으로서, 사마광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이 시기는
때마침 王安石이 집정한 시기였기 때문에 사마광은 정치일선에서는 떠나 있
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과 자치통감 이라는 사서로
유명한 사마광을 기존의 연구자는 주로 역사가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憂患의식’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사회의식과 끊임없는 ‘內聖外
王’의 추구를 특징으로 삼고 있는 당시 사대부들의 행동양식, 그리고 사마광
자신이 평상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은거생활 중에서조차 정치와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했던 사실 등으로 미루어 단순한 역사가로 평가하기 보
다 정치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5장에서는 신법이 시행된 시대적 배경을 특히
북송의 국방의 위기고조와 이에 따른 군사력 증가로 인한 재정고갈에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신법의 주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법을 통해 본 왕안석(또는 신법당)의 노
선과 이를 반대한 사마광(또는 구법당)의 노선간의 차이점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 점이라 하겠다. 먼저 이 책 6장에서 저자는 신․구법당의 대립을 상
상적 이상주의와 점진적 현실주의간의 대립으로 분석하는 한편, 9장에서는
이를 지역적 특성과 연관시켜 이상주의자인 신법당이 주로 신흥 경제중심지
로 부상하기 시작한 동남지역 출신인데 비해 구법당은 주로 서북지역 출신
이라는 점을 인구의 변화와 과거합격자 수, 그리고 경제력과 북송대 지배층
의 지리적 분포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참조하여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7
장에서는 왕안석과 사마광 노선의 근본적 차이점을 군주에 대한 태도와 인
성론, 그리고 대학 의 ‘格物’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로 분석하면서 왕안석을
284 韓國史學史學報 7 (2003. 3)
孟子 推崇의 급진적 혁신주의 입장인데 비해 사마광은 ‘疑孟’으로 대변되는
孔子 추숭의 입장에서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의 입장이라고 저자
의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바로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자치통
감 이 孔子의 春秋를 절대시하여 춘추시대를 뒤이은 戰國시대부터 五代까
지의 역사를 기술했을 뿐 아니라, 史記이래 正史體로 자리 잡은 紀傳體를
버리고 춘추 에 입각하여 편년체를 채택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또한 저자는 8장에서 사마광이 신법을 반대한 것은 신법당의
法治와 법치주의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자치통감 에서 人治와 德治主義를
주장한 實例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셋째로 왕안석과 사마광에 대한 神宗의 태도와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0
장에서 신종이 정치적으로는 왕안석의 신법을 두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
대편인 사마광에게 자치통감 저술을 격려한 것은 황제권 강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는 독특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즉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사대부
가 득세하는 시기로서 특히 왕안석은 맹자 추숭의 입장에서 황제권의 절대
화보다 사대부의 역할을 중시한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주권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은 황제권의 절대화를 강조하는 공자 추숭의 입장
이 필요로 했을 것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사마광의 자치통감 저술을 은
연중에 격려하고 보장했던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황제권과 臣權의 역학관계
속에서 파악하였다.
넷째로 자치통감 의 사학사적 의의와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1장에서
자치통감 이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에 대해 ① 1362년의 역사
를 간략하지만 하나도 빠뜨린 것 없이 과거 역사서적을 정리하여 새로운 역
사 저술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 ②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역사 속의 인물
과 사건을 마치 하나의 역사소설처럼 기술했을 뿐 아니라, 생동감 있는 문장
으로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여 주고 있다는 점, ③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과 사고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정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교훈을 준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 평 285
다섯째로 주자학의 영향과 자치통감 과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2장에서
南宋에 이르러 ‘夷狄’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혈통론에 입각한 정통론과 명분
론을 중시하는 풍조가 고조됨으로 인해 資治通鑑綱目이 중시되었다고 지
적하고 있다. 즉 북송과 달리 남송시기는 주자학적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객
관적인 역사서술을 지향하는 자치통감 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이를 대신
하여 자치통감강목 이 더욱 중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자학의 등장과
유행은 북송이후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史書에 대한 선호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에 따라 주자학적 민족주의가 강조된 남송과 명대에는 자
치통감강목 이 중시된데 비해 金․元․淸 등 정복왕조기에는 자치통감 이
중시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13장에서 저자는 자치통감 에 대해
‘영원한 인생 교과서’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역사책의 가치를
단순한 인간의 경험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삶에 유용한 작업이
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로 이 점에서 자치통감 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
리들에게도 유용하다는 점에서 영원한 인생교과서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Ⅲ.
이제 이 책의 특징과 정점,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자치통감
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관심과 동기를 강하게 부여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
히 자치통감 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를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술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해함과 딱딱함을 탈피하여 최대한 알기 쉬운 용어와 서술방식
286 韓國史學史學報 7 (2003. 3)
을 채택함으로써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동기 부여는 저자가 서문에 해
당하는 1∼3장에서도 이미 잘 밝히고 있다. 즉 저자는 이 책 1∼3장에서 자
치통감 이 왜 하필이면 중국도 아닌 우리나라에서조차 중시되어 왔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밝힘으로써 이 책에 대한 관심과 일독의 필요성을 암묵
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자치통감 에 대한 우리나라 독자들의 관심을
촉발하는데 기여했다고 하겠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대부분의 史籍 해설서가 책의 내용이나 문장, 저
자평전 등에 국한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자치통감 저술을 둘
러 싼 시대적 배경을 신․구법당간의 정책과 노선적 차이, 경제력 변화에 따
른 지역간의 차이, 황제권과 신권, 孔子 추숭과 孟子 추숭 문제 등 다양하게
접근 분석함으로써 자치통감 에 대한 역사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깊게 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의 절반(4~9장)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존의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독
창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이 일반 독자들
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양서이면서도 그 내용 면에서는 학술 전문서적
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깊이를 지닌 자치통감 지침서라 하겠다.
이상의 특징과 커다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을 굳이 지적해 보면, 체재와 관련한 문제로서 먼저 9장의 「남북으로 갈린
사람들」 부분을 이 책의 내용과 구성상 앞의 6장 뒤나 8장 앞으로 옮기는
것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9장의 내용은
신․구법당의 대립이나 노선상의 차이와 관련되는 내용으로서 이는 8장 「사
마광은 왜 개혁을 반대했나?」에서 지적한 자치통감 의 개혁 반대 사례와는
내용상 단절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자의 순조로운 글읽기와
이해를 위해서도 9장의 구성을 조정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와 함
께 5장 「북송의 현실과 왕안석의 변법」에서 변법 내용을 굳이 설명하지 않
아도 이 책의 대의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내용과
서 평 287
관련된 문제로서, 12장 「주자학과 자치통감 」에서 저자는 정통론과 명분론
을 기치로 하는 주자학적 민족주의 등장과 함께 저술된 자치통감강목 과
자치통감 의 선호도 및 消長관계를 시대적 추이에 따라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통감 이 발간된 북송 이후 경연이나 과거시험의 과목으로 정립
된 구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1~3장에서 고려
와 조선 관련 부분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처럼 이 부분에서 사대부의 필독
서로 자리한 중국의 사정에 대해서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자치통감 은 그 분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내용 면
에서도 도덕주의적 사서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웠
거나 기피했던 경향과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저자의 노력으로
자치통감 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자치통감 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 서 평
權重達 著,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 ‘자치통감’에 있다
(푸른역사, 2002, 198쪽)
25)尹 貞 粉*
Ⅰ.
중국 근세 사상사방면의 국내 연구자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저자는 많은
연구업적과 폭넓은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이 분야연구에서 독자적 위치를 차
지하고 있는 중견 학자로서,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中國近世思想史硏究(중
앙대 출판사, 1998, 618쪽)에서 30여 년간에 걸쳐 저자가 정진한 학문의 깊이
와 폭을 잘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중국 근세사상사 중에서 특별히 사학사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資治通鑑과 관련된 1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
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에 대한 국역을 추진하였다. 사실 자치통감 은 누구
나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명저이지만 이를 실제로 완독한 사람은 드물다
고 하겠다. 더구나 274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책을 국역한다는 것은 누구
도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무모한 대장정’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를
추진하여 그 성과로서 자치통감 1~3권(푸른역사, 2002)을 발간한 바 있다.
* 덕성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282 韓國史學史學報 7 (2003. 3)
이는 자치통감 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를 잘 엿볼 수
있는 산 증거라 하겠다. 더구나 중국사학사 관련 저서와 연구서가 미비한 국
내의 상황에서 말로만 듣던 사학사 관련 명저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한 것과 함께, 욱일승천하는 중국의 힘 ‘자치통감’에 있다 를 출간하
여 일반 독자들에게 자치통감 을 종합적이고도 전문적인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지침을 제공한 것은 매우 의의가 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Ⅱ.
이 책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내용상의 특징으로 대별해
보면, 1) 우리나라의 자치통감 중시, 2) 司馬光(1019∼1067)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시대적 배경으로서 왕안석 변법을 둘러싼 신․구법당, 특히 王安
石과 司馬光간의 대립 양상과 그 노선의 차이점, 3) 사마광과 왕안석에 대한
神宗의 태도, 4) 자치통감 의 史學史的 의의, 5) 주자학의 영향과 자치통
감 , 6) 자치통감 의 의의와 평가 등이다.
먼저, 저자는 이 책 1∼3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치통감 을 중시했던 시
대상을 조선왕조실록 , 고려사 등 한국사 관련 자료에 입각하여 구체적으
로 설명하고 있다. 즉 이 책 1장에서는 조선의 世宗이 자치통감 의 출간을
위해 필요한 30만 권 분의 종이를 준비하도록 명한 내용을 소개하는 한편, 2
장에서는 고려 인종 23년(1145) 전후로 자치통감 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
래 자치통감 은 제왕과 신하들에게 많이 읽혔을 뿐 아니라, 특히 조선조에
와서는 문무과는 물론이고 譯科와 史官들의 시험과목으로 자리하게 됨으로
써 사대부들의 필독서가 되는 등 매우 중시된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책 3장에서는 자치통감 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제왕학으로서 특별
히 주목받고 중시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치통감 은 정치적 효용성에
서 평 283
주목하여 “역사학 서적의 용마루”, “해와 별과 같은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
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둘째로 자치통감 의 저술배경과 관련한 내용은 이 책 4∼9장에 담고 있는
데, 먼저 4장에서는 사마광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과정과 저자의 이력을 상
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자치통감 324권(본문 274권과 자치통감考異 30권
포함)은 北宋 英宗 治平 4년(1067)부터 시작하여 神宗 元豊 7년(1084)까지 17
년간에 걸쳐 완성된 대작으로서, 사마광이 자치통감 을 저술한 이 시기는
때마침 王安石이 집정한 시기였기 때문에 사마광은 정치일선에서는 떠나 있
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과 자치통감 이라는 사서로
유명한 사마광을 기존의 연구자는 주로 역사가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필자는 ‘憂患의식’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사회의식과 끊임없는 ‘內聖外
王’의 추구를 특징으로 삼고 있는 당시 사대부들의 행동양식, 그리고 사마광
자신이 평상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은거생활 중에서조차 정치와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했던 사실 등으로 미루어 단순한 역사가로 평가하기 보
다 정치가라고 평가하고 있다. 5장에서는 신법이 시행된 시대적 배경을 특히
북송의 국방의 위기고조와 이에 따른 군사력 증가로 인한 재정고갈에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신법의 주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신법을 통해 본 왕안석(또는 신법당)의 노
선과 이를 반대한 사마광(또는 구법당)의 노선간의 차이점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한 점이라 하겠다. 먼저 이 책 6장에서 저자는 신․구법당의 대립을 상
상적 이상주의와 점진적 현실주의간의 대립으로 분석하는 한편, 9장에서는
이를 지역적 특성과 연관시켜 이상주의자인 신법당이 주로 신흥 경제중심지
로 부상하기 시작한 동남지역 출신인데 비해 구법당은 주로 서북지역 출신
이라는 점을 인구의 변화와 과거합격자 수, 그리고 경제력과 북송대 지배층
의 지리적 분포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참조하여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7
장에서는 왕안석과 사마광 노선의 근본적 차이점을 군주에 대한 태도와 인
성론, 그리고 대학 의 ‘格物’에 대한 해석상의 차이로 분석하면서 왕안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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孟子 推崇의 급진적 혁신주의 입장인데 비해 사마광은 ‘疑孟’으로 대변되는
孔子 추숭의 입장에서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는 보수주의의 입장이라고 저자
의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하였다. 바로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저자는 자치통
감 이 孔子의 春秋를 절대시하여 춘추시대를 뒤이은 戰國시대부터 五代까
지의 역사를 기술했을 뿐 아니라, 史記이래 正史體로 자리 잡은 紀傳體를
버리고 춘추 에 입각하여 편년체를 채택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또한 저자는 8장에서 사마광이 신법을 반대한 것은 신법당의
法治와 법치주의를 주장했기 때문이라며 자치통감 에서 人治와 德治主義를
주장한 實例를 들어 입증하고 있다.
셋째로 왕안석과 사마광에 대한 神宗의 태도와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0
장에서 신종이 정치적으로는 왕안석의 신법을 두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
대편인 사마광에게 자치통감 저술을 격려한 것은 황제권 강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라는 독특한 견해를 제시하였다. 즉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사대부
가 득세하는 시기로서 특히 왕안석은 맹자 추숭의 입장에서 황제권의 절대
화보다 사대부의 역할을 중시한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주권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은 황제권의 절대화를 강조하는 공자 추숭의 입장
이 필요로 했을 것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사마광의 자치통감 저술을 은
연중에 격려하고 보장했던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황제권과 臣權의 역학관계
속에서 파악하였다.
넷째로 자치통감 의 사학사적 의의와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1장에서
자치통감 이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게 된 이유에 대해 ① 1362년의 역사
를 간략하지만 하나도 빠뜨린 것 없이 과거 역사서적을 정리하여 새로운 역
사 저술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 ②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역사 속의 인물
과 사건을 마치 하나의 역사소설처럼 기술했을 뿐 아니라, 생동감 있는 문장
으로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높여 주고 있다는 점, ③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과 사고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정치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교훈을 준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 평 285
다섯째로 주자학의 영향과 자치통감 과 관련하여 저자는 이 책 12장에서
南宋에 이르러 ‘夷狄’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혈통론에 입각한 정통론과 명분
론을 중시하는 풍조가 고조됨으로 인해 資治通鑑綱目이 중시되었다고 지
적하고 있다. 즉 북송과 달리 남송시기는 주자학적 민족주의에 입각하여 객
관적인 역사서술을 지향하는 자치통감 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이를 대신
하여 자치통감강목 이 더욱 중시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자학의 등장과
유행은 북송이후의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史書에 대한 선호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에 따라 주자학적 민족주의가 강조된 남송과 명대에는 자
치통감강목 이 중시된데 비해 金․元․淸 등 정복왕조기에는 자치통감 이
중시되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결론에 해당하는 13장에서 저자는 자치통감 에 대해
‘영원한 인생 교과서’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역사책의 가치를
단순한 인간의 경험을 기록하는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삶에 유용한 작업이
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로 이 점에서 자치통감 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우
리들에게도 유용하다는 점에서 영원한 인생교과서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Ⅲ.
이제 이 책의 특징과 정점, 그리고 보완해야 할 점을 지적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자치통감
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관심과 동기를 강하게 부여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
히 자치통감 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를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술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해함과 딱딱함을 탈피하여 최대한 알기 쉬운 용어와 서술방식
286 韓國史學史學報 7 (2003. 3)
을 채택함으로써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동기 부여는 저자가 서문에 해
당하는 1∼3장에서도 이미 잘 밝히고 있다. 즉 저자는 이 책 1∼3장에서 자
치통감 이 왜 하필이면 중국도 아닌 우리나라에서조차 중시되어 왔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밝힘으로써 이 책에 대한 관심과 일독의 필요성을 암묵
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자치통감 에 대한 우리나라 독자들의 관심을
촉발하는데 기여했다고 하겠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대부분의 史籍 해설서가 책의 내용이나 문장, 저
자평전 등에 국한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비해 이 책은 자치통감 저술을 둘
러 싼 시대적 배경을 신․구법당간의 정책과 노선적 차이, 경제력 변화에 따
른 지역간의 차이, 황제권과 신권, 孔子 추숭과 孟子 추숭 문제 등 다양하게
접근 분석함으로써 자치통감 에 대한 역사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깊게 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의 절반(4~9장)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존의 연구성과를 종합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독
창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이 일반 독자들
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양서이면서도 그 내용 면에서는 학술 전문서적
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깊이를 지닌 자치통감 지침서라 하겠다.
이상의 특징과 커다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을 굳이 지적해 보면, 체재와 관련한 문제로서 먼저 9장의 「남북으로 갈린
사람들」 부분을 이 책의 내용과 구성상 앞의 6장 뒤나 8장 앞으로 옮기는
것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9장의 내용은
신․구법당의 대립이나 노선상의 차이와 관련되는 내용으로서 이는 8장 「사
마광은 왜 개혁을 반대했나?」에서 지적한 자치통감 의 개혁 반대 사례와는
내용상 단절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자의 순조로운 글읽기와
이해를 위해서도 9장의 구성을 조정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이와 함
께 5장 「북송의 현실과 왕안석의 변법」에서 변법 내용을 굳이 설명하지 않
아도 이 책의 대의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으로 내용과
서 평 287
관련된 문제로서, 12장 「주자학과 자치통감 」에서 저자는 정통론과 명분론
을 기치로 하는 주자학적 민족주의 등장과 함께 저술된 자치통감강목 과
자치통감 의 선호도 및 消長관계를 시대적 추이에 따라 잘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통감 이 발간된 북송 이후 경연이나 과거시험의 과목으로 정립
된 구체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1~3장에서 고려
와 조선 관련 부분에서 상세하게 설명한 것처럼 이 부분에서 사대부의 필독
서로 자리한 중국의 사정에 대해서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이제까지 자치통감 은 그 분량이 방대할 뿐 아니라 내용 면
에서도 도덕주의적 사서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웠
거나 기피했던 경향과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저자의 노력으로
자치통감 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자치통감 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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