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0년만에 신조된 침대특급 전동차
285계는 1998년 7월 10일 최초로 데뷔했으며, JR서일본과 JR동해가 공동개발해 민영화 이후에 처음으로 합작을 시도한 침대특급 전동차이며, 583계 이래로 30년만에 신조하는 침대특급 전동차이다. 기존의 침대특급은 14계나 24계 객차를 전기기관차가 견인하는 형식이었으나, 이전 침대특급인 "세토"나 "이즈모"에 쓰인 14계나 24계 객차는 상당히 노후화되어 교체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그런데다 기관차 견인형 형식은 JR의 특징인 초과밀 다이어에 대응이 부적절했기 때문에, 동차형 침대열차를 제작하게 되었다. 차량 디자인은 켄모치 이사무 디자인 연구소가, 내장은 유명한 주택건설사인 미사와홈스가 담당했다.
- 선라이즈 익스프레스의 엠블렘. 기존 침대열차의 어두운 이미지에서 탈피해 해뜨는 아침을 이미지화 했다.
2. 무거운 침대특급 열차도 가뿐하게
285계는 공동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제작되었지만 사실상 JR서일본의 전동차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기존 국철시절 583계가 침대시설의 무게가 차량 성능에 발목을 잡았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런 단점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차체는 기본적으로 강철차체이며 량당 평균 40톤(축중 10톤)이 넘어가지만 차체 전체를 활용하는 복층구조의 설계를 채택해 무게중심을 낮추고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복층 구조인 만큼 주행장치는 3,5호차에 모두 몰아놓고 무려 2M5T라는 극단적인 MT비에서도 223계 1000번대 신쾌속 차량과 같은 IGBT인버터와 개별제어를 바탕으로 130km/h까지 낼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기동가속도가 1.6km/h/s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장거리를 무정차 통과하는 침대특급 열차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기동시의 무거운 무게로 인한 공전이나 활주를 방지하기 위해 세라믹 분사장치(살사장치)가 추가되어 있으며 브레이크 쵸퍼기능을 갖춰 강력한 제동성능을 발휘한다. 팬터그래프는 로컬선의 좁은 터널 통과를 위해 팬터그래프는 싱글암 팬터그래프를 장착했다.
서비스전원이 많이 사용되는 침대열차의 특성상 보조전원장치도 강화되었다. WPC9 차량제어장치는 223계 1000번대에서 쓰이는 WPC7처럼 1C1M 개별제어 인버터 4기와 보조전원장치(SIV)를 통합한 제어기기이나 용량을 110kVA에서 130kVA로 높였다. 마찬가지로 보조전원부 고장시 추진제어용 인버터 하나를 보조전원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추가적으로 130kVA급 보조전원장치 두개를 장착하고 1~3호차와 5~7호차까지의 보조전원을 각 동력차의 차량제어장치가, 4호차와 직류100V 전원 등의 저압전원은 보조전원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동차의 빠른 가감속을 바탕으로 침대특급 열차 중에서는 속도종별(우리나라로 치면 견인정수표 열차등급)이 가장 빠른 A5(10퍼밀 연속구배에서 105km/h를 유지가능)로 되어있다.
- 285계는 복층구조라 무게중심을 낮춰 서스펜션의 피로도를 낮추고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했다.
- 동력차인 모하네 285계 200번대. 지정석인 노비노비 시트라고 동력차로 해놓았다.
3. 아침을 여는 열차
285계는 공간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서 카시오페아(E26계 객차)처럼 2층구조를 채택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침대객차들이 공용실(4인용)을 위주로 편성되었다면, 이 285계 전동차의 침대객실은 모두 개인실을 위주로 편성된 것이 특징이어서 쾌적한 수면과 함께 사적 공간의 확보를 동시에 실현한 획기적인 침대동차이다. 동력차인 3호차와 5호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복층구조로 되어있어 같은 침대열차라도 매우 넓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다. 차체의 디자인 또한 변화를 주어 기존의 블루트레인이 "어두운 밤"을 상징했다면 선라이즈 익스프레스는 이름 그대로 "일출"을 상징해 "아침 해"를 상징하는 빨강, "일출의 지평선"을 상징하는 금색 띄와, "아침안개"를 상징하는 베이지색으로 도색했다. 실내는 일반 주택처럼 원목무늬 소재를 많이 사용해 따뜻한 이미지를 구축, 침대열차의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달성하여 1998년 굿디자인상과 브루넬상 장려상, 1999년 블루리본상등 철도 디자인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 285계의 측면을 보면 해뜨는 아침의 이미지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 굿디자인 + 브루넬 + 블루리본상을 휩쓸었다.
- 285계의 4호차 사하로네 285형. 복도를 측면으로 놓고 입구 계단을 상하 지그재그로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 했다. 위에 보이는 두개의 측면등은 화재감지기와 비상호출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4. 야간열차 지정석의 마지막 보루 노비노비좌석
285계는 침대특급 열차인만큼 여러 종류의 객실이 존재한다. 가장 급이 낮은 객실은, 침대요금을 내지 않고 지정석 특급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노비노비좌석인데,(물론 JR패스로 공짜로 이용할 수도 있다) 5호차의 1-2층을 모두 차지하는 노비노비좌석은 침대가 없으며, 개방된 방바닥에 카펫이 그냥 깔려 있고 좌석과 좌석간의 구분은 약간의 파티션 벽과 커텐으로 되어있다. 부관페리를 타보신 분들은 3등석의 마룻바닥을 생각하시면 편할 것이다. 노비노비좌석은 각층에 14명씩 모두 28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담요가 제공되긴 하지만 딱딱한 바닥에 그대로 드러눕는거라 다소 불편한 감이 있다. 그래도 JR패스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야간열차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는 인기 만점. 또한 선라이즈 침대특급 자체가 워낙 인기가 좋아서 금방 매진되는 칸이기도 하다. 2014년 지정석인 "코론토시트" 가 있던 "아케보노"가 정기운용에서 빠지면서 JR패스로 추가요금 없이 이용 가능한 유일한 침대열차가 되고 있다.
- 3호차의 노비노비시트. 맨바닥이라도 담요와 시트가 제공된다. 가지고 있는 배낭을 배게삼아 자면 딱 안성맞춤.
5. 솔로부터 트윈까지 다양한 B침대 시설들
선라이즈 익스프레스는 28석의 노비노비 지정석과 6실의 싱글디럭스를 빼면 모두 B침대로 되어있으며 가격과 인원수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은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된다. 먼저 가장 아랫등급으로서 B1침대요금(6,300엔)으로 혼자서 독실을 이용할 수 있는 B1솔로 독실은, 좀 좁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런대로 하룻밤을 지내기에는 편안한 방으로서 3호차(동력차)에 2단으로 20실이 준비되어 있다. 일반적인 침대특급에서 볼 수 있는 침대 시설로서 침대폭 560mm에 동력차라 높이도 낮긴 하지만 한숨 자기엔 불편함이 없다.
1,2,5~7호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싱글과 싱글 트윈은 총 80실이 준비되어 있으며 같은 B1급 침대실이지만 약간의 품격의 차이는 있다. 싱글은 아랫등급인 솔로보다는 침대 넓이도 700mm로 넓고 방 높이가 더 높으므로 요금은 천엔이 더 비싼 7,350엔으로 되어있다. 여기에 싱글트윈이라는 등급을 8실 추가했다. 1명이 이용할 때엔 9,170엔으로 하단만 사용이 가능하고 2명이 잘땐 5,250엔을 추가하고 상단의 접이식 침대를 펴서 사용이 가능한데, 낮에는 상단 침대를 접어 올리고 하단의 침대도 접어 좌석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되어있으며 2호차, 6호차에 있는 싱글트윈은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가능하도록 되어있어 배리어 프리가 갖춰져 있다.
2인 이용이 가능한 14,700엔짜리 선라이즈트윈은 4호차의 1층부분을 차지하는데, 4실X2인 8명이 정원이다. A1싱글 디럭스와 같은 방 넓이에 B침대 정도의 침대 두개를 넣어 트윈 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엄청 넓지는 않다.
- B침대 솔로 침대는 딱 누울 자리만 있다. 6천 3백엔의 역할은 딱 하는 셈. 옛날 우리나라에 있던 무궁화호 침대객실의 상단 쯤 되는 역할을 한다.(무궁화호 침대차는 상단이 하단보다 저렴했다)
- B침대 싱글은 솔로보다 조금 더 넓고 편하다. 무궁화호 침대차의 하단쯤 되는 역할.
- 싱글트윈은 이렇게 접이식 보조침대를 내려 쓸 수 있고 하단의 침대 또한 접어서 좌석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 선라이즈 트윈은 4호차의 하단에만 있다. 마찬가지로 침대를 접어 좌석으로 전환해서 여행할 수 있다.
6. 갖출건 다 갖춘 최상위 등급 A1 싱글 디럭스
카시오페아보다는 덜 호화스럽지만 그래도 285계 최고 클래스인 A1 싱글 디럭스는 6실이 준비되어 있으며 국철시절의 "세토"에서 책정된 요금인 13,350엔으로 되어있다. 비싼 요금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최고의 서비스와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침대폭은 850mm로 어지간한 집의 싱글 침대수준의 침대넓이와 넓직한 객실, 액정모니터 TV와 세면대 및 세면대 의자, 번호잠금식 사물함을 갖추고 있으며 4호차의 전용 샤워실(전용 카드 무료제공!)과 유타카, 슬리퍼, 전용 세면도구까지 제공된다. 6실밖에 없기 때문에 그나마 치열한 예약경쟁을 뚫어야만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 선라이즈 익스프레스의 유일한 A침대인 싱글디럭스. 침대 넓이부터가 확연하게 차이난다. 게다가 TV와 세면대 등 편의시설을 충분하게 갖췄다.
7. 샤워실과 미니라운지 등 충실한 편의시설
샤워실은 3호차와 4호차에 각 2실이 있는데 이중 4호차의 샤워실은 싱글디럭스 전용으로 되어있으며 3호차의 샤워실은 310엔짜리 샤워권을 승무원으로부터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샤워에는 시간제한이 있어 느긋하게 샤워를 할 수는 없어도 더운 여름 씻기도 어려운 장거리 여행시의 한줄기 빛이기도 하다. 285계도 283계처럼 전망형 라운지(미니살롱)이 갖춰져 있으며 간단한 음료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운행시간은 12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식당차는 물론 차내 판매 또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승차할 때엔 미리 먹거리 등을 준비해두도록 하자.
- 선라이즈 익스프레스의 샤워실. 약 5분정도 사용이 가능한데 군대를 갔다온 예비역이라면 아시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 샤워 카드와 차내 시설 안내서. 샤워카드는 기념으로 챙길 수 있다. 참고로 차장에게 수건도 구매가 가능하다(500엔)
- 차내 라운지. 283계에서 보는 그것과 비슷한데 어차피 해진 후에 출발해 해뜨기 전에 도착하는지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 간단한 음료를 파는 자판기 정도만 갖춰져 있다. 맥주나 식사류는 차내 판매가 없으므로 출발역에서 미리 구매해 승차해야 한다.
8. 침대열차계의 마지막 희망.
현재 285계는 JR서일본 제작의 0번대(3개편성 21량)는 이즈모철도부 이즈모차량지부에, 3000번대(2개편성 14량)는 오오가키전차구 소속으로 활동한다. JR동해 소속차량의 경우는 JR서일본 이즈모차량지부에서 검수를 받는 등 위탁운영을 받는다. 도쿄에 도착한 열차는 낮에는 회송되지 않고 도쿄의 다마치 차량센터에 유치된다. 285계는 특급요금으로만 이용할 수 있는 노비노비 좌석, 그리고 B침대의 적절한 등급 구분과 객실 배치, 그리고 A침대의 뚜렷한 고급화로 인해 다양한 수요를 끌어들였다. 게다가 VVVF를 이용하여 더욱 침대특급을 고속화시켰으며, 새로운 침대특급의 중흥을 일구어낸 차량이다. JR동일본에 <카시오페아 E26계>가 있다면, JR서일본에는 <선라이즈 익스프레스>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 도쿄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블루트레인이 모조리 퇴역하고 선라이즈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으며 추가적인 침대열차의 도입 또한 저가항공사와 신칸센, 저가 비지니스 호텔등의 경쟁에 밀려 답보상태가 된데다가 홋카이도 방면의 침대특급열차도 홋카이도신간선 개통에 따라 퇴역하고 대신 "나나츠보시 in 큐슈"와 같은 초 호화형 관광열차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라 사실상 마지막으로 운용되는 정기 침대특급 열차로 남을 전망이다.
- 아침 7시 타카마츠역에 도착한 285계 "선라이즈 세토". JR패스 이용자에겐 마지막 희망과도 같은 야간열차이다.
- Last Updated : 2014. 4. 3
- 글 : 김성수, 787-ARIAKE
- 사진 : 김성수, CASSIOPEIA님, 일철연 공동사진DB, Wikipedia, JR서일본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