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쾌속 또한번의 세대교체
JR서일본의 간판노선이자 "어반네트워크"의 중심 노선인 JR교토/고베선(도카이도본선, 산요본선)은 일찍이 한큐,케이한, 한신등의 유수 대기업 사철들이 맞몰린 격전지로 이 구간은 일찍이 쾌속열차가 정차역 수를 더 줄이고 속도를 높인 "신쾌속"열차를 운용하고 있었다. 수많은 차량이 오간 끝에 이 신쾌속 전용열차로서 117계, 221계등을 거쳐 1995년부터 223계 1000번대가 신세대형 신쾌속 열차로 새롭게 투입되어 또다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 신쾌속 열차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리고 혼잡한 시간일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서울-수원 비슷한 거리를 30분에 주파하는 열차가 10분에 한대씩. 그것도 12량으로 꽉꽉 채워 다니며 비싼 운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2. 운임만 받는 열차가 특급열차와 같은속도를 내는 섬나라의 기상
이번에 투입된 223계 1000번대는 기존 221계보다 더 빠른 최고속도 130km/h운용이 포인트로 먼저 도입된 "관공쾌속"용 223계 0번대를 기초로 최고속도를 끌어올렸다. 기존 M'-T의 유닛구조로 구성해 4량 기준 2M2T, 8량기준 3M5T에서도 130km/h급 운행이 가능한 거의 동력준집중식 유닛구성이 특징이다. 견인전동기 출력은 220kW급으로 올라갔으며 인버터 또한 IGBT로 변경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주회로도 JR서일본만의 스타일이 확립되었는데 3레벨 IGBT 인버터를 1C1M의 개별제어로 묶은 추진제어장치와 4개와 한개의 보조전원용 인버터(SIV)를 일체화한 통합형 "차량제어장치"로 만들었는데 SIV가 고장났을 경우 인접 추진제어장치 한개를 보조전원으로 돌려 사용해 서비스전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그만큼 견인력은 떨어진다) 대차도 207계를 베이스로 했던 0번대와는 달리 681계를 베이스로 한 링크암식 대차를 사용하고 있으며 130km/h의 고속운용을 고려해 요댐퍼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제동장치는 완전전기제동까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1000번대도 차후 소프트웨어 개량을 통해 지원가능하게 되었다)
운전기기는 디지털계기판의 단점이 많이 드러났기 때문에 시인성이 좋은 아날로그 계기판으로 돌아왔으며 연결기에는 전공일체 자동연결장치를 갖춰 수요에 따라 221계등과도 병결해 최대 12량으로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 223계 1000번대의 대차. 전형적인 링크암식이지만 전후 요댐퍼는 물론 상하 댐퍼 등 특급형 차량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서스펜션으로 무장했다.
- 223계 1000번대의 운전실. 223계 0번대와는 달리 다시 아날로그로 회귀했지만 운전 편의장치는 더욱 파워업 했다.
3. "신쾌속 열차"의 DNA를 충실하게 이어받은 최상의 근교열차 거주성
223계 1000번대는 정통 신쾌속의 계보를 잇는 차량이니만큼 컬러링도 117계와 221계와 같은 고동색-베이지색으로 맞췄다. 차량 내부의 시트도 221계와 같은 2+2의 갈색 전환식 크로스시트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같다. 또한 착석률을 높이기 위해 출입문 주변에 설치된 파티션에도 접이식 간이시트를 마련하였다. 이 시트는 출퇴근 시간대엔 펼 수 없도록 고정되며 운전실에서 일괄적으로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223계 1000번대를 0번대와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도색 말고도 헤드라이트의 모양이다. 0번대는 동그란 헤드라이트를 쓰고 있는 반면에 1000번대는 281계 같은 타원형의 헤드라이트를 장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 223계의 실내. 전형적인 전환식 크로스시트를 갖추고있다.
- 출입문 주변에 달린 보조좌석. 위의 안내표지에 보이듯이 혼잡시간대엔 시트를 고정시켜둔다.
- 간단하게 호차와 다음역 등을 안내하는 안내표시기가 달려있다.
4. 설계부터 투입까지 4개월만에! 최초 48량이 긴급 데뷔
223계 1000번대는 당초 1996년 초에 투입될 예정으로 기본계획과 설계가 진행중이었으나 1995년 1월 한신대지진이 발생 경쟁관계였던 한큐와 한신등이 장기간 운행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 JR선은 주변 사철선에 비해 빠르게 복구가 완료되었고 JR쪽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혼잡도가 급증했기 때문에 시기를 다소 앞당겨 1995년 8월부터 투입되었다. JR서일본이 총력을 기울여 설계부터 완성차 도입까지 약 4개월만에 본편성 8량(3M5T)편성과 4량(2M2T)부속편성으로 구성된 4개편성 총 48량이 최초로 도입되어 바로 신쾌속 열차에 집중 투입되었다. 특히 이들은 아침 러시타임의 히메지 발 쿠사츠 행 신쾌속 열차같은 최고 혼잡도를 자랑하는 열차들에 투입되며 JR의 신차투입 위엄을 과시했으며 대규모 재난 복구 및 도시 재건에서 철도회사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후 1000번대는 97년 44량이 추가로 도입되며 이때부터는 221계와의 혼성 운행도 이루어졌다.
- 223계 1000번대는 0번대처럼 미등이 차체 아랫부분에 있으며 스테인리스 주름이 있는 타입이었다. 한신 대지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급한대로 만들 수 밖에 없어서 이래 되었나 보다.
6. 223계 2000번대 등장 - 대망의 130km/h시대 열려
223계 1000번대는 130km/h까지 낼 수 있었으나 221계에 밀려 그 발톱을 숨겨(?)왔다. 그러나 JR서일본은 1999년 3월부터 신쾌속의 130km/h를 추진하고 그에 따라 증비차 2000번대가 제작되어 그대로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양산되었다.
2000번대는 기존 1000번대와 비교해 차체 외판의 두께를 늘려 스테인리스 주름을 없앴고 어느정도의 코스트다운이 이루어져 대량양산 체제에 돌입하게 되었으며 장애인 대응 화장실이 설치되는 등 어느정도의 배리어 프리화도 이루어졌다. 또한 인버터 소프트웨어의 개량으로 완전전기제동이 가능했다. 이 때에는 8+4의 12량 편성 운용이 잦았는데 3M5T의 8량 본편성과 2M2T의 4량 부속편성의 출력차가 커서 4량 부속편성의 MT비를 1.5M 2.5T(즉 M차의 견인전동기를 하나 줄인)로 만든 3000번대가 존재했다.
2000번대는 1999년5월 64량이 도입되면서 223계만의 운용을 조성해 130km/h운용을 시작했다. 이어서 2000년 3월 176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221계를 모조리 쫓아내고 신쾌속 전열차의 130km/h운용을 이룩했다.
- 2000/3000번대는 차체 비드가 없어져 매끄러운 차체가 되었다. 전조등과 미등이 일체화된 유니트식 전조등이 구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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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번대 부터는 장애인 대응 화장실과 휠체어 스페이스가 추가되어 어느정도의 배리어프리를 이룩했다.
7. 2008년까지 질기게 생산된 JR서일본 주력차량
223계는 2000번대 이후로도 5000번대, 5500번대, 6000번대 등 다양한 계열이 생산되었으며 신쾌속용 2000번대 자체도 코세이선, 호쿠리쿠본선(비와코선), 후쿠치야마선, 산인본선(사가노선) 등등 어반네트워크 밖의 지역까지 운용범위가 확대되었기 때문에 7차에걸쳐 2008년까지 총 600량 정도가 제작되었다. 시기에 따라서 지속적으로 개량도 가해졌는데 UV코팅 유리창이 추가되는가 하면 2005년 생산분 부터는 후쿠치야마선 탈선사고의 영향을 받아 ATS-P가 장착되었고 차체강도를 지속적으로 보강하는 개량이 이루어 졌다. 2008년 이후에는 신형 225계의 제작으로 이어진다.
223계를 기반으로 한 시험차도 제작되었는데 초기 가와사키중공업이 2000번대를 만들기 시작하기 전 새로운 차체공법을 시험하기 위한 9000번대가 1량(쿠모야 223형 9001) 제작되었다. 이 차량을 토대로 223계 2000번대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차량은 차후 213계의 남는차량과 합쳐져 종합 시험차량 "U@Tech"으로 개조되어 여러가지 기술시험도 이루어졌으며 223계의 차체를 활용한 연료전지 철도차량도 제작되었다. 2019년 부터는 1000번대의 체질개선 개조와 더불어 8량편성 한칸을 지정석인 "A시트"로 운용하여 착석통근 서비스도 시작하게 되었다.
한편 외곽지역에 진출한 223계 5000번대, 5500번대, 6000번대 등도 지속적으로 생산되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음편에서 다루기로 한다.
- JR서일본의 기술시험차 "U@Tech". 뒤의 두량은 퇴역한 213계 "마린라이너" 차량을 가져왔다. 이 차량을 통해 열차 무선제어시스템, ATS-DW신형 신호장치와 디지털 무선설비, 차체경사제어시스템, 영구자석동기전동기(PMSM)등 여러가지 기술개발이 진행되었다.
8. 통근전철이 특급같은 속도로 운행되는 불편한 진실.
223계는 오사카지역 사철과의 피나는 경쟁의 결과물이다. 이전 117계, 221계도 그랬듯이 수십년간 이어져오는 지역 대기업 사철과의 경쟁으로 최고속도를 100에서 110, 110에서 120, 이제는 선로가 받쳐줄 수 있는 최고속도인 130km/h로 운용되며 특급열차 수준의 속도로 끌어올렸다. 물론 사철쪽도 노력 안하는것이 아니라서 한큐는 자사 노선을 115km/h로 향상시키는가 하면 한신-긴테츠간의 난바선 직통으로 계열사간의 끈끈한 연계력을 형성하기도 하며, 케이한전철은 나카노시마선 개통, 쾌속특급이나 라이너열차, 프리미엄 시트와 같은 착석통근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한편 JR서일본도 이에 대항해 신쾌속열차에 지정석을 운용하는 등 상호 양적/질적인 서비스 향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튼 경쟁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는건 틀린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에겐) 불편한 진실이긴 하다.
어쨌거나 223계는 JR서일본의 "어반네트워크"의 중심에 선 "주력차량"의 역할로 오늘도 엄청난 승객들을 빠른 속도로 실어나르고 있다. 이런 서비스의 발전은 예나 지금이나 110km/h의 속도에서 멈춰있는 우리나라 광역전철 시스템이 앞으로 본받아야 할 롤모델로서 철도애호인들 사이에서도 주목되고 있다.
- 신쾌속열차가 130km/h를 찍는 순간. 우리나라에선 언제쯤 이런 서비스를 경험해 볼 수 있을까? 매번 신쾌속 열차를 탈 때마다 운전실 창문을 바라보며 감탄과 아쉬움을 남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