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콜은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그의 어머니, 선생님, 정신과 의사, 경찰들 모두 그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의 삶은 정신질환과 알코올 중독, 살인으로 떨어지는 나락과도 같았다. 콜의 사례는 의료기관과 법률제도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연쇄살인범을 치료하거나 붙잡아두는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황당한 경우였다. 결국 캐롤 콜은 자기 존재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네바다주의 판사가 그에게 사형을 선고해준 덕분이었다. 그에게 너무나 절실했던 도움에 대해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판사님." 이라고.
콜의 삶은 다른 많은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학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가학적인 성향의 어머니는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 아들을 동행시켰으며, 여자 복장을 입혀서 데려갔다. 모진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그것은 장차 그의 범행 동기 중 큰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 점에 관해서 콜은 훗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희생자들을 거론하며 "그들을 통해 어머니를 죽인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콜은 살인적인 분노에 시달렸고, 그 분노를 상습적인 폭음으로 풀었다. 사춘기가 끝나갈 무렵 그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1960년에 그는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망치로 공격했다. 그 뒤 콜은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악마가 무서워 경찰에 자수했다. 그리고 3년간 정신병원에서 지냈는데, 의사는 그가 '반사회적'이지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고 진단을 내렸다.1963년에 병원에서 나온 콜은 알코올 중독자인 토플리스 댄서와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예상대로 험난했다. 그는 당시 그들이 묵던 싸구려 호텔에 불을 질렀는데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잠을 자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내와는 1965년에 헤어졌다.
1970년에 콜은 경찰서에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며, 이번에는 다른 특별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여성을 강간하고 목졸라 죽이는 환상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이 무렵 그는 네바다주에서 살았다. 당시 콜의 정신과 진단 보고서만 보더라도 그가 평생 어떻게 처우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예후:불량, 퇴원시 상태:입원시와 동일함. 처방:샌디에이고로 직행시킬 것' 의료 당국은 자신들의 손에 들어온 인간 시한폭탄을 단지 도시 밖으로 쫓아내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마쳤다.
이후 10년 동안 콜은 여러 주를 떠돌며 폭음과 살인을 일삼았다. 그가 범행을 행한 대상들은 전형적인 '기회의 표적'이었다. 술집에 틀어박혀 세월을 보내던 여성들은 잘생기고 남을 끌어당기는 강한 매력을 지닌 사이코패스에게 쉽게 끌려 들었다.범죄작가 클리프 라인데커는 이 무렵의 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콜은 한바탕 싸움을 벌여야만 할 것 같은 건장하고 술에 취하지 않은 여성은 범행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방종한 생활의 결과로 약해지고 외로워하는 알코올 중독자들이 그의 범행대상이었는데 그들은 자신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었고.....그들은 상처받고 술이 취한 패배자였다. 더구나 대부분 가족과도 결별하고, 또 친구도 없는 상태여서 죽더라도 소동을 일으킬 위험이 없었다."
콜은 일단 여자와 단둘이 있게 되면 여자의 목을 졸라서 죽였고 시체를 강간한 적도 있었다. 그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나중에 술이 깨고 나면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짓을 돌아보며 괴로워했다.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그랬던 것처럼, 살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된 콜의 살인행각은 시간이 가면서 더 빈번해졌다. 1980년 11월에 그는 24시간 동안 여자 2명을 목 졸라 죽였다. 그 후 3주가 지나기 전에 그는 댈러스의 싸구려 술집에서 43세의 여성을 낚아 그녀의 아파트에 갔다. 그는 격렬한 몸싸움 끝에 맨손으로 여자를 죽였다. 소란한 소리를 듣고 나타난 이웃들은 거실 바닥에 여자의 시체가 드러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콜은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며, 여자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고 말했다. 죽은 여성의 혈액에서 다량의 알코올이 검출되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고, 그는 풀려났다.
이 무렵 그는 자신의 삶에 넌더리가 났다. 며칠 뒤 경찰이 다시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경찰을 열렬히 환대했다. "도움이 필요해요. 아까 술을 마시는 여자를 봤는데, 내가 안 죽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살인은 이제 지겨워요." 라고 그는 말했다.
수감되는 캐롤 에드워드 콜
콜은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살인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그는 결국 13건의 살인에 대해 유죄가 확정되었는데 실제 그가 주장한 살인 건수는 35건에 달했다. 1985년 12월 6일 이른 아침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네바다 주에서 치사 주사를 맞아서 죽은 인물은 콜이 최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