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속담 중에 ‘모든 항구에는 선원을 기다리는 처녀가 있다.’는 말이 있다. 만약 이 속담이 존 에릭 암스트롱에게 적용된다면, 그는 틀에 박힌 속담을 잔인한 사이코패스의 속담으로 바꾸어놓았을 것이다. ‘모든 항구에는 선원이 죽일 처녀들이 있다.’로.
암스트롱의 집
1992년 18세의 나이에 암스트롱은 미 해군에 입대했고, 이후 7년간 항공모함 니미츠 호를 탔다. 이 기간 동안 그의 동료 선원이나 상관들은 그의 불안한 정신 상태를 알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암스트롱은 네 계급이나 진급했고, 선행상도 두 번이나 받았다. 1999년 해군에서 나온 암스트롱은 아내와 함께 미시건 주 디어본 하이츠에 정착했는데, 그곳은 디트로이트 교외 지역으로 주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이웃들은 암스트롱을 사회의 믿음직스런 일원으로 여겼다.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위하는 가정적인 남자였고,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일하는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눈먼 여성이 길을 건널 때 달려가서 도와주기도 하는 그는 대체로 친절한 부류에 속했다.
가정적인 남자였던 암스트롱
물론 그의 주변 사람들은 130킬로그램이 넘는 큰 덩치에 어려보이는 얼굴을 가진 그가 사실은 전형적인 ‘매춘부 살인자’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매춘부를 지독히 증오하는 만큼이나 그들과 성관계를 하고 싶은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을 지닌 사이코였다. 암스트롱은 날이 어둑해진 다음에 디트로이트 남서부의 허름한 미시건 도로를 따라 차를 몰면서 자신의 검은 색 지프차에 매춘부를 태웠다. 그리고 밀회가 끝난 다음에는 곧장 무섭게 돌변해서, 여자를 목 졸라 죽였고 “나는 창녀들을 증오해”라고 소리쳤다.
2000년 1월 2일, 디트로이트 경찰은 강에서 여자 시체가 떠 있다고 말하는 어떤 남성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다리를 건너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져서 다리 난간에 기대어 구역질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시체를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죽은 여자는 웬디 조던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마약중독자인 매춘부였고, 그녀의 가족이 며칠 전에 실종 신고를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부검 결과 그녀는 목이 졸려 죽은 뒤 강에 버려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시체를 발견했다고 신고한 사내는 존 에릭 암스트롱이었다.
암스트롱이 경찰에 전화를 건 것이 범행사실을 자백하고 싶은 무의식적인 충동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경찰과 머리싸움을 해보려는 뒤틀린 욕망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경찰은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꽤 수사하게 여겼고 그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한편 경찰은 죽은 피해자에게서 물적 증거들을 확보했다.(살인범의 정액에서 DNA를 채취했고, 죽은 여성의 옷에서 섬유조직을 찾아냈다. 섬유조직은 그녀가 살해당한 차량에서 나온 듯했다) 또한 암스트롱을 찾아가 그의 동의를 받은 뒤 수색을 했고, 지프차에서 섬유조직과 혈액샘플을 구했다.
조사 결과는 3월에 나왔는데, 피해자에게서 나온 증거물과 암스트롱에게서 채취한 것들이 일치된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연구성의 최종적인 공식 보고서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이 기간에 암스트롱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
4월 10일 아침, 부패한 정도가 제각각인 매춘부 세 명의 시체가 외딴 철도역의 선로 옆에서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연쇄살인범의 소행이 확실해 보였다. 이날 밤 특별조사단이 꾸려졌다. 수사관들은 탐문을 벌였고, 미시간 대로의 매춘부들은 살찌고 어려보이는 사내를 만난 무서운 경험을 털어놓았다. 존이라는 이름의 그 사내는 여자들과 성관계를 마친 뒤 갑자기 광포해져서 지프차 안에서 목을 조르려 했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즉각 그가 암스트롱임을 알아챘다. 암스트롱은 4월 12일에 체포되었고, 같은 날 경찰은 암스트롱이 조던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조사보고서를 받았다.
암스트롱은 체포되자마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고,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 수사관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해군에 있는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시애틀, 호놀루루, 홍콩, 싱가포르, 방콕, 버지니아 주 뉴포트 등에서 최소 11명의 매춘부를 목 졸라 죽였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보고서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애초에 그는 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모든 매춘부들을 죽였거나 죽이려고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체포된 암스트롱
2001년 3월, 국제 경찰이 암스트롱의 자백을 확인하고 있을 당시, 그는 웬디 조던의 살해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았다. 암스트롱의 변호사는 암스트롱이 어릴 때 아버지에게서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정신이상에 따른 범행이라는 변론을 펼쳤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고, 암스트롱에게 1급 살인죄를 선고했다. 그는 가장 엄중한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살게 되었다.
재판중인 암스트롱
암스트롱의 희생자 웬디 조던의 자매
암스트롱이 수감된 웨인 카운티 감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