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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새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 조은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6.10|조회수83 목록 댓글 0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숲은

융통성을 가르치는 듯 구불구불했다

꼼꼼히 숲을 뒤지던 풀도

쉬지 않고 뭔가를 속삭였다

나는 키를 낮춰 귀를 대진 않았마만

그 말을 들었고

새집이 내려다보이는 비탈에서 멈췄다

나무들은 여름 햇빛처럼 무성했고

나무마다 크고 작은 새집이

분화구처럼 숨을 쉬고 있었다

거기 서 있는 동안엔

까마득한 기억의 단층들도

열기를 뿜으며 들썩거렸다

 

 

[생의 빛살], 문학과지성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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