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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지리산둘레길, 산과 강과 사람을 잇다!

작성자바랑|작성시간12.09.27|조회수1 댓글 0

슬프고 힘든 일로 이불을 쓴 채 눈물을 훔쳐야 했던 시절, 상실감으로 괴로웠던 그 때의 나를 위로해 준 건 지리산이었다. 적어도 그 산에서 만큼은 이 세상 어떤 젊은이보다도 용기 있고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돌아보면, 지리산은 내 상처를 보듬고 치료해 준 안식처이자 내 등을 떠밀어 나를 다시 사회 속으로 보내준 고마운 산이다. 그것은 비단 나 하나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오를 것이고, 그들은 그 산을 통해 위로 받고 치료 받고, 그래서 행복할 터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또 하나의 지리산이다. 키를 한껏 낮추고 더 많은 사람들을 그 품에 안는다. 거창한 장비도 필요 없고, 특별한 체력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마을과 마을을 잇고, 고개와 길들을 이으며 지리산 800여 리를 한 바퀴 휘감아 돈다. 3개 도 5개 시·군을 잇는 지리산둘레길에선 말씨와 습관과 풍경이 다른, 그러나 결국은 지리산이라는 하나의 끈으로 묶인 지리산민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 높은 산중에선 결코 맛볼 수 없는 둘레길만의 특권인 셈이다.

 

3년 전 처음 지리산둘레길을 걸었다. 뱃속에 둘째가 있던 때였다. 녀석은 엄마 뱃속에서 70여 킬로미터를 함께 걸었다. 첫째는 캐리어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업어준 후배를 아총(삼촌)이라 불렀던 큰애는 여섯 살이 되었고, 임신 4개월이었던 둘째는 어느덧 세 살이 되었다.

 

20126월 황소영 (출처 : 지리산공동사랑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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