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답게, 더 자유롭게
More Me, More Free *
김영준
히브리라 불리는 노예 노동자들이
비돔과 라암셋을 세웠습니다(출1:11)
히브리인들은 학대받았지만,
고기 가마 옆에서 배불렀습니다(출16:3).
히브리인들의 인생은
완전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던 겁니다
아마, 후에 바빌로니아로 끌려가 노예가 되었지만,
집 짓고 과수원 만들고, 결혼해 번성하던 유대인들처럼(렘29:5)
일상은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완전하지 않지만 나쁘지 않은 일상을 살고 있었던
노예노동자들에게 없는 건, 자유뿐이었습니다.
자유를 누리기 위해 히브리인들은 고기 가마를 두고,
어쩌면 집과 과수원을 포기하고 이집트에서 빠져나온 것입니다
비돔과 라암셋은 이집트 파라오가 신이 되어 통치하는
당대 최대 도시였습니다. 파라오의 존재는
이집트가 신의 돌봄을 받는 증거였어서
피라미드 같은 거대한 신전도 이집트 여기저기에
크고 높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런 무시할 수 없는 신이 다스리는 거대하고, 풍요로운 도시 속
완전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일상을
히브리인들이 떠날 수 있었던 건, 오직 자유를 얻기 위해였습니다
마침, 이집트의 다른 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나는 나”라고 소개하는 누군가가 불렀습니다(출3:14)
나일 강이 피로 물드는 걸 보면서,
이집트의 풍요가 의미 없음을 확인하고,
흑암이 이집트 전체를 덮었을 때에도
히브리 거주지에 빛이 비추는 걸 보고서야,
진짜 나답게, “나는 나”로, 진짜 내가 되어
새로운 하루를 살고 싶었습니다(출1:23;창1:3)
“나는 나”라고 자기를 소개한 이는
피라미드 따위에 갇혀 있는 신이 아니라,
산 위에 거하시며 우레와 번개와 구름으로
자기 신성을 장엄하게 드러내셨습니다(출19:16~19)
이집트의 파라오와 신들을 제압할 수 있고,
이집트의 신전보다 거대한 산에서
“나는 나”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어떤 존재처럼
히브리 사람들도 자기 자신이 되고자 자유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 되는 것, 내가 나답게 진짜 나로 살아가는
자유의 현실이란 게 마냥 좋진 않았습니다.
목말랐습니다(출15:22), 배고팠습니다(출16:3),
바위에 맺힌 물을 마시며
먹잘 것 없는 메추라기를 뜯으며
식량이라 이름 붙이기 민망한 만나로 연명해야하는(출16:15)
자유의 현실은 마냥 좋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유를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일상에서 해방되어
좋지만은 않은 현실을 견디는, 자유를 이만큼이나마 누리겠습니다
거대한 신전에 비하면 추레하고
장엄한 산에 비기면 초라한
내 사는 자리에서
“나는 나”라고 소개하신 이가 말씀하십니다.
어제까지 알았던 것만이 아니라
오늘 알게 되는 것들이 반짝반짝 쏟아지는
광야의 천막 같은 내 사는 자리가 거룩하다고 하십니다(출40:34~35)
옛날 히브리 사람들은 성막에서,
지금 나는 천장이 손에 닿는 시공간에서
옛날 히브리 사람이나 지금 우리나
하늘과 맞닿은 천둥지기*에서
“나는 나”입니다.
내가 나로 사는 것,
나는 나답게 사는 것,이
해방입니다, 자유입니다
더 나답게, 더 자유롭게
길 위에 있습니다
*More Me, More Free는 옥의진 감독의 표현을 빌린 것입니다
*천둥지기: 강줄기가 닿지 않고, 수로로 물 댈 수 없어 빗물만 의지해 벼를 재베하는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