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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삼포럼 창립 선언문

작성자▶◀달빛|작성시간09.06.15|조회수50 목록 댓글 1

뮤지션과 대마초


 
‘마리화나’로도 불리는 대마는 환각을 유발하고 폭력을 선동하며 흡연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마는 무서운 반사회적 마약이라는 것이 아마 일반의 관점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는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대마초 흡연이 합법이다. 암스테르담에서 Coffee Shop 이라는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는 깜짝 놀라기 십상인데, 이런 장소들은 커피보다는 오히려 대마 판매와 흡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연기가 싫은 사람은 마리화나를 넣어 만든 빵인 '스페이스 케익'을 먹으면 된다. 또 2001년에는 영국에도 대마초 카페가 문을 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대마초가 들어있는 꽃다발을 바치는 장면이 사진에 찍혀 유명해진 콜린 데이비스는 맨체스터 광역시 스톡포트의 도심에 "더치 익스피어리언스(Dutch Experience)"라는 카페를 열었고, 대마초의 치료 효과를 보는 통증 환자들에게 대마초를 공급할 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 국립 위생의학연구소(INSERM)가 작성한 '마약류의 위험성이 야기하는 문제'라는 보고서는 마약류를 위험도에 따라 세 그룹으로 분류, 1급에 헤로인, 코카인, 알코올(술), 2급에 심리자극제, 환각제, 담배, 정신안정제 그리고 3급으로 대마초를 열거했다. 이 보고서는 ▲육체적 의존도 ▲정신적 의존도 ▲신경계 독성 ▲일반독성 ▲사회적 위험도 등 5가지 기준에 따라 위험도를 분류했는데 담배는 그 중 정신적 의존도와 일반 독성에서 '매우 강함'으로 나타나 대마초 보다 종합적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됐다. 


이런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구에서 대마는 불법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쇠고랑 차고 징역을 살 만큼의 심각한 마약으로 취급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대마는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한 증상을 가져오지만 오히려 그 증상이 덜하고 나른함과 내면으로의 침잠을 가져옴으로써 폭력적인 행위나 무서운 환각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술 취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거나 히로뽕 맞고 환각 중에 인질극 벌였다는 뉴스는 있지만 대마초 피우고 범죄 행각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거의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래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길에서 대놓고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경찰조차도 보면서도 그냥 지나친다. 거래 중 단속되었을 때도 팔던 사람만 체포될 뿐 사던 사람은 그냥 훈방한다. 이 모든 사실들은 우리나라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는 '무서운 마약 대마초'의 이미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70년대 중반까지도 대마 흡연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다른 나라와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수준이었으며 대략 묵인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시골에서 대마를 키워 담배와 함께 말아 피는 촌사람들도 많았고, 속칭 아편쟁이들과는 달리 이들은 단순한 농부로서 대마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거나 폐인이 된 적도 없다.
  그랬던 것이 지금처럼 변해 버린 것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서다. 이른바 '대마초 연예인 파동'이 몰아닥친 75년 당시가 바로 김민기의 <아침 이슬>이 공식적인 금지곡이 된 시기이자 사회적으로는 75.4월 긴급조치 4호, 민청학련 사건, 5월 긴급조치 9호, 유신헌법 찬반 투표실시 등 체제 유지를 위한 각종 극약처방이 다양하게 동원되는 시점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가기강을 군대식으로 확립하여 전 국민이 일만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었던 박정희에게 있어서 록이나 사회비판적인 포크 음악은 혹세무민하는 외국의 싸구려 문화에 다름 아니었고, 한편으로 밤낮없이 새마을 운동에 전투적으로 매진해야 할 시골 사람을 술 취한 듯 나른하게 만들어버리는 대마 역시 조국 근대화라는 지상과제의 크나큰 적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정책의 결과 대마초의 이미지는 급격히 나빠졌다. '나라에서 유명한 가수들을 저렇게 잡아가는 걸 보니 대마는 정말 무서운 건가 보다' 라는 식의 두려움, 또 대마 자체보다는 '무심코 저걸 피웠다가는 패가망신 한다'는 처벌에 대한 공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각은 쉽사리 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 간 우리나라에서 대마는 인간을 말살시키는 무서운 마약으로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부동의 위치를 유지해 온 것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은 대마와 관련된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로서도 가급적이면 대마를 피하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 이라는 생각 정도는 못할 리 없다. 그런데도 뮤지션들은 끊임없이 대마초를 피우고, 또 잡혀 들어간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은 실제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는 일이다. 유명하면 유명한대로 사생활 측면이나 인기 유지를 위한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살게 되고, 무명이면 무명인대로 설움과 가난을 고집 하나로 버텨내야 한다. 또 보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자신의 음악적 한계에 대한 좌절, 비즈니스 등 현실적 조건과의 갈등, 무대에 서서 연주하는 것에 대한 긴장감과 불안감도 거의 만성적으로 따라 온다. 술이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대마 역시 이런 긴장감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뮤지션들이 굳이 단속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마를 피우는 것은 이처럼 단지 정신적 위안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동아 대백과사전이 정의하고 있는 대마 흡연시의 정신적 증상을 확인해 보자.

몸이 붕 뜨거나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웃음이 나는 등은 사실 술에 취했을 때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증상이다. 그러나 '청각능력이 예민해진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예민한 청각은 그 자체로서 음악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대마를 흡연하게 되면 평소에 즐겨 듣던 음악도 전혀 새로운 기분으로 들리게 됨은 물론, 그 음 하나하나,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매우 또렷하게 인식된다고 한다.

뮤지션들에게 있어서 이런 상태는 단순한 감상의 즐거움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창작 작업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6,70년대 록이나 사이키델릭, 70년대 후반의 펑크, 90년대의 얼터너티브 등이 일궈낸 음악적 성과가 대마는 물론 여러 가지 환각제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은 음악 팬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물론 독한 마약을 쓰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지만, 대마의 경우라면 술이나 담배보다 더 위험할 것도 없는 상태에서 예민한 청각을 제공한다는 그 유혹을 뮤지션 입장에서는 뿌리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이 변하고 이제 대마나 더 강한 약물에 의존하는 음악의 시대는 지났다. 그리고 담배도 사라져 가는 와중에 굳이 이제 와서 대마를 특별히 합법화 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대마는 ‘좋은 것’ 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제적인 상황이나 객관적인 데이타들을 통해 봤을 때 대마는 크게 위험한 마약류가 아닌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법 집행을 하더라도 이제 우리도 선진국에 준하는 보다 관용 있는 태도를 가져 갈 때라고 보인다. 대마를 한 두 번 피웠다는 이유로 멀쩡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굳이 수갑 채워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또 단순 흡연의 경우 징역형 보다는 벌금형이나 사회봉사 쪽으로 유도해 나가도 충분한 사안이라는 말이다.

대마 자체는 사람을 망가뜨리지 않지만 그런 대마로 인해 경력을 망치고 징역을 살고 또 친구와 가족, 사회로부터 마약중독자로 손가락질 받게 된다면 이는 치명적인 일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대마를 안 하는 것이 최선이긴 하다. 그러나 약간의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그 실수의 대가보다 훨씬 거대한 시련의 구렁텅이로 마구 빠트려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얼굴과 실명을 불법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며 함부로 잡아들이던 지금까지의 관행과는 달리, 이번의 힙합 가수들은 불구속 기소에 그쳤고 대마를 대량으로 키워 판매한 장사치들만 구속되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하여 이제부터는 대마 문제에 대해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처벌이 행해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죄의 무게와 벌의 중함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법치주의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길 아닌가.

글 / 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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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살다보면 | 작성시간 09.06.16 2004년 , 여름에 읽었어요 난 이글쓴사람 알거 같아요 흐흐흐 번개때 오시면 알려줄께요 ..얼굴좀 보여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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