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군사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사람은 모두 7명인데 도조히데키, 마쓰이 이와네, 히로타 고키 등 모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일본 최고위 수뇌들인데 특이하게 딱 한명 중장급(우리의 투스타에 해당)이 끼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비중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죠. 바로 무토 아키라 중장이죠. 같이 사이좋게 교수대에 오른 도조조차 "이 인간이 끼어 있는 것은 의외였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 앙숙관계인 다나카 류키치 소장이 재판 과정에서 "그가 군의 중추로서 대미 개전을 주도했다"라고 폭로하는 바람에 사형 판결을 받자 무토 아키라는 "귀신이 되어 저놈 몸에 들어가 미쳐서 죽게 해주겠다"라고 길길이 뛰었다고 합니다.
사실 무토 아키라의 행위는 충분히 사형을 받아도 될만큼 큰 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내몽골군을 앞세워 중국 수원성을 침공한 수원사건을 비롯해 온갖 테러와 음모를 조장하고 중일전쟁을 확대하는데 앞장섰습니다. 남경학살에도 관여했죠. 수원사건때에는 이를 만류하러 온 이시하라 간지 앞에서 "우리는 당신 흉내를 낼 뿐이다"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당시 일본군이 막장 군대였다는 사실이야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이가 60이 다 된 고위장성의 머릿속이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죠. 아무리 자기 생각에 앙숙의 음해로 죽게 되었다고 해도 죽기전에 고작 "저주해 주겠다" 라니, 무슨 전설의 고향 찍는 것도 아니고... 하물며 자기 행위에 대한 반성 따위는 요만큼도 없겠죠. 정말 귀신이 되어서 괴롭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나카 본인도 "무토의 귀신이 보인다"라면서 자살 시도를 여러번 했다는군요. 일본군 제일의 찌질이들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