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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에서의 '呪(주)'의 의미

작성자조성래|작성시간15.01.14|조회수117 목록 댓글 1

 

위의 '시대신주(是大神呪)'라는 구절이 있다. 그것은 '대단히 신비한 주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연 그런 뜻일까? 사실 "대단히 신비한 주문"이라는 이 표현 때문에 그동안 반야심경이 많이 독송돼 왔다. 여기서 헷갈리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주문을 외우는 주력(呪力)수행이 자신의 몸과 마음, 즉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관찰하는 위빠사나수행과 어울리지 않는 것만큼 주문은 반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을 가진 자라면 이 부분에서 많이 헷갈렸을 것이다. 그럼 이 ‘呪(주)’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며, 왜 ‘呪(주)’라는 표현을 썼을까? 우리는 ‘呪(주)’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옮겨야 하는가?

 

     呪(주)의 의미

 

우선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부터 살펴보자.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mantra(만트라)'이고, 이것은 ‘言(언)’, ‘言語(언어)’, ‘辭(사)’, ‘言辭(언사)’, ‘秘密(비밀)’, ‘眞言(진언)’, ‘呪(주)’, ‘呪術(주술)’, ‘密呪(밀주)’, ‘明(명)’, ‘大明(대명)’, ‘明呪(명주)’ 등으로 한역돼 있다.

그럼 반야심경에서의 이 呪(주)가 밀교의 ‘주문(呪文)’, 즉 ‘다라니’라는 뜻인가? 그렇게 보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반야심경은 인도에서 밀교가나오기 시작하는 AD 7세기경보다 500~600년 전에 나온 경이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은 한참 후대에 나오는 다라니를 중요시하는 밀교부의 경전이 아니라, 지혜계발을 중요시하는 반야부의 경전이다. 대반야경 600권을 다 뒤져봐도 거기엔 밀교에서 외우는 주문 성격의 다라니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반야심경에서의 呪(주)를 ‘진리를 담은 말씀’이라는 뜻인 ‘법’, ‘방법’, ‘수행방법’ 등으로 옮겼다. 呪(주)의 산스크리트어 원어 ‘mantra(만트라)'는 ‘언어’, ‘말씀’, ‘眞言(진언)’, ‘진실한 말씀’, ‘진리를 담은 말씀’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법’으로 해석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원래 ‘mantra'는 ‘베다의 성전’이나 ‘베다의 찬가’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나중에 이것이 ‘기도문’, ‘음성에 의한 수행법’, ‘신비의 구절’, ‘다라니, 즉 주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반야심경의 이 ‘주(呪)’는 신기한 결과를 가져오는 ‘수행방법에 대한 말씀’이나 ‘법’, ‘수행방법’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따라서 시대신주(是大神呪)는 ‘대단히 신기한 법’으로, 시대명주(是大明呪)는 ‘대단히 밝은 법’으로, 시무상주(是無上呪)는 ‘더 나은 것이 없는 최상의 방법’으로, 무등등주(無等等呪)는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방법’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

그 근거로 당(唐)삼장법사 지혜륜은 ‘呪(주)’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 ‘mantra’를 ‘진언(眞言)’으로 번역하여, “是大眞言(시대진언) 是大明眞言(시대명진언) 是無上眞言(시무상진언) 是無等等眞言(시무등등진언)”으로 번역했다. 그 뜻은 ‘대단히 진실한 말’이고, ‘대단히 밝고 참된 말’이며, ‘더 나은 것이 없는 최고로 참된 말’이고, ‘비슷하거나 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참된 말’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진실한 말’, ‘참된 말’이라는 것은 ‘반야바라밀다의 방법대로 닦아가면 실제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또 여기서 ‘眞言(진언)’을 ‘주문(呪文)’이라는 의미로 보지 않고, ‘참된 말’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근거로 시호(施護)의 반야심경 번역을 들 수 있다.

시호는 이 부분을 “是廣大明(시광대명) 是無上明(시무상명) 是無等等明(시무등등명)”으로 번역하여, ‘呪(주)’나 ‘진언’이라는 단어는 쓰고 있지 않다. 그 내용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반야바라밀다 법은] 대단히 밝은 법이고, 최고로 밝은 법이며, 그 어떤 것도 이에 견줄만한 것이 못되는 최고로 밝은 법”이라는 뜻이다. 시호는 “[이 반야바라밀다의 공부법은] 진실한 것으로서, 거짓됨이 없는 법이니, 닦고 배우는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내용과 “반야바라밀다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야 한다. 이 방법은 진실한 것이고, 최고이며, 끝이다”는 말을 그 뒤에 덧붙이면서 ‘呪(주)’자 대신 ‘法(법)’자를 쓰고 있다.

*852c06 是卽眞實 無虛妄 諸修學者當如是學, 852c15 般若波羅蜜多 當如是學 是卽眞實 最上究竟

 

이러한 지혜륜과 시호의 번역을 보면, 반야심경에서의 ‘呪(주)’의 원어 ‘mantra(만트라)'는 ‘주문’이나 ‘다라니’의 의미가 아니라, ‘말씀’, ‘법’, ‘방법’, ‘수행방법’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위의 글을 읽고 난 뒤에, 이 바로 앞에 올린 글을 읽어야 정리가 됩니다.  

 

* 이 글은 <위빠사나금정선원> 조성래 원장의 글입니다. 이 글을 카톡으로 주변의 귀한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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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15.03.2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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