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실유(諸法實有)
탄허스님
‘제법실유(諸法實有)’라고 할 때 제법을 진리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법(法)을 진리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 제법(諸法)이라 한 것은 물질(物質)을 일컫는다.
《논어》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안연이 인(仁)을 물으니 공자가 답하기를 자기 망상을 극복하여 본연(本然)한 천리(天理)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 하루만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천하가 인으로 돌아오나니, 인을 하는 것은 자기에게 있는 것이지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의 인(仁)은 도(道)를 말한다. 공자는 현실 위주의 교법을 세웠기 때문에 이(利) 즉 물질과 천명, 진리와 인, 우리 마음의 근본 자리 등에 대해서는 드물게 말한 것이다. 그래서 자공이 다음과 같이 탄식한 것이다.
“선생님의 문장은 얻어들었거니와 선생님이 본성과 천명을 말씀한 것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얻어듣고서 한 소리일 뿐이다. 공자가 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전체가 유치원 학생인 것이다. 성인들이 중생을 볼 때는 다 그렇다. 유치원생에게 어떻게 큰 도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드물게 도를 말하고 점진적인 방법으로 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공자는 3천 제자 가운데 안연과 증자에게만 돈법(頓法: 한순간에 깨치는 것)을 가르쳤다. 돈법은 점법(漸法)의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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