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기억 하나
큰댁 마당에서 키우는 하얀 잡종견의 이름 ‘못난이’
사촌 누나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던 ‘못난이’ 인형
오랜만에 만난 사촌 누나의 반가운 인사 “못난이 왔어?”
중학교 2학년 교실의 기억 하나
동창이 붙여준 별명 ‘개성’, ‘빡빡이’
외모를 비하하는 뒷자리 동창에게 선빵을 날리고,
쉬는 시간 내내 주먹질에 턱 붓고, 입술 찢고
주먹을 쓰면 자칫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무서움
고등학교 졸업 직전 기억 하나
어머니께서 큰형과 상의했다며 코 성형수술 제안
어떻게 엄마가 자기 자식 외모를 못생겼다고 판단하냐며,
일주일 동안 침묵시위
취학하기 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가족, 또래들로부터 형성된 외모에 대한 열등감, 있다
크고 작은 열등감과 우월감을 확인하는, 거울
오래 보는 거 위험하다.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을
거울을 통해 오래 보면, 생기를 빼앗기고 생활이 멈춘다
자칫 죽는다, 혹 이쁘게 생겼어도 수선화로 죽는다
하나님은 외모를 보시지 않고, 중심을 보신다
키가 크고 건장한 이가 왕의 상이 아니라,
얼의 꼴, 얼의 골격이 좋아야 왕이 될 상이다
얼의 모양, 얼의 뼈를 얼굴이라 한다
이목구비 생김새는 얼굴이 아니다
마음의 생김새가 드러난 게 얼굴이다
하나님은 마음의 생김새를 보신다
내 마음을 하나님에게 비추어 보라 하신다
하나님을 거울삼아 내 속 사람을 들여다보는 게 예배다
하나님은 내 머리카락의 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전지하시나
하나님은 내 가슴과 허리와 엉덩이 사이즈엔 무지하다
하나님은 모든 걸 아신다, 또 전혀 모르신다
하나님은 외모가 아니라 중심을 보시니까
하나님은 성적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성취를 보신다
하나님은 연봉이 아니라 일의 가치를 보신다
하나님은 집의 평수가 아니라 가족의 웃음소리를 세신다
하나님은 성도의 머릿수가 아니라 성도의 감수성을 평가하신다
나이 오십 되기 전 나 자신을 향한 기대 하나
돋보기 벗으면 글자가 번져버리는 내 눈에서
현재와 역사를 바로 보는 빛이, 한 점 솟아나길,
미혹되지 않는 시간을 넘어 하늘 뜻을 아는 얼의 꼴로 성형되길
10년 넘어가는 교회를 위한 기대 하나, 아니 여럿
해학을 담은 이야기, 깨끗한 눈물 흐르는 기도,
웃음 품은 대화, 버거운 나눔,
하나님께서 인정해주시길
우리 각자를 향한 하나님의 기대 여럿, 아니 하나
나의 몸을 사랑하라, 그리고 너의 마음을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