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the Picnic Was
(Thomas Hardy)
Where we made the fire,
In the summer time,
Of branch and briar
On the hill to the sea
I slowly climb
Through winter mire,
And scan and trace
The forsaken place
Quite readily.
Now a cold wind blows,
And the grass is gray,
But the spot still shows
As a burnt circle -- aye,
And stick-ends, charred,
Still strew the sward
Whereon I stand,
Last relic of the band
Who came that day!
Yes, I am here
Just as last year,
And the sea breathes brine
From its strange straight line
Up hither, the same
As when we four came.
-- But two have wandered far
From this grassy rise
Into urban roar
Where no picnics are,
And one -- has shut her eyes
For evermore
피크닉 갔던 곳
(손현숙 역)
지난여름 우리가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서
찔레 덤불 가지 모아
모닥불을 피웠던 곳,
그곳을 향해 천천히
겨울 진창길을 올라
아무도 찾지 않는 그곳을
쉽사리 찾아내어
흔적을 더듬는다.
이제 찬바람이 불고
풀은 시들었지만
그 자리엔 아직, 그래
둥글게 탄 흔적이 남아 있다.
또 까맣게 탄 나무토막들
내가 서 있는 풀밭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그 날 여기 왔던 일행 중
남은 사람은 나뿐이다.
그래, 지난해처럼
다시 이곳에 오니
바다는 여전히
우리 넷이 왔을 때처럼
낯선 수평선에서 소금냄새를
여기까지 불어 보낸다.
- 하지만 두 사람은 이제
이 풀언덕을 멀리 떠나
피크닉도 할 수 없는
소란스런 도회지로 가버렸고
또 한 사람은 영영
눈을 감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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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briar: 찔레. 들장미.
mire: 진창. 수렁.
scan: 자세히 살펴보다.
forsaken: 버림받은. 쓸쓸한.
readily: 쉽사리.
aye: 그렇다.
stick-ends: 나무토막들.
charred: 까맣게 탄.
strew: 뿌리다.
sward: 풀밭.
Whereon: 그 위에.
relic: 유물.
brine: 소금물. 바다.
hither: 이곳으로.
rise: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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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열기와 낭만이 있던 바닷가 모래 언덕을 화자는 1년 반 정도 지난 후 썰렁한 한겨울에 다시 찾아갑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보잘것 없는 그곳이지만, 화자에게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귀한 시간이 서려 있는 추억의 공간입니다.
그래서 그의 눈은 진창길 언덕을 오르면서 남들 눈엔 잘 띄지 않는 추억의 장소를 쉽게도 찾아냅니다.
지난 여름의 모닥불 자리와 바다의 소금기 머금은 비릿한 냄새는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불과 1년 반 전에 넷이 왔던 이 추억의 장소에 앞으로 그들은 다시 함께 올 수가 없습니다. 두 사람은 소란스런 도회지로 일자리를 찾아 또는 꿈을 좇아 떠나버렸고, 또 한 사람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저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Jude님이 소개해 주신 여러 편의 하디 시를 보면, 죽음이나 이별 또 늙음 등 인간의 의지를 떠난 이야기, 운명에 농락당하는 인간의 이야기들이 많은 듯합니다. 오래 전에 제가 번역해 올렸던 무덤 속 주인과 개의 대화에 관한 시도 같은 범주에 속하는 것들이지요. (영시란에 '두 무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올려 있네요. )
저의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마디 마디 떠오르는 것들에는 여행이나 피크닉의 장면이 많습니다.
'피크닉 갔던 곳'은 그곳이 어디든 여러분의 꿈의 장소, 추억의 장소가 될 곳들입니다. 앞으로 많이 많이 아름다운 소풍들을 다니시기를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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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놀란토끼눈 작성시간 08.08.07 어쩐지 바위섬이라는 노래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이들이 돌아가고난 후의 학교운동장이 주는 느낌같은 것이 일어나기도하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을 운동장의 키 큰 나무들은 간직했다가 아무도 없는 새벽녘이나 비오는 밤에 그 추억들을 운동장에게 이야기 해주는데 들어 보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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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an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08.08 '겨울나무' 이야기를 알고 있지요.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는...아마 요새 같으면 학교 운동장의 나무들도 매미들과 새들 노래, 아이들의 놀이 등으로 한바탕 신이 나겠지만, 겨울이 오면 또 쓸쓸할 테고, 그것이 인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