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모텔
윤의섭
별점이란 게 있다
태어난 달에 움튼 별자리의 기운이 이르러
생사고락의 운명을 정한다는
나의 행성은 물고기다 한번 지느러미를 흐느끼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모래의 성에 갇히고 마는
별점이라는 게 내게 저 별의 닻이 드리워져 있다
는 게
서력 이천삼년이월 달빛 아래를 걷고 있다 흐릿하다
안개에 싸인 모텔은 앞산 선승이 쌓아놓은 경전이다
층층마다 무량한 중생의 업보가 새겨져 있다
오십육억칠천만 호에 투숙한 노부부는 오늘 밤 마지
막 공양을 할 것이다
또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아래층은 모래 속에 파
묻히고
꼭대기 층은 다시 돋아나 감쪽같이 그대로인 천일야
화였을 것이다
모래 속 지층에선 점차 추억이 늘어나겠지만
누구도 지난날을 말하지 않는다
바깥의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저건 너의 체온이다
함석 찢는 소리를 내며 바람은 길고 긴 행군을 계속
한다
쓰라린 여정으로 지친 너의 몸뚱이
이 생애를 묵고 가려면 모래 폭풍의 꿈을 꾸어야
한다
하염없이 성을 쌓아야 한다
너의 모래시계는 현생을 지우며 폐허를 낳는다
모래알 수억의 행성마다
목마른 물고기가 하룻밤 머물곤 새겨놓은 이 별자리
시집 <붉은 달은 미친듯이 궤도를 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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