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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막의 모텔/ 윤의섭

작성자김명서|작성시간19.06.12|조회수111 목록 댓글 0

  사막의 모텔

  윤의섭



  별점이란 게 있다

  태어난 달에 움튼 별자리의 기운이 이르러

  생사고락의 운명을 정한다는

  나의 행성은 물고기다 한번 지느러미를 흐느끼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모래의 성에 갇히고 마는

  별점이라는 게 내게 저 별의 닻이 드리워져 있다

는 게


  서력 이천삼년이월 달빛 아래를 걷고 있다 흐릿하다

  안개에 싸인 모텔은 앞산 선승이 쌓아놓은 경전이다

  층층마다 무량한 중생의 업보가 새겨져 있다

  오십육억칠천만 호에 투숙한 노부부는 오늘 밤 마지

막 공양을 할 것이다  

  

  또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아래층은 모래 속에 파

묻히고

  꼭대기 층은 다시 돋아나 감쪽같이 그대로인 천일야

화였을 것이다

 모래 속 지층에선 점차 추억이 늘어나겠지만

 누구도 지난날을 말하지 않는다


  바깥의 기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저건 너의 체온이다

  함석 찢는 소리를 내며 바람은 길고  긴 행군을 계속

한다

  쓰라린 여정으로 지친 너의 몸뚱이

  이 생애를 묵고 가려면 모래 폭풍의 꿈을 꾸어야 

한다

  하염없이 성을 쌓아야 한다

  너의 모래시계는 현생을 지우며 폐허를 낳는다

  모래알 수억의 행성마다

  목마른 물고기가 하룻밤 머물곤 새겨놓은 이 별자리



  시집 <붉은 달은 미친듯이 궤도를 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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