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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과 뮤즈

봄소식 봄노래(05) 슈베르트의 <바위위의 목동>

작성자이성준|작성시간11.03.20|조회수448 목록 댓글 0

봄소식 봄노래 (05)

봄을 맞이한 청년의 戀歌, 슈베르트의 <바위위의 牧童>

        

 

곽정명 작, 시편23-11(1997)

 

 

           일곱 번 째 회상

 

 친구와 손을 맞잡고 티롤의 산과 계곡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말할 나위 없는 휴양이다. 그러나 혼자 외로이 생각에 잠긴 채 그런 길을 헤매는 것은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푸른 산, 어스름한 계곡, 푸른 호수, 웅대한 폭포 - 모두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내가 그것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나를 바라보고, 혼자 어슬렁거리는 이 사람을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온 세상에 오직 혼자만이, 어느 누구와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나의 가슴을 죄어들게 했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생각에 사로잡힌 채 눈을 떴다. 그 생각은 마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처럼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저녁이 되어서야 여관으로 돌아와 지쳐버린 몸을 주저앉히면 방에 있던 사

 

람들은 고독한 나그네인 나를 바라보면서 묘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러면 나는 그 곳에서 떠나 고독한 내 자신을 쳐다볼 사람이 없는 어두운 문 밖으로 나왔다가 밤이 깊어진 뒤에 돌아가 살그머니 내 방으로 올라가서 침대에 몸을 던지곤 했다. 잠이 들기까지 슈베르트의 <그대 없는 곳에 행복이 꽃피리니>라는 멜로디가 나의 가슴으로 울려왔다.

                                      '막스 밀러(Max M ller:1823-1900)'의 <독일인의 사랑> 중에서


 봄은 은근히,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다. 발아래 웅크리고 있던 봄의 전령사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얼어붙은 땅을 깨고 꽃눈을 틔운다. 옛 헝가리 전설에 깊은 땅 속 푸른 수염의 신령이 자신의 수염을 땅 위로 돋아나게 해 봄의 새싹을 만든다고 하였다. 이렇듯 봄의 신령은 칙칙하고 어두운 대지의 색깔을 단번에 화사한 다홍의 빛깔과 연푸른 색채로 물들여 놓는다.

 눈덮인 산록에도 봄이 찾아왔다. 목동은 서둘러 축사 문을 열고 양들을 밖으로 내어 몬다. 아지랑이 가물대는 대지에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 양들은 기지개를 펴며 솜털처럼 돋아난 새순을 핥고 다닌다. 양치기 청년은 산등성이 바위에 앉아 신록을 바라보며 지난 날 연인의 이름을 크게 외쳐본다.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는 그의 생애 마지막에 봄을 찬양하는 노래를 지었다. 그가 생을 마감하는 1828년 10월에서 11월 사이, 그는 가장 비루하고 힘겨운 삶을 살았다.  샬리에리(Sallieri)의 후임으로 Kapellmeister(교회 성가대지휘자)자리를 맡기를 원했으나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으며, 생계를 위해 작곡한 악보 또한 출판사에서 발행하기를 꺼렸다. 차디찬 방  안에서 병들어 죽어가던 그를 찾는 이는 몇 명의 가난한 친구들 밖에 없었다. 절망적이고 막막한 상황에서 그는 희망을 노래하고 봄빛 태양을 꿈꾸었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명곡이 바로 <바위위의 목동:Der Hirt auf dem Felsen>과 <우편 비둘기:Die Taubenpost>였다. 이 두 편의 가곡은 그가 죽은 후 출판되었고, 악보가 세상에 나온 지 훨씬 뒤에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슬픔은 나의 동반자요, 거룩한 친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만큼 그에게 슬픔은 숙명이자 그의 분신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를 보듬어 안아 맑고 푸르게 승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까닭에 가장 슬픈 시절 속에서 그토록 아름답고 화사한 악곡이 창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곱고 매혹적이나 화려하지 않으며, 온유하고 사랑스러우나 슬픔이 배어있다. 애끓는 상념과 진한 애수를 잔잔하고 유창하게 풀어낸다. 그의 음악은 대중적이면서 고귀한 매력이 있다. 깊은 슬픔이 내면적 숙고를 거쳐 걸러지고 순화되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바위위의 목동> 또한 생애 말년에 그의 가장 깊은 비애 속에서 솟아난 빛나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바위위의 목동>은 그의 육백여 곡이 넘는 가곡 중에서 가장 분량이 긴 곡이다. 그래서 이 곡을 '가극(Scena)형식의 가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 곡은 반주부가 피아노 외에 클라리넷이 포함된다. 즉, 독창자와 두 명의 반주자가 곡을 이끌어나가는데, 흡사 <3중주>와 같은 연주효과가 보여진다.


 아울러 이 곡은 크게 세 부분(또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악곡상으로 볼 때 곡은 3부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평온하고 서정적인 제 1부와 느리고 낭만적인 제 2부, 경쾌하고 기교적인 제 3부로 이루어져 마치 3악장 형식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두 부분으로 보는 경우에는 제 1부와 제 2부를 묶는다.) 원시의 구성으로 볼 때 곡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의 가사는 <겨울나그네>의 시인인 빌헬름 뮐러(Wilhelm Mueller:1794-1827)가 지었고, 두 번째 부분의 가사는 여류시인 셰지(Helmina von Chezy:1783-1856)의 것이다. 첫 부분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다음 부분은 '봄날에 느끼는 밝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곡은 대부분 여성 독창으로 불리어진다. 독창자에게는 내면적 성숙함이 깃들여진 완숙한 음량과 절묘한 기교를 모두 요구되기 때문에 무척 어렵고 힘든 레퍼토리이다.
 클라리넷은 그 풍부한 음량과 넓은 음역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가곡의 묘미와 가치를 살려내고 있으며, 성악가와 서로 상응하며 화답한다. 피아노는 리듬부의 반주를 담당한다.
 전반적으로 봄에 느낄 수 있는 화사함과 생동감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온화하고 평안한 정서가 곡 전체를 타고 흐른다. 봄의 기운에 푹 빠져 신록의 풍취를 흠뻑 향유하고 싶을 때 청해 들을만한 곡이다.

 곡은 안단티노의 빠르기로 조용히 시작된다. 이른 봄 전원의 문을 살며시 두드리듯 피아노가 건반을 지긋이 누르면, 클라리넷이 환상곡풍으로 오블리가토(Obligato:助奏)를 펼쳐낸다.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한가로운 전원의 평온함을 그리는 듯 하며, 반주부 속에서 산들바람이 부는 느낌이 든다. 피아노는 연속적으로 리듬 화음을 펼쳐낸다.
 이윽고 소프라노가 밝고 따뜻한 음색으로 못갖춘마디의 주제 선율을 노래한다. 이 선율은 이미 클라리넷이 두 번 소개한 바 있다. 소프라노 역시 갖춘마디로 한 번 더 주제를 부른다. 이후 소프라노와 클라리넷이 메아리처럼 서로 음률을 주고 받는다.
 제 3연의 'Je weiter meine(내 목소리가)'에서 성악의 감성이 훨씬 더 풍부해지며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클라리넷이 비교적 간 오블리가토 경과부를 넘긴 후에 여음을 울린다.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되돌아간 악곡은 한 번 더 주제선율을 반복한다.


이윽고 제 2부로 들어가 독창이 'In tiefem Gram(내 몸은 깊은 슬픔으로)'를 피아니시모로 노래한다. 가창은 보다 서사적인 낭송으로 바뀌며, 긴 호흡으로 유려하게 흘러간다. 감정을 억제하는 가운데 미묘하고 심오한 정취를 살리면서 노래하는 이 부분은 악곡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낭만적이고 감명깊은 느낌을 준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의 2악장에서 이와 같은 유사성이 발견된다.) 그런 관계로 소프라노 독창자는 이 부분에서 최대한 감정을 풍부하게 가지되 절제하여 표현하고, 긴 호흡과 섬세한 발성으로 가사의 묘미를 살려서 노래불러야 한다. 그 반면, 클라리넷과 피아노 반주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묻힌다.
 곡은 'Ich hier so einsam(나 홀로 외로움에)'부분에서부터 점차 고조된 후, 'es zum Himmel(하늘높이)'에서 절정에 달한다.

 

 클라리넷의 짧은 트릴(Trill)이 카덴차(Cadenza)처럼 울린 후 분위기가 전환되며, 곡은 제 3부로 들어간다. 2/4박자, 알레그레토의 이 부분은 경쾌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클라리넷과 소프라노가 제 1부와 마찬가지로 서로 화답하며 교대로 선율과 리듬을 매긴다. 특히 스타카토와 당김음표가 많이 배치되어 생동감과 역동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요 가사가 반복되며 차츰 곡의 분위기가 고조된 후 'heller sie mir wieder(더 맑은 메아리가)'에서 클라이막스를 이룬 뒤 점차 사그러든다. 이윽고 곡은 클라리넷과 피아노의 짧은 음률로 끝난다.


               

 

      '구스타브 칼레보테'작, <봄 풍경>

 

 


[연주자 소개]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피아노 제프리 파슨스(Geoffrey Parsons)
클라리넷 게르바스 드 페이에(Gervase de Peyer) 1965년

 

 

 

 

첨부파일 05 슈베르트 바위위의목동.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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