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27
어린 시절, 시골의 밤하늘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도시에서 자란 터라 달 이외엔 듬성듬성 큰 별만 보아온 까닭에 엄청난 별들이 촘촘하게 박힌 시골의 밤하늘은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시골아이들에겐 당연한 ‘별’천지가 왜 나에겐 공포의 대상이었던가. 공포라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충격이었으니 한, 두 개의 별만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았던 하늘이 실제 ‘별’천지임을 확인함은 기존의 믿음을 깨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과거 본인의 이러한 어리석음이 지금 한의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셀 수 없는 한의사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에 충격과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 일반인들이라면 몰라도 한의사나 한의대생조차 의서醫書마다 달리 표현된 내용에 반발하여 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는 세뇌된 서양 교육 탓.... 과학이란 이름으로 주어진 오직 하나의 잣대로만 세상을 보아온 까닭에 수많은 견해의 별천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공포인 것이다. 그러나 의서醫書마다, 한의사마다 견해가 다름을 가지고 한의학의 이론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다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서울 아이가 ‘별’천지의 시골 밤하늘이 틀리다고 비판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이론의 부실이 아니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석’의 다양성이니 해석법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들에겐 당연한 오해다.
막무가내로 짜집기한 지금의 한의대 교과서와 달리 과거 의서醫書들은 저자著者의 경험과 해석을 담고 있는데 모두 그 해석의 대상으로 한의학 경전經典을 삼고 있으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공통된 언어로 표현되므로 얼핏 의서醫書마다 견해가 달라 보여도 서로 큰 물줄기에 하나로 연결되어 토론과 논쟁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한의학 언어로 보면 각기 다른 목소리도 하나됨을 알 수 있으니 이러한 해석의 다양성을 오히려 한의학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함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언어력이 부족함을 나타낼 뿐이다.
선조들의 숙달된 음양오행陰陽五行 언어력은 각자의 경험과 환경, 문화상황에 따라 경전經典에 대한 개성 있는 해석을 이루었고, ((학파學派가 결성되는 배경)) 이에 그 언어를 익숙하게 구사한 의자醫者만큼의 해석의 다양성을 보였다. 그러나 음양오행陰陽五行 언어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표현된 한의학 경전經典을 해석할 수 없고, 따라서 해석을 통한 학문의 다양성이 없는 현실에서는 한의학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론이 부실하다는 오해를 가진다
다시 강조하건대 책마다, 한의사마다 견해가 다름을 비판하는 이들은 스스로 해석력 부족과 언어력 상실을 자책해야 할 것이다. ‘해석’은 곧 ‘다양성’인 바 과거 학파學派의 번성은 바람직한 현상이니 지금 이 시대에도 다양한 파派들의 개성 있는 해석들이 요구된다. 두리내리를 하나의 파派가 아닌 공동체로 부르는 것도 두리내리 내에서 여러 파派가 공존하여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다양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시골 밤하늘의 별천지는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처럼 수많은 파派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어 밤하늘 은하수로서 자리잡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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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6 제 생각에도 확실히 서양문명은 금의 기운을 머금은 것을 티내듯이 숙살의 기운으로 모든 것을 계량화하고 수치화하고 평균화 하여 정리정돈을 말끔하게 해놓은 장점들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는 또 그것의 단점들이 너무나 심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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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6 다양성의 존중과 상호 존중과 공존이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가야할 길이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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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2.06.16 두리내리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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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감초 작성시간 12.06.16 예..인터넷에 쌍둥이 사진인데 한쪽이 심장병을 앓고 있었는데 옆에 아이가 포옹을 하니..심장병이 나았다고
화제가 된적이 있었죠.. 그 아이가 병을 고쳤는데.. 한의학이라고 까진 안해도 의학을 알던 모르던 병을
고쳐낸것이니.. 그아이의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머리가 문제지 아이의 능력이 문제는 아니란것과
위 본문의 뜻과 상통하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