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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냄새_요2:1~11

작성자김영준|작성시간22.09.25|조회수75 목록 댓글 1

예수께서 살던 때 ‘가나’라는 동네에서 결혼 잔치가 열렸습니다. 제법 오래 잔치가 지속되었을 거에요. 당연히 술이 있었을 거구요. 하객이 많았던 걸까요, 준비한 술이 떨어졌습니다.

 

예수께서 술을 준비하십니다. 항아리에 물을 부었더니, 술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마시던 술보다 더 향이 좋아, 왜 좋은 술을 나중에 내놓느냐고 사람들이 혼주에게 따질 만큼, 고급 와인을 예수께서 준비하십니다.

 

‘물’은 옛날 노아 시대를 생각하면 끔찍한 상징입니다. 40일 동안 비가 내려 땅이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죽었으니까요.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가 포도나무를 심었던 건 회복의 시작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건,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가 포도주에 취할 만큼 그 일상이 회복된 사건과 닮았습니다.

 

물이 변해 포도주 됩니다. 나를 죽일 것 같은 상황이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같이 덮쳐오는 때가 있습니다만, 변화합니다. 그마저도 우리 모두를 취하게 하는 상황으로 변화됩니다. 홍수가 덮쳐오는 시간, 언제 끝날지 모를 시간은 지나갑니다. 다시 포도나무를 심고 그 그늘에서 포도주에 취해 낮잠 자는 시간이 다시 옵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됩니다.

 

나도 변화됩니다. 태어난 순간 사람은 변화됩니다. 뼈와 근육이 자라며 성장통을 겪습니다. 십대가 되면 마치 다시 태어나는 듯 몸의 모양과 목소리가 변화되는 사춘기를 지납니다. 장년이 되면, 몸의 기능들이 약화되고 중지되는 갱년기를 맞습니다. 사람은 변화됩니다. 물이 포도주가 되듯 변화됩니다. 물처럼 투명해 아무 것도 없었던 사람이, 혹은 혼갖 부유물로 흙탕물 같던 사람이, 색깔 곱고 향이 깊은 사람으로 변화됩니다.

 

영국 시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이 캠브리지 종교학 시험을 치르며, 가나 혼인잔치를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물이 그 창조주를 보고 붉혔도다(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바이런의 답안은 리처드 크래쇼(Richard Crashaw, 1613-1649)가 가나 혼인잔치에 대해 썼던 시를 변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의식 있는 물이 그의 ‘주님’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더라(The conscious water saw its God and blushed)”. _출처: 남태우

 

내 마음에, 그리고 몸에 일어나는 변화는 창조주와 접속했기 때문일까요. 창조주를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루하루가 지나며 내가 변화합니다. 창조주를 만나지 못한 것 같지만, 내가 날마다 변화하는 걸 보면, 나는 순간순간 창조주와 연결되어 있나봅니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하듯 나도 변화합니다. 창조주를 만난 설렘으로 물이 붉게 변화해 향이 깊어지듯, 사람도 순간순간 창조주를 만난 설렘 속에 성장과 변신과 쇠락해 가며, 향기 깊어지는 인생을 삽니다.

 

공간 민들레와달팽이 앞에 선 버드나무 이파리는 한꺼번에 노랗게 되지 않고, 조금씩 하나씩 색깔이 변화합니다. 한 가닥씩 하얗게 되는 머리카락 같습니다. 한 가닥씩 흰머리가 보이거든, 노란 꽃 같은 버드나무 이파리를 보면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런가하면 북한산 단풍처럼, 은행나무 가로수처럼 한꺼번에 붉게 혹은 노랗게 변화하기도 합니다. 염색되듯 머리 전체를 덮은 백발 또한 아름답습니다. 모두 다 창조주와 접촉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계절이 바뀌며 나이가 들며, 성격과 체형과 색깔이 변화합니다. 모든 생명은 설렘으로 창조주와 만나고 있습니다. 자신이 곱고 향기 나는 포도주로 변화한 줄 아는 사람들이 교회입니다. 세상을 포도주로 취하게 하는 이들이 교회입니다.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좋은 술 되어, 우리 사는 세상을 취하게 하는 사람들이 교회입니다.

 

엊그제, 23일과 24일, 장애인자조모임 ‘푸른하늘’이 강화에 다녀왔습니다. 서해 일몰과 싸구려 맥주와 잘 구운 고기와 털어놓는 말과 여기저기 낯선 땅에서, 좋은 술에 취하듯 다녀왔습니다. 민들레교회와 협동조합 달팽이학교는 향기 나는 사람들입니다. 2천년이 지났지만, 가나 혼인 잔치에 퍼졌던 술 냄새가 여전합니다

 

 

동막해변 분오리돈대 아래 부두에서,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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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민병권 | 작성시간 22.09.2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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