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분은 반드시 눈밝은 선지식의 도움을 받아 공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선지식 행세를 하려는 거의 모든 자들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왜냐면 잘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을 데리고 놀면서 재물을 빼먹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선지식이라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자신에 대해 "선지식"이란 단어를 쓰도록 만들므로써 자신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고 계속 남의 피를 빨아 먹고 있다. 어제 만난 그분의 스승인 선지식은 삼장법사라고 했다. 스스로에 대해 삼장법사, 선지식, 스승 등의 용어를 갖다 붙이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선지식의 정확한 뜻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의미에서 본 선원의 법요집 내용을 옮긴다.
* 선지식(善知識): ‘좋은 도반’, ‘좋은 친구’라는 뜻.
한국 선불교에서는 '선지식(善知識)'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선지식은 산스크리트어 깔리야나미트라(Kalyāṇamitra)를 번역한 것이다. 깔리야나미트라(Kalyāṇamitra)는 善知識(선지식), 善親友(선친우), 親友(친우), 勝友(승우), 善友(선우), 善伴黨(선반당), 善隨從(선수종) 등으로 한역돼 있다. '좋다'는 뜻의 '善(선)'에다 '친구' 또는 '친하다'는 뜻의 '親(친)'과 '벗'이라는 뜻의 '友(우)', '붙어 다닌다'는 뜻의 '隨從(수종)', 그리고 '도반(道伴)', '동반자(同伴者)'라는 뜻의 '伴(반)', '목적을 같이 하는 무리'라는 뜻의 '黨(당)' 등 그 어떤 번역어를 봐도 거기에 "깨달은 사람"이라든지 "높은 스승" 또는 "존경"의 의미는 들어 있지 않다. 이런 번역어들이 말해주고 있듯이 선지식은 부처님의 팔정도법(八正道法)을 가르쳐 주는 친구, 또는 나와 뜻을 같이 해서 함께 닦아가는 도반(道伴)이라는 뜻이다.
다들 높은 자리에 앉아, 남의 스승 되기를 좋아하는데, 함께 수행해가는 도반이면 충분하다. 부처님 수행법에 대한 바른 지식, 바른 길을 함께 나누며, "뻥" 치지 않고 부지런히 닦아가는 도반이면 충분하다.
초기 불교교단 내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했다. 함께 닦아가는 데 있어서 스승, 고승대덕도, 나보다 나중에 입문한 후배들조차 모두 선우(善友)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교단 내에서는 계급이 없었기에 통솔하는 사람도 통솔 받는 사람도 없이, 모두가 선우(善友)일 뿐이었다.
불교교단, 사부대중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saṃgha(삼가), 승가(僧伽) 또는 僧(승)은 이처럼 좋은 도반, 좋은 친구들의 집단이었다.
<잡아함경> 제778. 선악지식경(善惡知識經), 좋은 도반과 나쁜 도반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깥 법[外法] 중에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쁘고 바르지 못한 법은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쁘고 바르지 못한 법은 거듭 생기게 하여, 더욱 많아지게 하는 데 이른바 나쁜 친구[惡知識], 나쁜 무리[惡伴黨], 나쁜 도반[惡隨從者]을 따르는 것 이외의 다른 어떤 법도 나는 보지 못 했다. 비구들이여, 나쁜 친구[惡知識], 나쁜 무리[惡伴黨], 나쁜 도반[惡隨從者]을 따르면, 아직 생기지 않은 바르지 못한 견해는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바르지 못한 견해는 거듭 생기게 하여, 더욱 많아지게 한다. 이와 같이 나쁜 친구[惡知識], 나쁜 무리[惡伴黨], 나쁜 도반[惡隨從者]을 따르면, 아직 생기지 않은 바르지 못한 뜻(邪志), 바르지 못한 말(邪語), 바르지 못한 행위(邪業), 바르지 못한 생계(邪命), 바르지 못한 정진(邪精進), 바르지 못한 알아차림(邪念), 바르지 못한 선정(邪定)은 생기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거듭 생기게 하여, 더욱 많아지게 한다.
비구들이여, 바깥 법[外法] 중에 아직 생기지 않은 나쁘고 좋지 못한 법은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나쁘고 좋지 못한 법은 사라지게 하는 데는 이른바 옳은 친구[善知識], 옳은 무리[善伴黨], 옳은 도반[善隨從]을 따르는 것 이외의 다른 어떤 법도 나는 보지 못 했다. 비구들이여, 옳은 친구[善知識], 옳은 무리[善伴黨], 옳은 도반[善隨從]을 따르면, 아직 생기지 않은 바르지 못한 견해[邪見]는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바르지 못한 견해는 사라지게 하며, 아직 생기지 않은 바르지 못한 뜻[邪志], 바르지 못한 말[邪語], 바르지 못한 행위[邪業], 바르지 못한 생계[邪命], 바르지 못한 정진[邪精進], 바르지 못한 알아차림[邪念], 바르지 못한 선정[邪定]은 생기지 않게 하고, 이미 생긴 것은 사라지게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수행하였다.
* (역자 해설) 바른 길을 함께 걷는 친구, 도반이 있어서 그를 가까이 하며, 부지런히 팔정도를 닦아가는 것은 복 중에 최고의 복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경> 27.15 경에서 바른 법으로 닦아가는 좋은 친구나 도반을 만나는 것은 수행의 절반이 아니라 "수행의 전부"라고 말했다. 선업과 악업도 모르는 사람들을 친구로 할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선업을 함께 닦아가는 좋은 도반이 되어, 서로를 지켜줬으면 한다.
* 이 글은 <위빠사나금정선원> 조성래 원장의 글입니다. 이 글을 카톡으로 주변의 귀한 분들께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잡아함경> 제778경
201c29 (七七八)如是我聞。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
201c30 孤獨園。爾時。世尊告諸比丘。於外法中。我
202a01 不見一法令未生惡不善法生。已生惡不
202a02 善法重生令增廣。如說惡知識․惡伴黨․惡
202a03 隨從。諸比丘。惡知識․惡伴黨․惡隨從者。能
202a04 令未生邪見令生。已生邪見重生令增廣。
202a05 如是未生邪志․邪語․邪業․邪命․邪方便․邪
202a06 念․邪定令生。已生者重生令增廣。諸比丘。
202a07 外法中。我不見一法令未生惡不善法不
202a08 生。已生惡不善法令滅。如說善知識․善伴
202a09 黨․善隨從。諸比丘。善知識․善伴黨․善隨從。
202a10 能令未生邪見不生。已生邪見令滅。未生
202a11 邪志․邪語․邪業․邪命․邪方便․邪念․邪定不
202a12 生。已生者令滅。佛說此經已。諸比丘聞佛
202a13 所說。歡喜奉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