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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무슨 말인가? (완결판)

작성자조성래|작성시간15.06.15|조회수1,132 목록 댓글 2

저의 반야심경 해설 작업을 하면서 다음 글을 작성했습니다.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여! 물질현상[色]은 없는 것[空]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空]은 물질현상[色]과 다르지 않아, 물질현상[色]이 없는 상태이고, 없는 것[空]이 물질현상[色]이다.

물질현상[色]이 없듯이 느낌[受], 인식[想], 업 지음[行], 의식[識]도 또한 없다[空].)

 

 이 부분을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하면 여기서 색(色)과 공(空)의 개념을 잡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계종 표준 한글 반야심경에는 이 부분이 어떻게 번역돼 있는지 한 번 보자.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 상 행 식도 그러하니라.”

 

이 번역은 번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완전하게 번역돼 있다. 번역이란 다른 언어로 표현돼 있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여,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옮겨주는 것인데, 이 번역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언어로 옮겨져 있다. 이 번역을 한 집단의 실력으로는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해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 한국불교에서는 이 부분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무비 스님의 해설을 통하여 한 번 보자.

 

    色卽是空(색즉시공) 空卽是色(공즉시색)에 대한 무비 스님의 해설

 

무비 스님은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라고 번역한 뒤 “사리자여, 이 몸을 위시한 모든 현상계는 텅 빈 공(空)과 다르지 않다. 텅 빈 공 또한 이 몸, 이 현상계와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이 몸, 이 현상계는 그대로 텅 빈 공이고, 텅 빈 공 그대로 이 몸, 이 현상계인 것이다”라고 풀이한 뒤에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이것은 현상인 색과 존재의 본질인 공과의 관계를 사상적으로 표현한 대목입니다. 철학적 차원에서 볼 때 유한한 현상인 색과 무한의 본질인 공은 별개가 아닌 것입니다. ........색이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와 몸 밖의 현상계 일체를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를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의 몸이든, 바깥 현상계이든, 이 모든 것은 인연에 의해 거짓 화합하여 잠깐 있는 듯이 보이는 까닭에 고정불변하는 실체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몸은 본질상으로 볼 때 텅 비어서 없는 것입니다”라고 해설하고 있다.

 

  위의 글에서 무비 스님은 ‘色(색)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와 몸 밖의 현상계 일체를 구성하고 있는 지수화풍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일컫는 말’이라고 해석하고 있고, 또 空(공)에 대해서는 ‘텅 빈 것’이라고 했다가 ‘무한의 본질’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서는 ‘이 몸과 이 현상계는 그대로 텅 빈 공’이라고 해석한다. 그런데 ‘이 몸과 이 현상계가 그대로 텅 빈 공’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몸과 이 현상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 몸과 이 현상계의 안이 텅 비어있다는 말인가? 스님은 ‘우리 몸은 본질상으로 볼 때 텅 비어서 없는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말이 맞는 말인가? 이 물음에 시원하게 답이 되지 않는다면, 스님의 해설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법문에는 이와 같이 잘못된 것들이 많다. 이런 해설은 한국 불교의 이해수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서, ‘구라 해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色卽是空(색즉시공)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色(색)과 空(공)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그럼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먼저 色(색)과 空(공)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색의 의미에 대해서는 앞의 오온의 개념 설명에서 이미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다. 오온에서의 ‘색’은 ‘몸에서 일어나는 물질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고, 空(공)은 ‘없다’ 또는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따라서 色卽是空(색즉시공)은 ‘물질현상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고, 이 말은‘몸에서 어떠한 물질현상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는 뜻이다.

色不異空(색불이공) 空不異色(공불이색) 色卽是空(색즉시공) 空卽是色(공즉시색) 受,想,行,識 亦復如是(수상행식 역부여시)’는 오온개공(五蘊皆空)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말해놓은 것인데, 그 요지를 말하면 ‘오온이 없다’는 말이다.

 

오온이 없다는 말은 오온이 작동(作動)되지 않는다는 뜻.

 

그럼 ‘오온이 없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오온은 본래 없는 것인데, 우리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있었던 오온이 없어졌다는 말인가? 아니면 오온이 있긴 있는데, 그 실체가 없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런 의문 때문에 많이 헷갈릴 수 있다. 구마라습이 번역한 반야심경을 보면, 이 의문이 깔끔하게 해소된다. 구마라습의 번역을 보면,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은 뜻으로 번역돼 있다.

 

사리자여, 물질현상[色]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바도 없으며,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고, 의식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느니라. 왜 그런가? 사리자여, 물질현상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고, 없는 것은 물질현상과 다르지 않으니, 물질현상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물질현상이다. 느낌, 인식, 업 지음, 의식도 또한 이와 같다.”

 

이 구마라습의 번역본에는 다른 번역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밑줄 친 부분이 들어있는데,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구절이다. 이 부분을 유심히 보면, 오온이 작동(作動)되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리자여, 물질현상[色]이 없기에 괴롭고 무너지는 현상이 없고, 느끼는 작용이 없기에 느끼는 바도 없으며, 인식작용이 없기에 아는 것도 없고, 업 작용이 없기에 업을 짓는 것도 없고, 의식이 없기에 지각하는 것도 없느니라.”

이 말은 관찰수행에 의해 무아(無我)를 깨달음으로써 ‘나’에 대한 집착이 완전히 소멸되었고, 그럼으로써 원래 있었던 오온의 작동이 멈춰, ‘오온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현대 양자물리학 이론을 들먹이며,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물질은 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완전히 엉뚱한 데로 빠지게 된다. 또 色卽是空(색즉시공)에 대해 무비 스님처럼 ‘현상인 색과 본질인 공에 대한 체험적 결과를 설명하는 구절’이라고 해석해서도 안 된다.

 

 유마경 제자품에 “모든 존재, 즉 오온이 마침내 없는 것이 공(空)의 의미”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空(공)의 의미와 五蘊皆空(오온개공)의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또 유정(惟淨)이 번역한 반야심경에 “만약 보살이 모든 의식 가운데서 인식 없음의 법을 알게 되면, 괴로움이 저절로 멈추고, 모든 인식이 고요하게 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을 봐도 ‘오온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五蘊皆空(오온개공)은 ‘오온이 없다’는 말이고, ‘오온이 멈춰,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色卽是空(색즉시공)은 ‘물질현상이 없다’는 말이고, ‘물질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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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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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반야 | 작성시간 15.06.16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조성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3.13 반야님, 이 글 읽고난 느낌을 조금 더 말할 수 있는지요? 글 내용이 어려워서 전달이 잘 안되거나 거부감이 드는 부분은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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