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영시

Autumn Day (Rainer Maria Rilke)

작성자Jane|작성시간08.11.30|조회수373 목록 댓글 2

Autumn Day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 in the fields.


Bi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another two more southerly days,

press them to ripeness,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ever has no house now will not build one anymore.

Whoever is alone now will remain so for a long time,

will stay up,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ander the avenues, up and down,

restlessly, while the leaves are blowing.

 (Rainer Maria Rilke)




가을날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

 

이 시는 자연의 변화 앞에서 여러 가지 감회를 가지게 되는 시인의 성찰이 두드러진 역할을 하는 시로서 종교적이고 경건한 분위기가 시 전편에 흐른다. 시인은 가을이라는 계절의 이중적 속성, 즉 풍성함과 황폐함을 외적 세계와 내적 세계에 대비시켜 우수와 고독을 형상화하였다. 인간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 흘린 땀과 대비하여 무수한 능력을 지닌 신의 권능을 생각하고 있다.


 작품의 1연은 가을이 도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제 긴 여름 동안의 노고를 쉬고 이제 들에 서늘한 바람을 불게 해 달라는 것이다. 2연은 이미 익어 가고 있는 만물을 완전히 익도록 해 달라는 기원이다. 1연과 2연이 외적 세계의 풍성함과 결실을 노래한 것이라면 3연은 내적 세계의 고독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고독은 극복되어야 할 '외로움'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실제적 고독(독서와 편지, 사색을 포함한 고독)으로 제시되어 있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이란 영혼의 완숙을 갈망하며 방황하는 불안정한 존재인 고독한 인간을 나타낸다.


 따라서, 고독한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내적 충실을 기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지만 그 고독한 사람이 바람에 불려 날려 가는 나뭇잎처럼 불안하고 방황할 것이라는 의식이 나타나 있다. 결국 이 작품은 가을이라는 결실과 조락(凋落)의 계절에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생각하고 투시하는 서정적 자아의 경건성과 구도 정신이 간결하고 평이한 표현 속에 잘 드러난 서정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출처]  블로그 ‘꿈꾸는 농부처럼’


---------------------------------------------------------

(독일어 원문)


Herbsttag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r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ß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ü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üdlichere Tage,

drä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üß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ätter treiben.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estere | 작성시간 08.11.30 릴케 루 살로메의 어린연인 이였다지요..전 어릴적 릴케는 여성일거라 믿었었어요..^^ 가을이면 생각나는 아름다운 시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날들 보내시길요..Jane님..^^*
  • 작성자놀란토끼눈 | 작성시간 08.12.02 저도 이 시인께서 여자라고 생각한 어린시절이 있었는데 학습장 표지에 자주 등장하는 시의 주인공... 오랜만에 릴케의 시를 보니까 기분이 참 좋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