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xen
Christmas Eve, and twelve of the clock.
"Now they are all on their knees,"
An elder said as we sat in a flock
By the embers in hearthside ease.
We pictured the meek mild creatures where
They dwelt in their strawy pen,
Nor did it occur to one of us there
To doubt they were kneeling then.
So fair a fancy few would weave
In these years! Yet, I feel,
If someone said on Christmas Eve,
"Come; see the oxen kneel,
"In the lonely barton by yonder coomb
Our childhood used to know,"
I should go with him in the gloom,
Hoping it might be so’
황소들
토마스 하디 / Jude 역
크리스마스 전야(前夜), 시계가 열두 시를 알렸다.
"지금쯤 소들은 무릎을 끓고 있을거야."
화롯가에서 타던 장작불이 점차 약해져갈때,
양떼처럼 모여 앉은 우리 중, 어떤 나이 많은 이가 말했다.
우리는 짚으로 만든 우리 안에 사는,
온순하고 얌전해진 동물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거기에 있던 우리 중, 그 시간에 정말 그 소들이
무릎을 꿇고 있을 것이란 걸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상상치고는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은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이브 날 나에게,
"이 봐, 소들이 무릎 꿇고 있는 걸 보러가지 않겠어?
"우리 어린 시절 잘 알고 있는 계곡 너머로
쓸쓸한 외양간에 살고 있을 소들 말야," 라고 한다면,
난 어두캄캄한 밤이라도 기꺼이 그와 함께 걸어가겠다.
그 광경을 볼 수 있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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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동안 하디의 시를 세 편 정도 소개해 드렸는데, 생각해보니 하디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소개해 드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신 분들도 많겠지만, 혹시 하디란 작가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제가 예전에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과 인터넷에서 본 것을 한번 정리해서 적어봤습니다.
토마스 하디는 석공의 아들로 1840년 영국 남서부 도체스터 근방의 도셋(Dorset)이라는 시골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처음에 그는 건축가가 되려고 어느 건축가의 도제(徒第)가 되었지만, 어느 날 자신이 글쓰는 데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그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의 처녀작은 1964년에 쓴 'The Poor Man And The Lady' 라는 작품이었으나,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출판 거절을 당하자 원고를 찢어버립니다. 그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겨준 소설은 1874년에 쓴 'Far From The Madding Crowd ' 라는 소설이고, 이 성공을 시작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는 일에 완전히 몰두하게 됩니다.
그 후로, 그는 'The Return Of The Native' (1878), 'The Mayor Of Casterbridge' (1886), 'Tess Of The D'urbervilles' (1891), 'Jude The Obscure' (1895) 라는 여러 훌륭한 소설들을 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되는 마지막 두 편의 소설, 'Tess' 와 'Jude' 로 인해 그 당시 사람들에게 아주 혹독한 비평을 받게 됩니다. 하디가 살던 당시 빅토리아 사회는 청교도적인 가치관이 그 이면에 깔려있어 체면, 점잖음 소위 respectability 가 많이 중시되던 엄격한 사회였는데, 당시로서는 이 두 소설의 내용과 소재는 굉장히 외설적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그 당시 인기있었던 소설가 중 한 사람이, '올리버 트위스트' 로 유명한 찰스 디킨즈(Charles Dickins)였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권선징악과 같은 것을 주제로 한 경세(警世)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들이 당시 소설들의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세간으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은 하디는, 'Jude' 를 끝으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고, 그 이후부터는 시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의 시의 소재는 참으로 다양한데, 그의 소설에서도 자주 나타났던 자연계의 냉정하고 잔인한 권력 앞에 힘없이 쓰러지는 인간의 나약함부터 시작해서, 그의 첫번째 부인이었던 Emma가 죽고 난 뒤 그녀에 대한 그리움, 당시 발발하던 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전쟁의 잔인함, 기독교에 대한 회의 같은 것이 그의 시의 주요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가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엔 다윈의 진화론이 처음 등장하고,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면서 이전까지 사람들이 종교에 대해 가졌던 확고한 믿음이 많이 흔들렸던 때인데, 이런 영향으로 인해 하디도 처음엔 기독교인이었으나 결국 나중엔 그도 무신론자가 되었습니다.
이 시를 이런 배경에서 이해해 볼 수가 있는데, 이 시는 화자가 자신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브 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브 날, 당시 어린 소년이었던 화자는 화롯불에 또래 친구들과 모여 앉아 자신보다 나이 많은 한 연장자로부터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superstition을 듣게 됩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인데, 이브 날 정각 열 두시가 되면, 평소 사납던 ox 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얌전하고 온순해지면서 아기 예수가 세상에 내려오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화자가 모여 앉은 아이들을 flock으로 표현한 것은, 교회에서 흔히 예수님을 목자, 신도들을 주님이 기르시는 양으로 비유하듯이, elder를 목자라고 생각하면, 그 때의 모습이 꼭 예수님으로부터 하나님에 대한 말씀을 듣고 있는 신자들 모습 같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곳에 있던 아이들은 대게 앳되고 순박한 시골의 아이들이라 그 이야기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지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때 순박했던 아이들은 점점 더 sophisticated 해지고, 의심이 많아지게 됩니다. 결국 그들은 그 superstition 이 아름답지만 터무니 없는 공상(so fair fancy)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옛날에는 그 이야기가 통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이야기로 짜여질(weave)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을 과거라 놓고, 나이가 든 지금을 현재라 보면, 과거엔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전까지 신비의 영역안에 있던 것들이 현상으로 점차 설명이 되면서 그 전까지 가졌던 확고한 믿음에 큰 불신이 생긴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화자는 어릴 적 소중히 품어왔던 꿈이 깨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무척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에게 어릴 적 익숙한 계곡 너머, 그 소들이 살고 있는 곳에 가서 정말 소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자신은 기꺼이 같이 가보겠다고 말하면서, 그 이야기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들이 살고 있다는 곳으로 가는 길이, 어두운 밤 길인데다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지 않고 '저기 어떤 계곡 너머로(by yonder coomb)' 다소 애매모호하게 묘사되어 있어 실제 확인하러 찾아가는 일이 굉장히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라는 알려주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으러 가겠다는 것에서 화자가 어릴 적 가졌던 신앙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 또 그의 확고한 신앙이 흔들렸을 때 그 때 그것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는지 짐작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제로 처음에 기독교인이었던 하디는, 진화론이 나오고 나서도 바로 기독교를 버리지 못해서 훗날 완전히 무신론자가 되기 전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제가 하디를 조금 안답시고,(실제론 저도 아는게 별로 없지만요) 그의 생애에서 이런 저런 단서(?)를 찾아내 종교와 관련지어 이 시를 이해했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 시를 꼭 종교랑 연관시켜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우리가 어렸을 적, 산타클로스에 대한 비밀(?)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그 때의 그 실망감, 그로 인해 어릴 적 환상이 처음으로 깨진 기억을 떠올리실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마지막에 화자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그래도 정말 그런게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아직 없다는 것은 증명이 안됐으니^^) 즐거운 상상을 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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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은물결 작성시간 08.09.03 좋은 시를 소개하여주셔서 고맙습니다. Jude님의 글도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믿음에 대하여 다시 한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Jude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통하여 토머스 하디의 시를 친근하게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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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ud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09.04 은물결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아요^^ 혼자 중얼거림에 가까운 제 글이, 은물결님이 시를 친근하게 읽으시는 데 도움이 되셨다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사실, 전 감상평 올릴 때 약간 머뭇거려지는데요, 똑같은 시를 봐도 그에 대한 느낌이나 감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제 감상을 적어놓으면 다른 분들이 상상할 기회를 제가 뺏는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가끔은 그냥 시만 올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는데, 제가 여기 글 올려주시는 회원님들의 감상 덕분에 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적이 많아서 전자를 택했습니다. 은물결님 덕분에 제 죄(?)가 조금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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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은물결 작성시간 08.09.05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영문학 강독"을 신청하여 들은 적이 있는데 토머스 하디의 단편인 "Alicia's Diary"를 읽었습니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다시 읽었는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가여운 처지에 놓여있는 인간을 볼 수 있었습니다. Jude님께서 토머스 하디의 작품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을 Jude님의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 것도 정말 사랑한 적이 없다면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보면서 참 괴로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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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렌지나무 작성시간 08.09.08 시를 통하여 마음을 정화하고 따스한 온기 를 얻는 것을 경험합니다. 언어의 미, 언어의 위로 라고 해도 될까요. 시인이 시로 자아놓고 있는 시어들은 자신의 내면이랑은 상관없이 여전히 아름답기만 합니다. 마치 퀼트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보를 들여다 보는 상상이 드는군요 .성탄 이브,화로,동물,외양간,어린시절,동화가 그려진.. 어릴적에 영소설로 'Jude the Obscure'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교수님의 강의 내용에 아주 여러번 부르짖으시던 기억의 단어 'immanent will'이란 어휘가 생각납니다. 어떤 내내된 힘이 개인의 운명을 사정없이 결정짓는다는 그런 얘기인것 같았는데 정확히는 이해가 잘 안가네요. 감상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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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ud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2.10 오렌지나무님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쓰신 글을 보고 왠지 영문학을 많이 공부하신 분일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 짐작이 맞았네요^^ 'Jude The Obscure'는 제가 'Tess'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Hardy의 소설은 다른 소설들에 비해 문장도 많이 어렵고, 지방색이 무척 강해서 영문으로 읽기가 다른 소설보다는 많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전 학부 때 'Tess'를 읽고 대학원에 와서 '근대 영국 소설'이란 과목에서 'Jude' 를 읽었는데, 어린 시절, 그 씩씩하고 의지가 강했던 Jude가 자라온 주변 환경과 사회적인 관습을 극복하지 못하고 꿈들이 하나씩 좌절될 때마다 꼭 제 꿈이 부서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