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d Is Rising
from "The Graveyard by the Sea"
The wind is rising. . .We must try to live!
The huge air opens and closes my book,
The powdered wave dares to spout from the rocks!
Fly away, bedazzled pages!
Break, waves! Break with your joyous waters
This calm roof where sails pecked like doves!
(Paul Valéry / Translated by Brian Woledge)
바람이 인다
"해변의 묘지"에서
바람이 인다!. . . 살려고 애써야 한다!
거대한 대기가 내 책을 열었다 다시 덮는다.
파도의 물보라가 바위틈에서 뿜어 나온다!
날아가라, 눈부신 책장들이여!
부숴라, 파도여! 부숴라, 네 희열하는 물로
돛배들이 모이를 쪼고 있던 이 고요한 지붕을!
(폴 발레리 / 손현숙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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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손현숙의 '영시의 향기'에서 인용)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Le cimetière marin)"는 원래 24절로 되어 있는 긴 시이다. 여기에 올린 것은 그 가운데에서 가장 널리 애송되고 있는 마지막 24절.
The powdered wave: 가루처럼 부서지는 파도.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spout: (액체 같은 것을) 내뿜다. 분출하다.
bedazzled: 빛을 받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부신.
where sails pecked like doves!: 돛단배들이 비둘기처럼 모이를 쪼아먹고 있던 (이 지붕). 원시에는 "비둘기처럼"이라는 표현이 없으나 이해를 돕기 위해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냥 넣은 것은 아니다. 이 시의 1절에 발레리는 바다를 "비둘기들이 걷는 고요한 지붕(Ce toit tranquille, où marchent des colombes-->This quiet roof, where doves walk)"라고 표현하고 있다.
* 여기에 올린 영어 번역의 프랑스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Le vent se lève!
de "Le ciemetière marin"
Le vent se lève!. . .il faut tenter de vivre!
L'air immense ouvre et referme mon livre,
La vague en poudre ose jaillir des rocs!
Envolez-vous, pages tout éblouies!
Rompez, vagues! Rompez d'eaux réjouies
Ce toit tranquille où picoraient des fo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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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부하는 문화센터 영시반의 4분기 수업에서 매분기 마지막 강의는 영미의 시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유명한 시인의 시 중 영역된 시를 골라 공부합니다. 이번 학기의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 시인인 Paul Valéry (1871-1945)의 ‘해변의 묘지’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지막 24연을 골라 공부했습니다.
Valéry는 문학을 하다 오랫동안 문학을 버리고 과학을 연구했는데, 40대 후반에 다시 문학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1920년에 걸작 "해변의 묘지(Le Cimetière marin)"(1920)를 발표하여 대시인으로 인정받았는데, 보들레르, 말라르메를 잇는 심미적 상징주의 계보에 속하며, 주지적이며 기교적인 면이 두드러집니다. 1945년에 세상을 떠나 이 시의 배경이 되는, 고향 세트에 있는 해변의 묘지에 묻혔습니다.
(수업 내용 정리)
이 묘지는 해변가 높은 곳에 위치해 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을 명상케 하는 묘지에서 생명의 근원지이자 종착지인 바다를 바라봅니다.
밀려왔다 사라지는 조수는 무의식적 원초적 욕망을 상징하고,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의미합니다.
묘지 위에서 삶과 죽음, 존재와 존재하지 않음을 생각하며, 살자니 괴롭고 죽자니 무섭고 몸서리쳐지는 자신을 응시합니다.
그때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바람이 붑니다. 잔잔한 바다에 바람이 확 몰아쳐 파도가 철썩이는 모양이 마치 내가 갖고 있는 책의 책장들이 거대한 바람에 펄럭펄럭 들춰졌다 닫히는 것 같습니다.
바위틈에서 뿜어 나오는 파도의 물보라는 바다의 동요와 격랑으로, 시인은 이것을 보며 무기력하게 살아 왔던 자기의 과거의 삶을 파편처럼 부수고 쇄신하고 싶은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하여 세찬 바람이 불자 자신의 책- 책에서 배운 자기의 옛 삶의 철학들- 을 갈피갈피 날아가라고 합니다.
푸르고 넓은 지붕 위에서 많은 비둘기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풍경과 거대한 바다 위에 돛을 단 배들이 수십여 척 떠 있는 풍경의 대비가 신선하게 떠오릅니다.
이제 break는 두려움이 아니고, 기쁨에 넘치는 건강하고 창조적인 파괴가 됩니다.
바람은 자연을 움직이게 하는 숨결이요 호흡입니다. 기운 빠지고 축 늘어진 것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희망의 바람이 확 불자 시인은 번쩍 정신이 들며, 삶이 불분명하다고 해서 그것이 죽을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The wind is rising. . .We must try to live! (바람이 인다!. . . 살려고 애써야 한다!)
평론가 김현의 주석처럼, 해변의 묘지에서 방황한 기나긴 명상(24연)의 결론치고는 아주 평범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삶에 대한 성실하고 참다운 태도가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평범한 것 속에 진실이 있는 법이니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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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놀란토끼눈 작성시간 08.08.22 처음엔 '해변의 묘지'에서 쓸쓸하고 아픈 그림이 떠올랐는데 생각해보니 바다가 보이는 곳에 묘지가 많아요. 부산은 특히나. 해변가의 묘지를 보면 쓸쓸하지않고 그냥 한데 어울리는 풍경같거든요. 삶과 죽음이 한시야에있는데 그 숨결의 차이가 참 크다는 것 ,태초에 신께서 빚으신 흙에 숨(바람)을 불어 넣자 생명을 지니게 되었다고 바람이 불면 그 생명력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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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렌지나무 작성시간 08.08.26 시인이 거대한 우주라는 존재의 실체를 만남을 통하여 숙연해지며 ,책을 통한 지식을 넘어선 초월적인 어떤 힘에 의해 치유룰 받는 것이라고도 보여져요. 묘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출렁이는 파도와 바람이 부는 바다 정경이 한껏 장엄해보입니다. 좋은 시이 잘 감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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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ude 작성시간 08.09.01 이력이 굉장히 독특한 시인이네요. 문학을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과학을 공부하다 다시 문학으로 갔다니,. 전 개인적으로 학문 중에서도 으뜸을 인문학과 자연과학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분은 그 두 개를 다 해보신 분이네요. 게다가 문학에서 이런 훌륭한 작품까지 남겼으니.. 참으로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저도 본 받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