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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

Drummer Hodge - Thomas Hardy -

작성자Jude|작성시간09.01.17|조회수2,396 목록 댓글 7

 
          Drummer Hodge
                      
                    Thomas Hardy
 
                        I

They throw in Drummer Hodge, to rest
Uncoffined--just as found:
His landmark is a kopje-crest
That breaks the veldt around;
And foreign constellations west
Each night above his mound.
 

                        II

Young Hodge the Drummer never knew -
Fresh from his Wessex home -
The meaning of the broad Karoo,
The Bush, the dusty loam,
And why uprose to nightly view
Strange stars amid the gloam.
 

                        III

Yet portion of that unknown plain
Will Hodge for ever be;
His homely Northern breast and brain
Grow up a Southern tree.
And strange-eyed constellations reign
His stars eternally.
 
 
 
 
           
                  소년 고수(手)
 
 
                               토마스 하디 / Jude 역
 
 
                         I
 
그들은 그 소년 고수를 던졌다, 쉬게 하려고
관에도 넣지 않은 채 --  처음 발견된 대로;
사방에 펼쳐진 아프리카 초원에 
작게 솟은 언덕 마루가 그의 표지였다.
그리고 매일 밤, 서쪽의 낯선 별들이
그의 무덤을 비추었다. 
 

                         II
 
그 시골에서 온 어린 고수는
웨섹스 고향을 떠난 지 얼마 안되었기에,
광활한 카루 고원, 잡목 숲, 척박한 토양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
밤 하늘에 왜 생전 처음 보는 별들이 떠오르는지도.
 

                         III
 
그러나 그 이름 없는 평원 한 부분에
소년은 영원히 머무를 것이다. 
그가 지녔던 북쪽의 기상과 생각은 
남쪽의 나무를 자라게 할 것이고,
낯설게 보였던 별들은 
이제 그의 영원한 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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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교에 찾아갔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 한 분이 올해가 정년 마지막인데, 퇴임하시기 전에 꼭 한번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었거든요.(그 교수님은 제게 하디라는 작가와 시인을 알려주신 분이십니다.)
 
예전에 선생님을 방문할 때, 하디 시집을 들고 가서 평소 읽다가 잘 이해가 안갔던 시들을 여쭤보면 너무도 명쾌하게 잘 설명해 주셔서 이번에도 그와 같은 기대를 하며 궁금해 하던 하디 시 몇 개를 가지고 갔습니다. 역시 그 날도 선생님께서는 제가 궁금해 했던 일곱 개의 시들에 대해 자상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주시며 이해를 도와 주셨는데,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시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Hodge는 bumpkin과 비슷한 단어로 시골 뜨기, contryman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데, 시의 제목으로 쓰인 Drummer Hodge 는 군악대 고수로 끌려간 시골 뜨내기를 의미합니다. 이 시가 쓰여졌을 당시 영국은 트란스발 공화국과 남아프리카의 식민지 확대를 위한 보어 전쟁(Boer War)을 하고 있었는데, 이 때 전장에서 총을 들고 싸울 능력이 없는 시골의 어린 소년들은 군악대 고수로 징집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에서 Drummer Hodge는 시골 출신의 어린 고수를 가르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1연에는 전쟁 중에 전사한 Hodge가 동료들에 의해 묻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they 라 지칭되는 이들은 시신을 관에도 넣지 않고 처음 발견된 상태로(just as found) 땅에 묻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어느 곳에 묻혔는지를 알려주는 비석은 없고, 광활한 남아프라카 초원지대에 그저 조그맣게 솟은 땅 무더기가 그의 죽음을 말해주는 유일한 표지입니다. 그리고 저녁엔 생전 처음 본 낯선 별자리가 그 무덤을 비추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전장에 끌려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음에도, 죽은 뒤에는 낯선 땅에 관도 비(碑)도 없이 묻히는 걸 보고, 화자는 Hodge의 가엾은 운명에 큰 연민을 느끼고 있습니다.
 
 
2연은 전쟁이 벌어지는 장소의 terrain에 대한 설명해주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the broad Karoo, The Bush, the dusty loam 등이 나옵니다. 여기서 Karoo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고원지대를 의미하는데, 고향을 멀리 떠나본 적이 없을 뿐더러, 전쟁에 온지 얼마 안된(Fresh from his Wessex home) Hodge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낯선 것들이었을 겁니다. 또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밤 하늘에 이전에 보던 것과는 다르게 생긴 별자리는 Hodge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을텐데, 이런 것들은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 끌려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Hodge의 고생을 짐작하게 해줍니다. 
 
 
3연에는 죽은 Hodge와 그가 묻힌 장소의 주변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는데, 화자는 그 이름 모를 평원의 한 부분이 Hodge의 영원한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녔던 북쪽 사람다운 생각, 기상은 이제 이 곳 남쪽의 나무를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며, 낯설게 보였던 별들은 이제 영원히 그의 별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둘의 조화로운 관계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는 하디가 전쟁이 벌어진 장소의 낯설음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kopje, veldt, Karoo 등과 같은 Afrikaans terms 가 많이 나오고, 각 연 마지막에는 foreign constellation, strange star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낯설게 묘사된 자연이 죽은 Hodge를 대하는 방식은 상당히 우호적인데, 첫 연에서 star는 그가 잠들어있는 무덤을 계속 비춰주고 있고, 3연에서는 평원은 일부를 내주면서 그에게 영원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이는 1연에서 그의 동료들이 Hodge를 대했던 방식과는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전쟁이란 극한 상황이 자연의 귀중한 일부인 사람의 dignity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음을 비판합니다. 또 다르게 해석하면, 살아서는 고생만 하다가 불쌍하게 죽어간 Hodge가 죽어서는 자연의 따듯한 보호를 받으며 편안히 쉬기를 바라는 시인이 마음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시의 특징 중 하나는 전쟁이 시의 주된 소재이면서도 시 자체에는 전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어가 나타나지 않고, Hodge의 죽음에 대해서도 굉장히 절제된 방식으로 묘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밤 하늘에 처음 보는 낯선 별들이 나타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Hodge의 모습은 순박하고 무지한 시골 소년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독자로 하여금 그의 가엾은 죽음에 페이소스를 자아내게 하고 전쟁의 의미도 모르는 순진 무구한 소년을 죽음으로 이끈 전쟁의 senseless 함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는데, 사상자의 1/3 이상이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는 소식에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람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 끔찍한 전쟁이 빨리 끝나고, 이 세상에 전쟁이라는 단어는 오로지 사전과 역사서에서만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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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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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다아이 | 작성시간 09.01.24 저는 생전 처음으로 jude님을 통해서 대학교수님의 친절한 해설을 잘 맛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Jud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1.25 바다 아이님 말씀대로 제가 쓴 해설은 선생님께서 많이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놀란 토끼눈님 정말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카페에 자주 들리지 못했더니, 이렇게 오랫만에 인사드리네요^^ 새해에는 이 곳에서 놀란 토끼눈님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은물결 | 작성시간 09.01.27 Jude님의 글을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참 좋은 시입니다.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 남자가 소집명령서를 받고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보어전쟁(1899-1902)이 터지고 젊디 젊은 "Hodge"는 고향인 웨섹스를 떠나 군인이 되어 북 치는 사람으로 참전했다가 죽습니다. 전쟁이 터지고 "Hodge"의 인생이 중간에 갑자기 끊겨버린 것만 같습니다.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했고 한 인간을 향하여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참 소중한 것을 보았습니다.
  • 작성자Jane | 작성시간 09.01.28 올해 5~7월쯤 아들애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는데, 별탈 없이 군생활을 잘 마쳤으면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며 어릴 때 읽었던 '사랑의 학교'라는 이탈리아 장편 동화 속의 '북치는 소년'이 생각났습니다. 이탈리아 반도의 통일전쟁이 배경으로 그 소년도 군대의 사기를 돋우느라 앞장서서 북을 치다가 장렬한 전사를 하지요. '사랑의 학교'는 '아버지의 병간호'와 '난파선' 등 단편으로도 잘 알려진 얘기가 많이 있던 참 좋은 책이었지요.
  • 작성자바다아이 | 작성시간 09.02.01 Jude님께 사과의 말씀을 정중히 올립니다. 실은 정규대학의 문전에도 가 보지 못한 저로서는 위에 올린 저의 댓글이 진실이지만 또한 Jude님의 학문의 깊이를 해아리지 못한 저의 경솔한 표현으로 보여 무척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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