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저편 [장정욱]
질긴 죄목이었다
젖은 아이를 안고
무지개가 이어진 계단을 올랐다
아이의 입이 지워졌다
울음을 모르는 입에서
뚝뚝
이승의 끝과 끝이
파르르 떨렸다
환청의 기저귀를 채우고
빈 젖을 물리고
젖지 않는 오줌
아물지 않는 배꼽
무지개가 늘어지지 않도록
바지랑대를 세워
높이
아이를 널었다
-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달아실, 2019
* 줄로 연결되어 살았던 생.
그 생이 어느 한쪽으로 끊어져 사라진다면 이보다 큰 슬픔은 없으리.
다만 먼저 살다간 부모를 빨랫줄 저편으로 보내는 것보다
아직 생을 다 살지 못하고 부모보다 먼저 가는 아이를 보내는 게
더큰 슬픔이리.
해마다 그때가 되면 아이를 널었던 상흔이 덧나 아프고 슬프고 죄책감에 눈물이 나리.
부디 무지개 계단 너머 빨랫줄 저편에서 고통도 모르고 슬픔도 모른 채
새하얗고 보송보송하게 펄럭이며 영원한 생을 살고 있다면
이곳 바지랑대도 평안을 얻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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