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포시랍다*는 말 / 배영옥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6.17|조회수158 목록 댓글 0

 

 

아버지의 나라에서 가장 빛나는 말

포시랍다는 말

 

포시랍다는 말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다보면

포슬포슬 고운 먼지가 일어날 듯하고

보드라운 솜사탕 한입 먹은 듯

몽글몽글 뭉게구름 하얗게 피어나

머리끝이 거꾸로 선다

 

포시랍다는 말의 온기로

그 말의 사랑으로

그 말의 넉넉함으로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가 없고

 

어느 날 포시랍다는 말, 에서

강제 추방당하고 나니

그 속에 든 사랑과 온기와 배려와

부드러움에게마저 추방당해

나는 세상 물정 모르는

가장 포시라운 사람이 되었다

 

* '곱게 자라 철딱서니가 없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백날을 함께 살고 일생이 갔다], 문학동네, 2019.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